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이 스토리 4>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때, 제 반응은 다수의 반응과 비슷했습니다.
'이거 뇌절각 씨게 잡혔는데?'
4편이 불안했던 이유는 결국 트릴로지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세 편 모두 높게 평가받는 작품들이기도 하고, 시리즈로써의 완결성도 뛰어나기 때문이었습니다.
1, 2편 내내 그려지던 '버려짐'에 대한 불안감이 현실화 되는 영화인 동시에, 그 이별이라는 주제를 성장으로, 어른이 되어감으로 승화시키는 3편의 엔딩은 시리즈의 종결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2. 저는 소위 말하는 '뇌절'을 잘 캐치하는 편입니다. 스스로 뇌절 전문가라고 칭해도 될거 같아요.
분명 마블의 '어벤져스' 계획이 처음 발표 되었을때도, 이제 끝났구나 싶었던 '갓 오브 워'의 북유럽 전설판 공개 때도 제 뇌절 센서가 작동했거든요. 네. 근데 아니더라고요.
<저스티스 리그> 트레일러 볼때는 뇌절 센서가 작동 안했었는데, 아니 디씨 하아...
아무래도 뇌절 전문가 타이틀은 떼야겠습니다.
3. 초반부는 그저 우리가 아는 그대로의 토이 스토리입니다. 신나고, 재밌고, 웃긴 모험극입니다. 버즈의 마음의 소리 드립이나, 버니와 더키의 개그가 빵빵 터집니다. 개인적으로 오프닝 장면이 참 좋았어요. 전작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어나가는 동시에, 보핍이란 캐릭터가 어떤식으로 형성된건지에 대해서 약간의 힌트를 주거든요. 이별과 헤어짐이라는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하기도 하고, 극 후반부에 비슷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감정을 연결하기도 하구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오프닝이 아니었나 싶네요.
4.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픽사 빠에 가깝고, 전반부 정도의 완성도만 되더라도 몬스터 대학교 같은 느낌으로 재밌게, 즐겁게 볼거 같아요. 만약 전반부 정도의 완성도가 유지된다면, (물론 월E, 업, 토이 스토리 3편을 그리워 하겠지만) 픽사 영화를 즐겁게 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중반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5. 후반부의 전개는 짧게 요약하면 '토이 스토리판 어린 왕자' 혹은 '토이 스토리판 영화 그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디라는 캐릭터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캐릭터입니다. 버즈에 대해 질투하고 견제하던 1편, 내 친구들과, 주인인 앤디의 중요성을 깨닫는 2편, 앤디가 성장했음을 받아들이고 이별을 인정하게 된 3편까지.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결국 모든 주제 의식은 우디의 성장에서 비롯한 것인 셈이죠.
4편의 우디는 그런 점에서 한뼘 더 성장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영화 '그녀'의 깨달음과 비슷하기도 해요. 애정과 애착이 같지 않다는 깨달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틀을 깨고 탈출하게 되는 성장. 영화 '그녀'에서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반반씩 잘라다 붙인 것과 비슷하기도 하네요.
6. 영화는 '악인 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악인이 없다보니 각자가 각자의 해피엔딩을 가져가는 도중에 중반까지 반동 캐릭터를 맡던 개비 개비도 해피엔딩을 가져갑니다.
어쩌면 제작 과정에서 그렸던 구조는 사랑을 받기 시작한 장난감과 조금씩 밀려나는 장난감들. 그리고 각자가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구조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약간 비슷한 처지의 장난감 둘 중에 한쪽은 자신을 사랑해 줄 새 주인을 찾고(결국 답은 사랑이다?), 한쪽은 '나는 장난감을 그만 두겠다, 버즈!' 식의 결말인데... 이게 비슷한 상황에서 방향성이 크게 다르다 보니, 무게감을 가져야 할 우디의 선택이 약간은 가벼워 진 느낌이 들긴 하더라고요.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7. 2편에서 놀이의 대상으로써의 장난감을, 3편에서 성장 후의 이별을 장난감의 시각으로 풀어낸 이 시리즈는 4편에서 존재 가치, 사랑과 소유의 개념으로 한발짝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을 잃었다는 것이 영영 놓쳐버렸다는 건 아니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소유해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P.S. 후속편이 나올까요? 이건 진짜 뇌절 냄새가...
P.S. 2. 키앤필은 딱 첫 등장에서 아 얘네가 키앤필이구나 였는데, 다른 한분은 극장 나오고 검색하면서야 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