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오늘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완주했습니다! 근래 본 티비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대작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강렬하며 깊은 여운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1917년 라시아 혁명과 적백내전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갇힌 한 자매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기독교 신앙이 깊고 황제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고결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구체제의 모순을 부술 열망으로 노동자들의 정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람들, 그리고 단지 시대의 혼란을 항해하며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나름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이 드라마에는 뚜렷한 악도 선도 없습니다.
신념을 위해 사는 사람들, 의리를 위해 사는 사람들
돈을 위해 사는 사람들, 생존을 위해 사는 사람들
모두 각자 자신들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동족이면서 왜 서로 죽이고 죽여야 하는가.
매제와 매형이 왜 서로 각자 적군과 백군편에 서서 싸워야 하는가.
그리고 각자 다른 편을 선택한 자매들은 어떻게 또 백군에서 적군으로
또 적군에서 백군으로 옮겨가는가...
가장 인간적인 감정들, 형제애와 의리 그리고 우정을 파괴하는 이 시대의 비극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도 분단의 아픔과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이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비극의 감정선에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드라마의 전반적인 논조는 공산주의 혁명과 볼셰비키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편입니다. 백군도 딱히 나을 게 없지만 드라마 내내 볼셰비키 측의 위선도 적잖게 보여주고 또 노동계급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이들에 대해 은근히 비판적입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인 소설이 스탈린 시대에 집필되어 당시 스탈린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현대에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면서 상당히 많이 각색된 모양입니다.
오늘날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에 대해 상당히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푸틴 체제의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을 역사의 단절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들이 벌인 만행은 지나친 서구화의 또 다른 한 단면(공산주의 자체가 독일에서 건너온 서구적 사상이었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푸틴의 러시아에 따르면 러시아는 “기독교적 신앙”을 중심으로 가족과 국가에 헌신하는 나라이며, 서유럽과는 달리 공동체주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진실된 성품을 가진 “순결한” 존재입니다.
이 드라마는 굉장히 입체적이고 또 아주 정교하게 짜여진 서사를 자랑하고 있는데, 은연 중에 이런 가치, 즉 순결한 러시아와 순결한 러시아인들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이 드라마의 연출과 소품은 매우 훌륭하며 정말 그 시대로 타임워프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세트장과 CG가 매우 훌륭해서 정말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더욱 훌륭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러시아어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이들의 발성과 눈빛, 입술의 떨림, 표정 등은 그들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해주며, 기쁨과 슬픔, 아쉬움, 여운 등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심지어 조연들의 연기도 모두 완벽에 가깝습니다.
정말 꼭 한 번 정주행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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