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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5 10:10
EU28개국에서 치러진 범유럽 선거 최종 투표율은 50.97%
정당별 득표율은는 다음과 같습니다: EPP 23.8%, S&D 20.4%, ALDE 14% Green 9.2% ECR 8.4% ENF 7.7% EFDD 7.2% GUE-NGL 5.1%
19/07/05 10:15
그러면 폰데어라이엔을 후보로 밀었던 정당이 누구였나요?
맥락상 EPP, S&D 는 아닌거 같고 ALDE 나 Green 이었나요? 만약 ALDE 후보였다면 큰 문제는 아닌 것 같고 10% 미만의 득표율을 받은 정당의 후보였다면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19/07/05 10:17
폰데라이엔 밀었던 정당은 없습니다. 각 정당마다 내세운 후보가 있었는데, 자기들끼리 협상이 안되어 유럽정상들에게 공을 넘겼는데, 유럽정상들도 후보군 중에서는 합의할 사람이 없다고 결론, 아예 새로운 사람을 지명한 것입니다.
19/07/05 10:20
헐...
그럼 선거할 때 후보 명시를 왜 한거에요? 그 후보를 보고 투표한 사람도 꽤 있을텐데 이건 아예 간접선거라도 선거 자체를 무시하는 거잖아요.
19/07/05 10:27
그래서 논란인것이죠... 결국엔 정당성과 명분의 문제인데, 유럽의회의 선거가 민의를 더 잘 대표하는 것이냐 아니면 각국 시스템에 따라 직선제 또는 간선제로 선출된 유럽의 정상들이 유럽인들의 민의를 더 잘 대표하는것이냐... 투표율 51% 남짓해서 득표율 20%~40%대의 정당연합이 더 우월한지..아니면 EU국가들을 대표하는 정상들의 결정이 더 우월한지...사실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철학적 문제에 가깝죠 흐흐
19/07/05 10:34
유럽의회 투표를 할 때 후보를 지정했다면
1. 1,2위 득표 정당의 후보 중 택일 2. 10% 이상 득표한 정당들의 후보 중 택일 3. 1위 득표 정당보다 50% 이상 득표한 정당들의 후보 중 택일 중 하나로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왜 우리나라도 대통령 선거할 때 동수가 나오면 국회에서 재투표하잖아요. EU 투표에서 후보를 뽑았으니 정상회의는 그 투표 결과를 존중하면서 지명했어야 한다고 봐요. 정상회의가 후보에도 없는 사람을 지명하는 건 직접투표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19/07/05 10:10
합의 못해서 넘겼으면 받아들이던가 거부하고 자신들이 합의하던가
둘중에 하나해야하는데 합의할 자신은 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상황에서 의회에서 합의통과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알수 없으니까요
19/07/05 10:16
그냥 사전 합의한 대로 Spitzenkandiat 제도로 집행위원장을 결정했으면 나중에 왈가왈부할 꺼리가 안나올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딴지를 거는 순간 모든 게 엉망이 되는 거죠. 정당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Spitzenkandiat 제도를 반대한 순간 이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죠. 그 와중에 우리나라 진보계열 신문들은 EU에 여풍이 불고 있다고 신났더군요. 사건의 본질이 어떤건지 무시하고 그냥 자기 좋은 것만 갖다쓰는건 여전해 보입니다.
19/07/05 10:23
이건 의회에서 공을 어떤 방식으로 넘겼나를 보면 되죠...
혹시나 의회에서 거론된 후보들 가운데 선정하는 조건이었다면 정상들 문제인거고.. 그런 조건없이 말그대로 지들이 합의 못해서 넘긴주제에 격렬히 반발하는 거라면 의회가 그냥 깽판이나 놓자는 쓰레기수준인거고..
19/07/05 14:21
그런데 깨지지도 않는건 이제 미국과 중국, 러시아같은 역외 강국하고 대항하려다보니 또 있던거 깨지는 않고 그럴것 같습니다.
19/07/05 17:49
이번 지도부 인선은 결국 마크롱 vs Spitzenkandidat 이 핵심이었죠.
지난 융커 지도부 인선 때 처음 도입된 과정인데 명분은 EU 의 민주화, 밀실담합의 투명화 인데... 당연히 뭐든지 명분은 좋습니다만,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1. EU 헌장은 EU 이사회가 선거결과를 고려하여 후보를 지명하고 의회가 이를 인준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사회와 의회 간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를 중시한 거죠. 유럽 의회는 Spitzenkandidat 절차에 따른 후보가 아니면 뽑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말하자면 이사회의 헌법적 권한을 의회가 찬탈하려는 시도를 했던 겁니다. 2. 설령 그렇다쳐도 민주주의적으로 하자는 게 뭐가 나쁜가? 라는 것도 일리는 있는데, 명심해야 할 것은 합의와 타협도 다수결만큼이나 중요한 민주주의의 원칙이라는 거죠. 이사회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들의 정부수반들이 참여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반면 의회는 큰 나라 거대정당들이 주도하는 연합체인 인민당과 사민당이 몇십년간 지배해온 곳이죠. 3. 그 정당들이 지배하는 건 그 정당들이 표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잖아? 라면 그렇긴 한데 그게 또 애매합니다. 유럽 의회는 사람들이 저 당에 직접 투표하는 게 아니고, 각 국가의 정당에 투표하면 그 정당들에서 뽑힌 유럽의원들이 연합체 정당을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가장 큰 정당들이 모여서 구성된 당이 항상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Spitzenkandidat 라는 것은 결국 실질적으로 유럽의 총리 선출의 가장 중요한 단계가 정부수반들의 모임인 이사회도, 유럽 의회도 아닌 인민당 전당대회가 되어버린다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 인민당 전당대회는 또 (특히 프랑스 공화당 몰락 후) 독일의 기민-기사 연합이 일방적으로 독주하고 있죠. Spitzenkandidat 이 독일의 고안품인 이유가 이런 겁니다. 좀 후려쳐서 말하자면 이사회는 미국으로 치면 작은 주들의 목소리도 반영하기 위한 상원과 보다 흡사하고 EU 헌장은 이사회와 의회가 상호견제를 하도록 해놓은 거죠. Spitzenkandidat 시스템은 말은 좋은데 결국 상원도, 하원도 아니고 캘리포니아 주의 한 정당이 미국 대통령 선출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제도구요. 어쨌든 이 제도가 지난번에 시동을 걸면서, 그 뒤에 대통령이 된 마크롱 외에는 이렇다할 반대 목소리를 찾기 어려웠는데요. 마크롱이 중도 리버럴들과 의기투합해서 Renew Europe 이란 제3세력을 결성하면서 급격히 판세가 변합니다. 리버럴들도 당연히 Spitzenkandidat 에 불만이 많은게, 이들은 이사회에는 다수가 포진하고 있는데 의회 선거에서는 독, 불, 영, 이 등 큰 나라에 세가 없어서 그동안 완전 쭈그리였거든요. 이들이 내놓은 제안이, 유럽 의회 선거가 실제로 저 정당들에 투표하는 게 아니니 선거결과에 따라 정당이 지명권을 갖는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그러니 각국 정당에 대한 투표 외에 유럽정당에 대한 투표를 도입해서 ‘범유럽의원’을 도입하자 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게 도입되면 유럽의 연방화에 대한 엄청난 진전을 가져오는 거죠. 그런데 당연히 기득권 세력이라고 할 인민당의 반대로 무산이 됩니다. 반대 이유도 있긴 한데 뭐... 결국 범유럽 투표를 무산시키고 나서 Spitzenkandidat 가 유럽 민주주의의 핵심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꽤 우스운 거죠. ‘기민-기사연합이 지배하는 인민당이 지배하는 유럽의회가 선출하는 집행부’ 라는 구도를 제도화시키겠다는 야망이 너무 노골적이지요. 결국 Spitzenkandiat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잡기도 전에 기민-기사 연합이 부린 지나친 욕심이 이번에 인민당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한 마크롱 등에게 기회를 준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Spitzenkandidat 이전에 총리급이나 그에 준하는 거물들이 맡던 집행위 의장을, 유럽의회 커리어밖에 없고 지명도 전무한 기사당의 베버를 후보로 뽑아놓고 얘가 집행위 의장이 안되면 민주주의가 아냐! 하고 협박하는 꼴이 되었으니 이대로 Spitzenkandidat 이 굴러가면 기민-기사 연합의 밀실흥정이 유럽 27개국 정상들의 밀실흥정을 대체하게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오게 생겼거든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마크롱은 Spitzenkandidat 을 좌초시킴으로써 아마도 취임 후 유럽무대에서 최대의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번에 그가 보인 정치적 책략과 협상력은 따로 또 긴 글을 하나 써도 될만큼 대단했죠. 베네룩스 - 프랑스 - 스페인 - 포르투갈에 이르는 리버럴+사민 반베버 연합을 이끌어내고, 베버가 탈락한 뒤 곧 이어진 협상에서 사민당의 팀메르만스가 Spitzenkandidat 제2후보로 나서는 것을 용인하고 기회를 보고 있다가 팀메르만스도 탈락하자 마자 엉뚱한 폰데어라이엔을 들이밀어 독일과 동유럽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사회의장과 유럽중앙은행총재까지 얻어내는 대박을 터뜨린. 처음부터 바르니에나 베스타게르를 밀었다면 본전도 못찾았을 거에요.
19/07/05 17:54
훌륭한 정리 감사드립니다. 저도 모르던 부분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역시 그리하여 불어권 매체들이 축포를 쏘아올린거군요.
19/07/05 18:08
Spitzenkandidat 이라는 것도 두 가지 해석이 있는데
1. 최다득표정당의 Spitzenkandidat 이 자동적으로 집행위 의장이 된다 -> 실질적으로 기민-기사연합이 집행위 의장 지명권 or 비토권을 갖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음 2. 다득표정당의 Spitzenkandidaten 중 하나를 선출한다 인민당 EPP 는 당연하지만 1번 해석을 따랐고 이건 프랑스로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제도죠. 베버가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기민당은 Spitzenkandidat 을 버리느냐 (Spitzenkandidat 이 아닌 바르니에를 추대) EPP 집행위 의장을 포기하느냐 (2번에 따르면 Spitzenkandidat 이지만 사민당인 팀메르만스를 추대) 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베버 탈락 뒤에 오사카 합의를 통해 이사회에 사민당의 Spitzenkandidat 인 팀메르만스를 후보로 추천하면서, 메르켈은 EPP가 의장직을 먹는 것보다 2번 형태로라도 Spitzenkandidat 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이것조차 실패하자 마크롱은 독일인 비Spitzenkandidat 후보를 들이밈으로써, 독일인 의장을 막는 게 목적이 아니라 - 베버 반대에 대해 독일에서 마크롱이 반독연합을 추진한다며 들끓었었죠. 이런 논란도 잠재움 - Spitzenkandidat 을 좌초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드러냈고요. 독일인이지만 프랑코폰 집행위 의장에 덤으로 프랑스인 ECB 총재에 벨기에 리버럴 이사회의장까지 따냈으니 불어권 매체들이 축포를 쏘아올릴 수밖에 (덤이라기엔 마크롱은 사실 ECB 총재 자리를 집행위 의장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19/07/05 19:36
그렇다면 EU 의회를 유럽 시민들이 직접 투표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유권자 - 각 나라의 정당 - 각 나라의 의회 - EU 정당 - Spitzenkandiat 라는 식으로 아주 길게 늘어져 있는 거군요.
19/07/05 19:58
아 직접 투표하는 건 맞습니다. 의회 선거에 직접 투표하는 건 맞는데, 유럽정당에 투표하는 게 아니고 그 유럽정당에 속한 국내정당에 투표하는 거죠. (유권자 - 각국 정당 - EU 정당, 각국 의회는 별도 선거)
독일을 예로 들면 기민당, 기사당이 유럽인민당 소속이고 사민당이 유럽 사회-민주 동맹 소속인데, 독일 국민들은 유럽의회 선거를 할 때 유럽인민당에 투표하는 게 아니라 기민당이나 기사당에 투표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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