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양대 정체성이 걸덕과 포덕인 만큼 크리스마스에 [혼자] 영화관에 가서 극장판 포켓몬스터를 봤습니다.
물론 선물로 주는 루기아와 제라오라가 메인이었고 영화는 덤- 이런 개념으로 갔었죠.
근데 생각보다 볼만했습니다.
포켓몬 XY, 오루알사, 썬문, 울트라썬문 같은 본가 게임이나
XYZ 극장판은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질 높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울썬문 스토리가 이정도 레벨이었으면 농담 안 치고 칩 두 개는 더 샀습니다.
작화는 작중 내내 좀 기복이 있는데, 힘을 줄 때는 주고 뺄 때는 좀 뺍니다.
영화 막 시작했을 때 작화 보면서 '이게 극장판 작화야?' 싶었는데(안 좋은 뜻으로) 끝까지 다 보고 보니
어느 정도는 힘 안배를 했다고 느껴지더군요.
중요치 않다 싶은 장면에서는 과감히 대충(..)했습니다.
포켓몬 영화 자체가 근 몇년 수익이 별로라서 극장판 제작 예산이 좀 줄었을테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모두의 이야기는 '성장'이 주제인데 정작 주인공 지우는 성장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화끈한 액션, 그리고 타인의 성장을 뽐뿌질하는 역할로 작동하죠. XY TV판 지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루기아는 나오기는 하는데 겁나 짧게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는 무대의 설정을 설명할 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때 쓰입니다.
그래도 전작(극장판 포켓몬스터: 너로 정했다!)의 칠색조에 비해선 확실히 의미있게 쓰입니다.
그놈의 실체도 없는 무지개 용사 어쩌구 하는 것보다야-_-;;
지우가 티저에서처럼 그렇게 엄청 예쁘게 나오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꽤 잘생기게 나옵니다.
그리고 쓰는 포켓몬이 딱 피카츄 한 마리 뿐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피카츄로만 뽕뽑음.
정보) 피죤투 아님
극장판 티저 나왔을 때는 이게 렛츠고 피카츄-이브이 프로모션용일 줄은 몰랐는데..
전작의 마샤도에 비해 확실히 중요한 포지션에 위치한 환포 제라오라.
그리고 이게 만화라서 그냥 넘어가는거지 아빠가 시장으로 있는 마을에 정말 큰 피해를 끼칠 뻔한 소녀 라르고.
이 애 입으로 제라오라한테 '착한 사람 어쩌고 저쩌고 하는건' 좀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본심 자체가 나쁜 애는 아니긴 합니다만.
그냥 단순 개그캐릭터 같아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영화 전체의 시나리오가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 인물입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에 다 끼어있음.
극중 가장 큰 성장(동시에 유의미한)을 보이는 인물인 동시에 시나리오 작가 입장에서 여러모로 요긴하게 써먹은 인물이라 할 수 있죠.
성장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극복'을 보여주기는 하는 할머니.
사실상 이 포켓몬 영화에서 가장 성장하는 인물2 토리토.
포스터 나왔을 때 왜 굳이 파트너 포켓몬이 럭키일까 싶었는데 보면서 알겠더군요. 치유파동하고 아로마테라피를 이렇게 애니에서 적극적으로 쓰는 걸 못본 듯-_-;;
주역급 캐릭터인 동시에 어느 정도 최종보스롤(..)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겨울왕국' 엘사 생각이 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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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모두의 이야기'인 것은 일본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민나~' 이런거라서가 아닙니다.(겉으로 보기엔 좀 그래보이도록 만들긴 했으나)
왜냐하면 주역급 캐릭터 대부분에게 공과 과가 다 있거든요. 주역 캐릭터(로켓단 포함)들과 마을사람들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실수가 엄청 커졌을 때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소위 같은 편이라 해도 커버치기 좀 그런 과들을 몇 캐릭터가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 보고 나왔을 때 불호인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착해보이는 캐릭터라고 해서 다 옳은 선택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꽤나 리얼한 설정이긴 합니다.
이하는 영화 칭찬
기존 포켓몬 영화처럼 모두가 일치 단결해서 무찔러야 할 거대한 최종보스가 나오지 않음에도 적절히 긴장감을 부여하고, 주역급 캐릭터가 많음에도 정갈하게 스토리를 정리한 것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상황이 A에서 B로 넘어갈 때 관객들이 들만한 의문에 대해서도 빼먹지 않고(적어도 제가 인지한거 내에선) 캐릭터의 입을 빌어 친절히 설명도 해줍니다.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설정도 거의 없습니다.(히스이 할머니 개인 포스터 속 누워있는 마릴, 리아코도 다 어떻게 쓸지 생각하고 넣은 것)
그중 가장 놀란 부분 하나를 꼽자면, 극중 로켓단이 리샘 열매 주스를 파는 장면입니다. 그거보고 '게임설정 다 무시하는 영화판에서 리샘 열매가 나온다고?' 싶었거든요. 이 리샘 열매가 본가 게임에서 모든 상태 이상(맹독, 화상, 마비, 얼음 등)을 치료하는 열매인데, 나중에 이걸 포자구름 문제를 해결할 때 쓰더군요.
기존 XYZ 극장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라 할 수 있죠. 향후에 나올 포켓몬 본가 게임에서도 과연 이정도 수준의 이야기를 보여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발 일 좀 해라 게임프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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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영화의 기본 줄거리나 핵심가치가 아동에게 철저히 포커싱돼 있으니 '성인도 재밌게 볼 수 있어요~'라고 확신 가득 담아 말할 수는 없지만
퀄리티 측면에서 거의없다님, 라이너님 등을 겁나 고생시킨 올해 몇몇 한국영화(...) 들에게 '제발 이정도라도 좀 해라'라고 보여주고 싶을 정도이긴 했습니다. 솔직히 포켓몬 영화 보고 나서 이런 표현을 쓸 줄은 몰랐네요.
5점 만점에 그래도 3.5점 이상은 주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영화관들이 포켓몬 영화가 돈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개봉 일주일만에 관람 가능한 영화관이 팍 줄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 당일 서울에서 이렇게 보기 힘들 줄은 몰랐네요.
P.S
근데 하나 의문인 점은, [피죤]도 나오는데 [피죤투]는 왜 안 나오는거죠?
1, 2세대가 주역인 포켓몬 극장판이고 마을도 바람의 도시인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