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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08 12:07:53
Name likepa
Subject [일반] 전단지에 대한 단상
나의 경우 가급적 내미는 모든 전단지를 받으려 노력한다.
그 이유 첫째는 전단지 알바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쉬러 가기를 바라는 심정(대부분 고령층이 많이 하시니까).
둘째는 세상 일이라는게 나 혼자 잘났다고 달려가봤자 결국 뒤돌아 보면 서로서로 유기적으로 도우고 보완해가며 굴러왔기 마련인데
전단지 받아서 버리는 잠시의 귀찮음 뒤에는 인쇄소, 디자인 회사, 전단지 알바분들 등등의 밥벌이가 걸려있다는 믿음.

전단지는 세상에 불필요하며 자원의 낭비라 없어져야 마땅한 존재라 여긴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잠시 동안 내 손과 밑눈질(옆눈질 보다도 짧은 시간)을 거쳐 나에게 불필요 하다고 여겨진 다음 버려진다면
전단지 입장에서는 새드엔딩이지만 어쨌든 자기 할 도리는 다 한거라 생각한다.
“종이”전용 쓰레기통에 버려져 재 활용 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는 열린 결말로 조금 더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다.

월급쟁이지만 같이 밥 벌어 먹어야 하는 입장에서 오피스거리에 늘어만 가는 空室딱지 들이 참 살벌하다.
전단지에는 그 살벌함을 뚫고 어떻게든 밥 벌이를 하고자 뛰어든 사람들의 희망이 담겨져 있다.
늘 변함없이 색깔도 촌스럽고 문구도 식상하지만 어쨌든 희망 가득찬 그 종이 한 장을 가급적 받아주고 싶다.
도대체 어디서 파는지 알 수 없는 백팩과 썬캡으로 무장한 전단지 할머니들이 조금이라도 더 앉을 시간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 나오실때는 명당이 아니어도 좋으니 오늘보다는 땡볕이 덜한 그늘진 곳에서 나눠 주셨으면 좋겠다.

백화점에서 잘생김에 더해 이쁘게 화장까지한 형아들(나보다 키크고 잘생기면 형아다, 그래서 세상 대부분은 형아다)이 나눠주는
향수뿌린 종이도 결국엔 전단지 이지만 할머니들의 전단지 보다는 전달의 성공 확률이 굉장히 높은 듯 하다.
그리고 조금 이쁘장한 언니들(이쁘고 어린 여성분을 어케 불러야 할지 난감할때는 언니로 퉁친다)이 나눠주는 물티슈도
이치로 타율만큼의 성적은 나오는 거 같다.

누가 무엇을 주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아주 작은 수고가 누군가의 희망을, 밥벌이를 걷어차는 일이 아니라면
좀 기꺼이 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여기저기 좀 만연하기를 바란다.
최근 몇 년간 유독 그러한 친절을 가장한 위선(위선이 위악보다는 옳다고 생각한다)조차도 구경하기 힘들다고 느끼는건
아마도 애 아빠 되고 난 후로 유독 착한 척 하고 싶어하는 나 혼자만의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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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R 가입후 첫 글입니다.
자유 게시판은 그냥 이런 자유생각 자유스럽게 써도 되는건지 조심스럽네요.
오전 업무중 제자리 쓰레기통에 잔뜩 버려져 있는 전단지를 본 팀장의 "그런걸 뭐 하러 받아와"라는 비아냥에 뒷 목이 뻐근해져서..
두서 없이 글로 풀다  지우기는 섭섭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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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띠
19/05/08 12:19
수정 아이콘
저도 첫번째 이유로 대부분 받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크크크.
이호철
19/05/08 12:20
수정 아이콘
저도 일단 먼저 내밀어주시면 무조건 받습니다.
19/05/08 12:24
수정 아이콘
지금 테헤란로에서 전단지 받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생각입니자
19/05/08 12:34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전직백수
19/05/08 13:04
수정 아이콘
반성..ㅠㅠ
19/05/08 13:05
수정 아이콘
이런글 좋아요
야부키 나코
19/05/08 13:11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전단지 광고주를 생각해서 '내가 버릴 확률이 100%인 전단지를 안받음으로써, 전단지가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갈 확률이 아주 조금이라도 오르겠지'하는 생각으로 안받습니다. 저도 편하구요. 저한테 오면 100%쓰레기로 바뀌는 물건인데.
글쓴이분과 저 모두 누군가를 생각해서 안받는건데 타겟이 누구인가에 따라 바뀌네요. 흐흐
19/05/08 13:17
수정 아이콘
그렇게는 생각 해 본적이 없네요. 덕분에 생각의 전환!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 자신도 누군가에게 고용되서 먹고 살다보니 전단지 광고주 보다는 나눠주시는 분들 입장이 더 중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은때까치
19/05/08 14:31
수정 아이콘
예전에 받자마자 버리니까 다시 주워가시던 어르신 본 뒤로는 웬만하면 받고 한번 보고 버립니다. 그분은 알바가 아니라 자기 가게였던 듯.... 너무 죄송했어요
이웃집개발자
19/05/08 14:4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B급채팅방
19/05/08 16:09
수정 아이콘
저랑같은생각이시네요! 저도 전단지 열심히 받습니다 크크 주머니에 같은 전단지 여러장일때도 있다는...
아웅이
19/05/09 09:44
수정 아이콘
저랑은 정 반대시네요.
위선을 매우 꺼려하는편인데다가, 의미없이 그냥 받아서 버리면 생산-폐기의 모든 과정이 허사라고 생각해서 안받습니다..
꺄르르뭥미
19/05/10 01:24
수정 아이콘
저는 전단지 나눠주는 행위가 자연에도 안좋고 가뜩이나 인파가 많은 곳을 더 번잡하게 만들어서 안전도 안 좋아지고 저도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싫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전단지를 열심히 받습니다. 그리고 바로 쓰레기통으로 갑니다. 저같은 사람이 있어야 전단지 효과가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전단지가 없어질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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