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1호선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서로 양보하느라 모두가 서 있었다. 사람들 모두의 표정은 평온하고 즐거워 보였다.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손잡이를 꼭 쥐고 서있을뿐 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좌석에 폭탄이라도 설치된것이 아닐까 순간 고민했으나 이내 그럴리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모두가 서 있으니까 어쩐지 나도 앉기가 미안했던 것이다. 오 그러나 나는 다행히 뻔뻔한 놈이었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니 이사람들이 왜이래? 하는 표정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좌석 끝자리, 머리를 기대고 편히 쉴 수 있는 바로 그 자리에 태연하게 앉았다.
근데 자리에 앉아서 보니까 서 있는 사람들이 남녀노소들이 아니라 모두 중년을 훌쩍 넘긴 노인네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앉자마자 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것은 무언의 채찍질이었고 시선의 주먹질이었다.
오 그러나 나는 어쩐지 오기가 솟아났다. 이렇게 자리가 많은데 뭐? 왜들 이래?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극심한 피로가 찾아왔다. 흡사 이틀밤을 샌 것 같은 피로였다. 잠이 쏟아져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문득 나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다시 보니 그들이 날 보는 시선이 묘했다. 그들의 눈길에는 측은함이 담겨 있었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아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전철에서 내렸다. 그들은 내가 일어난 것이 아쉬운 눈치였다.
생각컨대 서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가 늙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다행히 일찍 일어나서 마음만 좀 늙었다.1호선에서 모두가 서있으면 조심해야한다. 끔찍하게 늙어버릴뻔 하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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