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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2/09 12:48:58
Name 시드마이어
Subject [일반] 1749일 연애 끝 (수정됨)
그녀와 사귄지 4년하고도 9개월이 넘었습니다. 사이사이에 위기가 없었던건 아니지만, 점점 더 깊어지는 관계 덕분에 다들 언제 결혼하냐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이별은 한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저에겐 대처하지도 못할만큼 빠르게 찾아왔는데, 그녀는 오래전부터 조금씩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그녀의 마음이 식어가는걸 모른진 않았습니다.



눈을 보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



즐거움도 화도 표현하지 않는 것.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나에게 궁금한 점이 없어진 것.



스킨쉽이 줄어든 것.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





오랫동안 만나다보니 저도 한 때는 마음이 식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3년 전 이맘 때에도 저희는 헤어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이 좋아지고 있었고, 그녀도 다른 남자로 인해 흔들린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다시 돌아왔는데, 이번엔 그녀만 떠났습니다.



이번의 이별은 그전의 이별과는 달랐습니다. 입이 말라 밥을 먹지 못했고,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멍하니 있다가 슬퍼하다가를 반복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많이 좋아하는데, 그동한 못한 선물도 많이 해주려 했는데 갑자기 듣게된 이별통보였으니까요.



그녀를 찾아가서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냥 싸운 것처럼 다시 화해하고, 돌이킬 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하루종일 그녀를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와 오랜 연인으로써 제 이야기를 들어줄뿐 눈빛엔 사랑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잡은 손엔 어떤 감정도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불과 한 주 전만해도 함께 데이트 약속도하고, 웃고 떠들었는데, 그녀는 오랫동안 조금씩 준비했나봅니다. 그 데이트가 마지막 데이트이고, 마지막 기회였다는걸 저는 몰랐습니다.



다음에 제가 다른 분과 사랑을 하게되면, 그때는 조금 더 이별을 잘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아쉬운건 크지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사랑했고, 제가 가진것에서 최고를 주려고 했으니까요. 그녀도 그랬던 제 모습을 알기에 식은 마음으로도 만났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마음이 많이 저도 정리된 것 같습니다. 여전히 보고 싶고, 좋은 추억이 너무도 많은데, 이제는 한켠에 두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다른 건 안 아쉬운데, 그녀가 이제 저를 보고 미소짓지 않는 모습이 슬펐습니다. 한 때는 만나기만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보곤 했었던 표정이 이제 사라진걸 보면 제가 사랑했던 사람은 이제 없구나 알게 됩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이제 큰 의미가 없구나.



오랫동안 행복했습니다.

덕분에 살 힘을 얻었고, 제 젊은날 힘든 시기에 함께해줘서 고맙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그때는 좋은 친구로써 보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친구로써 만나고 싶습니다.

당신께 감사하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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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스만
18/12/09 13:00
수정 아이콘
제가 이별한 게 아닌데도 요즘 피지알에 이별했다는 글이 눈에 많이 띄고 읽고나면 가슴도 아픕니다. 감정적 공감도 많이 되고..
4년 9개월이면 금방 정리될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옳바른 방향으로 쭈욱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화이팅!
외력과내력
18/12/09 13: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젯밤 EBS에서 틀어주는 <500일의 썸머> 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글쓴님께 추천드립니다. 1749일간의 시드마이어, 님이 살아내실 앞으로의 시간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
복슬이남친동동이
18/12/09 13:05
수정 아이콘
이 정도로 오래 만나본 적은 없어서 적절한 위로가 될까 싶지만, 이제까지 1749일동안 못하셨던 거 맘껏 하시고, 새로운 사랑으로 잊으시길 바래요.

예상치 못했던 이별통보, 2번 정도 들어봤지만(사실 이별당한게 2번이라 전부 예상 못했군요..) 저도 전부 돌이켜보면 분위기로는 읽히는데 설마 정리할까 싶었던 거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새로운 사람 새로운 만남 다 찾아오더라고요. 본인에 집중하시는 좋은 시간 되실것같아요!
도라지
18/12/09 13:12
수정 아이콘
지금은 다시 만나고 싶다고는 하지만, 나중되면 다 잊어버리실겁니다.
만나도 딱히 할 이야기도 앖을거에요.
그냥 자기자신에 집중하시는게 최고입니다.

뭐 복수심에 불탄다면, 나중에 성공해서 찾아갈 수는 있겠지만요 크크크
돈퍼니
18/12/09 13:16
수정 아이콘
하이고 그 기간이면.. 한동안 마음고생하시겠네요.
시간이 답이니 힘내시란 말밖엔.
Janzisuka
18/12/09 13:20
수정 아이콘
행복한 시기를 함께 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내일도 다시한번 살아가야죠.
토닥토닥
18/12/09 13:21
수정 아이콘
같이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음냐리
18/12/09 13:30
수정 아이콘
아니 난 연인관계 끝나고 결혼한다는 결말로 기대했었는데...그러면 진정한 헬이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마음 잘 추스리길 바랍니다. 어짜피 세상인구의 절반이 여자입니다. 또 다시 좋은 짝을 찾겠죠.
18/12/09 13:44
수정 아이콘
같이 힘내요 화이팅
18/12/09 13:45
수정 아이콘
나중에는 좋은 기억만 남기를 바라며, 소소한 위로를 전합니다.
foreign worker
18/12/09 14:07
수정 아이콘
두달 전에 3년 만난 여친과 헤어졌죠. 만나러 비행기 타고 가야하는게 너무나도 힘들었네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좋은 기억만 남겨두고 싶은데 죄책감이 없어지지 않네요...
눈이내리면
18/12/09 14:45
수정 아이콘
나중엔 그런 사랑이 한번이라도 찾아왔음에 감사하게 되더군요.
행복을 찾아서
18/12/09 14:55
수정 아이콘
저도 딱 시드마이어님과 같은 방식으로 사랑했었고 헤어졌네요. 그리고 남겨진 그 마음도 꼭 그 때의 제 마음같아요. 대신에 좀 달랐던 것은 이미 마음이 떠난 그 사람을 제가 5년 넘게 잡아두고 있었다는 점이네요. 어떻게든 돌려볼까 노력했지만 이미 떠난 마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럴거라면 그 사람이라도 편하게 좀 보내주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직도 후회합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젊은 시절 너무나 행복했고 좋은 기억만 남겨준 사람이라 원망하는 감정은 전혀 없어요.(솔직히 다 행복하지는 않았고... 원망하는 감정도 조금은 있을지도... 크크크) 많은 시간이 흘러 저는 잘 이겨냈습니다. 시드마이어님도 잘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좋은 인연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힘내thㅔ요!!!
18/12/09 15:34
수정 아이콘
읽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네요
밥이 잘 안넘어가는 그 심정
뭔가에 온전히 매달릴수 없는 그 마음..
저도 만으로 4년을 만나고 헤어진 그때가 생각나네요

펑펑 우세요
울고 또 울다보면 울었던 힘으로 살아갈 힘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에피톤프로젝트
그대는 어디에/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노래만 한 시간 넘게 틀고 그 시간 내내 울기만 했습니다.
울고 나니까 잠깐은 개운해졌어요.

오랜 사랑은 시간의 절약을 미덕으로 삼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겨내시는데 오래 걸리겠지만 더 나은 시드마이어님이 되는 담금질을 하는 시간이니까 잘 이겨내실거라 생각합니다!
유열빠
18/12/09 16:43
수정 아이콘
세상에 반이 여자임.. 힘내라.
우리고장해남
18/12/09 18:23
수정 아이콘
1달 전에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어요. 이번이 3번째 헤어짐이라서 무덤덤 하긴 했는데, 막상 같이 찍었던 사진들이며 편지를 봤는데.. 그 친구는 평소에 사랑한다는 얘길 잘 안하는 친구인데 편지에서는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쓰여있는 걸 보고 울컥했습니다.

지금도 보고싶고 달려가고 싶은데 마음이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잡을수도 없고 제가 그만큼 덜 사랑해서 그 친구 마음이 식어버린건 아닐까하는 후회도 있네요.

같이 힘내요! 슬픈노래 듣지말고 즐거운 노래, 즐거운 생각하면서 견뎌냅시다.
대구머짱이
18/12/09 18:36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v=pXXpe1rEkcQ&list=WL&index=103&t=0s
실연에 대한 유투브 영상인데..
실연은 마치 약물을 끊는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힘내세요.. 무슨 말로도 위로가 안되겠지만 님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습니다.
18/12/10 10:24
수정 아이콘
'로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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