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염따 - 그럼 본래 염따는 뮤지션이라기보다는 방송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정확히는 대중들에게는 무한도전 돌+아이 콘테스트에 출연한, 하하의 푸쉬를 받는 방송인 지망생 중 하나였을 것이고, 힙합팬들에게는 '래퍼'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는데 래퍼라기보다는 방송인에 경도되어 있는 이미지였다. 그리고, 염따는 하하가 되지 못한 채 잊혀지는 듯 보였다. 그런데, 2016년 신보를 들고 온 염따는 그닥 높지 않은 기대치를 고려할 필요조차 없이, 여러 번 돌려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수작을 내놓았다. 힙합의 가장 큰 미덕을 솔직함으로 본다면, 염따는 그 미덕에 매우 충실한 뮤지션이다. 이 곡에서 그는 자신을 과시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높은 자존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강동'을 빌어서. 유려한 싱잉-랩과 함께 통통 튀는 플럭 신스 루프로 진행되는 음악적인 구성 역시도 매력적이다. 힙합에 대해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2. lil peep - life is beautiful 이모 랩의 선두주자이자, 작년 안타깝게 요절한 릴 핍은 일반적인 힙합 뮤지션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다른 성장 배경과 음악색깔을 가진 뮤지션이다. 우선, 그는 스웨덴계 백인이다. 힙합에서도 인종을 구분짓는 것은 촌스러운 역차별일 뿐인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어찌됬건 힙합은 아프로-아메리칸 문화적 맥락이 짙게 배어있는 음악이다. 게다가 릴 핍은 에미넴과 같은 흑인들보다도 소외된 화이트 트래시 출신도 아니다. 비록 그의 청소년기에 이혼하긴 했지만,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대학 교수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심지어 그는 높은 학업 성취도를 자랑하는 학생이었다.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음악에는 '백인갬성'이 짙게 배여있다. 그와 함께 이모 래퍼들 중 가장 돋보였던 XXXTentacion이 거의 모든 주류 장르들과 힙합 사이의 균형점을 절묘하게 찾아냈다면, 릴 핍의 음악은 좀 더 락 사운드에 치중해 있다. 물론, 힙합과 락 사이의 크로스오버는 전혀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릴 핍은 lo-fi를 통해 그 두 사운드를 한데 묶어 가장 유기적인 결합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의 이른 죽음이 너무나 아쉽다.
그는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기까지의 짧은 삶에서, 언제나 우울증이라는 괴물과 맞서야만 했다. 그것은 그 개인에게는 불행이었지만, 그의 음악에 묻어있는 짙은 우울감은 더더욱 그로 인해 설득력을 가진다. 릴 핍의 사후 앨범에 수록된 이 곡에서 릴 핍은 누구에게나 흔하게 닥치는 인생의 비극들에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삶은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담담하게 읊조린다. 그는 과연 자신의 삶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느꼈을까. 이제는 그 누구도 그에 대해 질문할 수 조차 없다. R.I.P.
3. Pusha T - Untouchable 한국의 마약왕이 송강호라면, 미국 힙합씬의 '마약왕'은 Pusha T다. 사실 소위 갱스터 기믹은 이제는 말 그대로 그저 클리셰적인 '기믹'이 된 감이 있지만, Pusha T는 진짜다. 실제로 그는 래퍼로 데뷔하기 전, 마약상으로 꽤 짭잘한 수입을 올렸다. 동방예의지국이었으면 당장 너 매장 물론, 그의 그러한 '마약왕' 이미지가 힘을 얻는 이유는 그가 랩이라는 창법이 가진 청각적인 쾌감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능력을 가진 것도 모자라, 그러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뛰어난 비트 초이스 감각을 갖춘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그냥 미친듯이 음악을 잘 한다. 이미 죽은 Notorious B.I.G의 목소리를 빌려 '난 Untouchable'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모습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진짜 힙합'이라는 단어를 붙였을 때, 그 누구도 반박하기는 커녕 고개를 끄덕일 뮤지션이 바로 Pusha T다. 정말로 고순도의 힙합이 무엇인가 느끼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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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쇼미더머니는 힙합의 일부일 뿐이지, 힙합이라는 장르의 스펙트럼은 그보다 더 넓습니다. 단순히 '경연용 랩'을 잘 한다고 '음악'을 잘 하는 건 아니죠. 일례로 이번 쇼미의 주인공들인 나플라나 루피를 비롯한 메킷레인 맴버들은 랩 실력에 비해 씬에서의 음악적인 평이 상당히 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