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깊게 자리잡은 질문은 역시 '가족'이 아닐까요.아무도 모른다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물론 이건 원작이 있긴 합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등등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는 가족 관계 내에 관련된 질문들이 항상 영화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듯 합니다.최신작이자 이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가족이 아닌 무언가 다른 형태의 것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의 가족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소위 말하는 '정상 가족'의 범주에는 들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기묘한 시선은 이 가족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극 후반부에서 두 캐릭터의 관계가 새로이 정립되긴 하지만 이야기 상으로 아주 깊게 관여하는 요소는 아니니까요.그래서 이 기묘한 가족을 하나로 인정하게 된다면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유사 가족'이라는 묘한 테두리가 실제 가족이었다면 마주치게 될 위험 요소들을 우회하는 요소가 됩니다. 이 영화에서 따뜻하다가도 한순간 서늘해지고(어제 본 가버나움과 연결되는 부분도 느껴지더군요.) 이런 독특한 시선이 이 영화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기가 힘들어지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영화의 기묘함은 결국 이 가족이 철저하게 파편화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 묘사된 가족의 형태도 그러하지만 영화 내부의 가족 형태는 기묘하게 60년대 7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형태가 기묘하게 엉켜진 가족의 모습이 그려집니다.(이 영화에 대해 언급한 잡지 <필로>에서도 그런 류의 평론이 많더군요.) 이 기묘한 형태는 말그대로 개개인이 각자의 가족에서 떨어진 인물이기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이 파편화된 쪼개진 가족들은 소타의 추락을 계기로 한군데 모입니다.소타는, 말하자면, 이 영화의 핵심이나 다를바 없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맞이하면서 관객들을 그 가족안으로 끌어오면서도, 그 내부의 행동에서 회의감을 품고, 결국 유사 가족과 가족 사이에서 결말을 맞이하는 캐릭터로 작용합니다.결국 이 영화의 후반부는 기묘한 이 가족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애매모호한 따뜻함과 그 사이사이를 뚫고나오는 서늘함에서 결국 이 영화는 그 두가지 사이의 정중앙을 노린셈이겠죠. 이 전체 시퀀스를 드러내는 날카로운 클로즈업 숏들은 결국 각자의 비판과 변호를 강력하게 드러냅니다. 영화 내에서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만 드러나는 쇼트가 이 가족의 해체 이후에만 드러나는 점도 주의할만한 사항이 아닐까 싶습니다.구성원의 죽음이 결국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유사 가족의 결합을 깨뜨려버립니다. 결국 각자가 개별적으로 각자의 이야기에 대해서 변호하고 답변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결국 유사 가족의 유사 유대감의 손을 미묘하게 드는 것 처럼 느껴지는 결말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오히려 그래서, 영화의 후반부 서늘함은 균형감을 더 키우는 한 수가 된건 아닌가 싶습니다.
-----------------------------------
블로그랑 키노라이츠를 시작은 했는데... 홍보하긴 조금 민망하네요. 흐흐
이제 다시 영화나 음악같은걸 열심히 들을 수 있는 상황이 되서 많이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흐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