2주전에 위쳐 3를 샀다.
피지알 겜게를 매일 눈팅하러 놀러가다가 여름세일로 70% 세일을 한다길래 사람들한테 앞에 내용 몰라도 할만하냐고 물어봤고
전혀 알필요 없다길래 낼름 사버렸다. 마침 롤토체스가 나오기 전이었고, 삼탈워는 천하통일 두번하니까 질려서 무슨게임을 할까 찾던 차였다.
그래서 그 주 주말을 불태우며 게임을 했다.
물론 지난주 금요일 밤도 불태웠다. 게롤드를 시리와 재회시키고 나니 토요일 오전 여섯시. 이만 자야겠다 싶어서 컴퓨터를 끄고 잘 자고 있는 아내 옆에 기어들어가서 눈을 붙였다.
아침에 아내가 외출한다고 했었다. 뭐랬더라. 코믹월드 예매권을 사러 간다고 했었지.
잠에서 깨고싶지 않아 눈을 반만 뜨고 잘 다녀오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오후 두시경,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주말에 누구야.. 요즘 회사에 일이 없어서 주말에 불려나갈일도 없을터인데...
잠에서 깨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아내였다. 집 근처에 왔으니 마중나오라는 전화인가 싶어 전화를 받으니 대뜸,
"나 스위치 살거에요!"
"?"
"젤다가 궁금해!"
"네?"
우리 아내는 게임을 좋아한다. 어릴적부터 컴퓨터가 처음 생겼을때 크리스탈 팰리스라는 게임 CD를 어디서 구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무려 파랜드 택틱스 1,2를 만든 제작사 TGI의 첫작이라고 하는데 겜덕인 나도 모르는 게임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게임을 좋아하기만 한다. 순발력과 민첩성이 매우 낮은사람이라 피지컬이 전혀필요없는 턴제 RPG가 아니면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릴적 학원가는 버스를 기다릴때 문방구 앞에서 동네 아이들이 게임하는걸 구경만 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겜덕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옆집 친구의 슈퍼패미컴 패드를 쥐고 슈퍼마리오와 갤러그를 했으며 초등학교 입학직후부터 오락실의 존재를 알게되어 보글보글과 용호의권을 즐기고 창세기전 1,2와 말하는섬만 있던 시절의 리니지를 플레이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게임들을 즐기고 있는 겜덕이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의 결합은 당연한 결과를 불러왔다.
아내는 결혼하기 전 동거를 시작하고 한달만에 플스4를 사왔다. 내가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니 게임하는걸 보고싶다는 이유였다. 고등학교 1학년때 플스2를 중고로 샀던것 이후로 처음 가져보는 게임기였다. 오랜만에 잡는 패드는 내 손에 촥 하고 달라붙는것 같았다.
그리고 아내는 같이 사온 디트로이드 비컴 휴먼 CD를 삽입했고, 멀뚱멀뚱 앉아있는 나에게 게임할것을 명령했다.
그렇게 나는 한명의 시청자만을 위한 게임 스트리머가 되었다.
아내는 유튜브를 많이 본다. 애니메이션 리뷰, 영화 리뷰, 각종 범죄사건 수사 리뷰 등등 여러 리뷰를 많이 본다.
리뷰중에는 게임 리뷰도 있었다. 그 게임리뷰를 보면서 플레이(구경)해보고 싶었던 게임 목록을 작성한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예전에 화제가 됐었던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이 특히 궁금했나보다.
그래서 이왕 외출한 김에 국전까지 가서 스위치랑 야숨을 단번에 사온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집에 플스에 이어 스위치까지 생기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뚝딱거리며 혼자 TV에 스위치 설치 열심히 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내 앞에서 짓고있다.
참 행동력도 좋아 정말.
작년 휴가가 생각난다.
휴가 첫 날 아내와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나츠메 우인장이라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잔잔하게 슬픈 작품이라 아내가 눈시울을 적시며 나왔다.
근데 그 영화관 건물 엘리베이터 1층으로 나오니 중고 게임을 판매하는 매대가 있었다.
거기에서 니어 오토마타를 발견한 아내는 언제 슬퍼했냐는듯 눈을 반짝거리며 나를 쳐다봤고
그 길로 집에 돌아와 휴가 4일동안 5회차 엔딩까지 다 보고나서 엎어졌던 기억이 난다.
아.. 이걸 어쩌나. 아직 위쳐 3 엔딩 다 못봤는데.
그래도 별 수 있나. 스트리머가 시청자가 원하는 걸 해야지.
이번 휴가는 야생의 숨결을 열심히 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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