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의지력을 조금만 써도 되게끔 훈련한다. - 습관화, 환경 변화 (마나 코스트를 줄인다.)
지난번 글에서 2번 전략, 의지력 회복과 관련된 전략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번에는 3번 전략, 즉 의지력 자체를 키울수 있는지(마나통을 키우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의하세요.
데이비드 블레인의 사례
전 데이비드 블레인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제가 아는 위대한 마술사는 이은결, 최현우, 덤블도어가 전부였는데요.
책에서 데이비드 블레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길래 네이버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봤습니다.
유명한 마술사였군요.
그리고 맨 위에 위치한 검색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튼 그가 행한 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원에 있는 24미터 지름 60cm 기둥에서 안전 장비 없이 35시간 서있기
얼음 덩어리에 둘러싸인 채 타임스퀘어에서 63시간 잠 안자고 버티기
물만 마시고 44일동안 단식
물만 마시고 일주일동안 관 안에 갇혀있기
17분 4초 동안 물 안에서 숨 참고 있기
?????
확언하건데 데이비드 블레인은 덤블도어보다 위대한 마술사입니다.
이 위대한 마술사에게 너무나도 강한 의지력이 있다는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이런 그에게 어떻게 그렇게 강한 의지력을 가질 수 있었냐고 물으니
훈련 덕분이라고 대답을 했답니다.
근데 그 훈련이라는게 정말 어마무시합니다.
예를 들면 숨참기 기록을 세우기 위해 훈련을 하는데 단순히 호흡을 참는 훈련을 하는게 아닙니다.
그는 아침마다 짧은 간격으로 여러번 호흡 정지 훈련을 했습니다. 그 호흡 정지시간을 합치면 한 시간 동안 48분 가량의 호흡을 참는거래요.
당연히 훈련을 끝내고 어마어마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이요.
애초에 이 사람은 어렸을 때 부터 스스로 이런 훈련을 행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수영장 5번 왕복 수영하는 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않기
추운 겨울 티셔츠 한 장 입고 몇 키로미터 걸어다니기
주기적인 찬물 샤워
맨발로 눈 위 걷기
옷장 안에서 이틀 지내기
열한살때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 나오는 단식 고행 부분을 읽고 4일 동안 물만 마시는 단식을 했데요. 열한살때!
[겨우 ‘하루’?]
자 이제 결론 났습니다.
우리도 저렇게 연습하면 언젠가 강한 의지력을 갖게될겁니다.
하지만 그냥 일반화 할 수는 없겠죠.
혹은 정말로 혈통의 차이일 수 있습니다. 그는 마법사고 우리는 머글이니까요.
의지력도 훈련으로 강해질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학자들이 나섭니다.
자아고갈 연구가 진행되면서 학자들은 의지력은 키울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몰랐기에 무작위로 이것 저것 실험해보기 시작합니다.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그의 팀은 실험참가자를 모집하고 피실험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첫번째 집단은 2주동안 자기 자세 교정을 시킵니다. 우리 대부분은 항상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고있는 지금 당신도 마찬가지겠죠 낄낄. 따라서 이 훈련은 습관을 극복하는데 에너지를 쓰도록 합니다. 문득 문득 생각 날 때마다 구부정한 자세에서 허리를 피라는 지시를 합니다.
두번째 집단은 2주동안 자기가 먹은 음식을 모두 기록할 것을 지시합니다. 자기 모니터링을 하는데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하에 말이죠.
(치킨, 치킨, 치킨, 치킨 ...)
세번째 집단은 2주동안 긍정적인 감정을 유지하고 고양하도록 시킵니다. 우울할 때 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그리고 해당 기간 전 후로 이들의 자제력테스트를 진행하고 증감을 비교합니다.
연구자들은 세번째 집단의 자제력이 증가할 거라고 예상했답니다. 그래서 통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세번째 집단의 인원수도 더 많이 뽑아서 실험을 행했지만..
실제 실험 결과를 보니 세번째 집단은 자제력을 전혀 상승시키지 못했습니다!!
연구자들은 크게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의 이론이라면 전혀 충격적인 결과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감정조절은 의지력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죠. 인간은 억지로 사랑에 빠진다거나 억지로 죄의식을 멈출 수 없습니다. 다만 관점을 조절하거나 관심을 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감정을 조절할 뿐이라는거죠. 따라서 감정 조절 훈련은 의지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애초에 감정 조절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반면 첫번째, 두번째 집단에서는 자제력 상승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첫번째 집단인 ‘똑바로 앉아’ 집단에서 자제력 상승이 두드러지게 관찰되었습니다. 구부정하게 앉는 습관을 조절함으로써 의지력을 강화하고 자세와 상관 없는 다른 과제도 더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하루에 얼마나 똑바로 섰는지 기록한 일지를 비교해봤을때 이를 더 잘 이행한 학생일수록 자제력을 더 상승시켰다고 하네요.
[핫산 우승!]
이와 더불어 연구자들은 자세 교정 이외에도 습관적인 행동을 변화시키는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의지력을 키울 수 있다는걸 발견합니다.
예를 들면 오른손 잡이의 경우 오른손 대신 왼손을 쓰는 연습을 한다든가 (왼손잡이가 오른손을 쓰는 건 그다지 효과가 없을거라고 하네요. 애초에 왼손잡이의 경우 사실상 유사 양손잡이기 때문에) 언어습관을 바꾼다든가 하는거죠. 우리가 쉽게 쓰는 말들 (욕이나 축약어 같은)을 쓰려는 마음을 참다보면 의지력이 강해지고 이는 금연이나 다른 충동들을 조절하는데 좋은 예습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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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종교나 명상이 자제력 증가에 도움을 주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종교, 명상과 자제력과의 관계는 ‘의지력의 재발견’에서도 언급됩니다.
매컬러프와 브라이언 월러비는 종교와 자기 절제라는 주제와 관련해 80여년에 걸쳐 수백년간의 연구 자료를 분석합니다. 그 결과 종교인의 자기절제력은 일반인보다 높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대부분의 종교에는 규율이 있고 이를 지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의지력과 모니터링 기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거죠.
명상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중독 치료와 우울증 개선 관련해서 ‘마음챙김 명상’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저를 진료해주시는 담당 정신과 선생님께서도 명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명상과 종교적인 이야기는 갑론을박의 여지가 상당하고 일방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명상법인 호흡명상은 사사로운 생각에서 벗어나 호흡에 집중하는 훈련입니다. 이 훈련은 어찌보면 위에서 언급한 습관적인 행동변화에 집중하는 거라 볼 수 있구요.
즉 어떻게보면 수천년간 전해져 내려온 종교적 명상법이 가장 대표적인 자제력 증가 훈련법일 수 있다는 거죠.
마치 우리가 체력을 늘리기 위해 체력을 사용하는 운동을 하는 것 처럼, 자제력을 사용해야 하는 명상이 자제력 증가에 효과적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담입니다만, 리그오브레전드 ‘여신의 눈물’은 이런 현상을 잘 반영해서 만든 아이템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명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라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추후에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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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이런 훈련을 통해 키운 의지력은 지속될 수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이렇게 키운 의지력은 오래 유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확실한 보상이 따르지 않고 의미가 불분명한 훈련 자체가 너무 어려운 도전이라는 거죠.
결국 실제로 실천 가능한 훈련이냐의 여부까지 생각해봤을때는 조금은 부족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실험의 예를 보겠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심리학자 매건 오튼과 켄 쳉
이란 사람들이 실험을 진행합니다.
첫번째 실험은
체력단련을 하고 싶었지만 정기적으로 운동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그중 일부는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정기적인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실천합니다. 또 운동과 훈련을 기록하고 일지를 씁니다.
두번째 실험은
공부 습관이 향상되길 바라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첫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아무튼 아무튼 자세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합니다.
세번째 실험은
효율적인 재정관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마찬가지로 소비 계획을 세우고, 소비 패턴을 기록하고, 돈을 쓸지 말지에 대한 갈등의 상황과 결론까지 상세하게 기록합니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은 가끔 연구실로 와서 자신의 프로젝트와 관련 없는 훈련을 진행하는데 이 훈련이 참 지X맞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에 6개의 검은 정사각형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랜덤하게 3개의 상자가 깜빡 거립니다.
그리고 이 6개의 사각형이 지멋대로 자리를 바꿉니다.
5초 후에 피실험자들은 앞서 깜빡였던 사각형이 어떤 사각형인지 맞춰야합니다.
근데 이를 더 어렵게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훈련 과정 옆에서 에디 머피라는 코미디언의 스탠딩 코미디 방송을 틀어놓는거죠.
간단히 말하면 엄청 어려운 ‘떡먹는 용만이 게임’을 하고있는데 옥동자가 바로 옆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아무튼 피실험자들은 이 X랄맞은 테스트를 연구실에 도착한 직후에 한 번(아직 쌩쌩할 때), 기운이 빠지고 의지력이 고갈된 때에 또 한 번, 이렇게 두번 진행합니다.
그리고 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도 이따금씩 연구실에 불려가서 위의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몇 주가 지나고 실험 결과를 분석합니다.
당연해 보이는 결론
첫번째 실험자들은 체력이 향상되었다.
두번째 실험자들은 학업이 좋아졌다.
세번째 실험자들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다소 의외의 결론
피실험자들의 사각형 실험 결과가 큰 진전을 보입니다.
체력단련이니 공부 계획이니 돈 관리니 하는게 ‘떡 먹는 용만이 게임’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보이는데요.
하지만 그냥 이 게임만 하는게 아니라 옆에서의 겐세이를 뿌리치고 해야하는 테스트입니다. 때문에 겐세이를 뿌리치는 능력, 자제력이 굉장히 중요한 테스트입니다.
즉 체력단련이나 학업, 돈 관리가 자제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거죠.
더군다나 연구실에 도착하고 시간이 지난 후,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의 실험 결과도 진전을 보입니다.
이는 의지력이 고갈되었을 때에도 유혹을 뿌리치는 힘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꽤나 의외의 결론
피실험자들은 자신들이 진행한 프로젝트 외의 영역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입니다.
즉, 공부 습관 향상을 훈련한 이들은 이전보다 운동을 더 자주했고 돈을 아껴 썼습니다.
체력 단련과 절약에 힘 쓴 이들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이들은 담배도 덜 피웠고 술도 적게 먹었고 방정리도 평소보다 잘 했으며 설거지, 세탁도 더 자주했습니다.
q스킬을 많이 쓰고 싶어서 마나통을 올려놨더니 w, e, r도 더 자주 쓸 수 있었다는 거죠.
어렸을 때 훌라우프에 빠진적이 있었는데 그 생각이 나네요. 한 동안 매일 같이 제자리에서 수련하는 기분으로 최소 댓 시간은 원코인으로 너끈하게 돌려댔죠. 한 번에 최고 몇 번 돌렸나 기록을 재면서 말이죠. 데이비드 블레인의 행동이 대중에게는 기행이라고 불리우지만 저는 묘하게 동질감이나 감동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손, 발 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대게 연마하는 고행을 거치는 느낌이 들지만서도 마술에 대해서 느끼는 경외보다도 쓸데 없어 보이는 곳에 목숨 걸고 달려드는 게 더 매력있음 크크
이런 글 정말 좋습니다. 저도 학창시절부터 의지박약이라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명상하는 습관을 만들고 나니까 그나마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의지가 생기더라고요. 샘 해리스가 자유의지, 명상에 관련해 쓴 글들과 강연을 본 적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샘 해리스 저서는 ‘나는 착각일 뿐이다’ 하나만 읽어봤는데 저도 굉장히 감명깊었습니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람의 의식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기도 하고 명료해지는 부분도 있고 굉장히 혼란스러운 부분도 생기더군요 크크. 명상에 대한 이야기는 저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