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작화 과정을 통해 그려지는 움직이는 그림과 움직이지 않는 배경 그림 두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이 두 종류의 그림 중 배경 그림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미술감독과 배경맨들입니다. 미술감독과 배경맨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애니메이션 속 배경을 만들어 내는지 간단히 살펴보죠
제일 먼저 필요한 일은 미술 설정입니다. 앞으로 만들 애니메이션 속 공간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결정합니다. 집이라면 집이 어떤 모양인지 방은 어떻게 되어 있고 방 구조는 어떻고 주변 거리와 공간은 어떻게 생겼고 하는 걸 감독과 협의해 가며 그려 냅니다.
이런 식으로 생김새를 결정합니다
작품의 미술 감독이 미술 설정을 맡는 경우도 있는 한편 따로 미술 설정 담당이 있어서 해당하는 사람이 그리기도 합니다.
미술 설정이 끝나면 미술감독은 미술 보드를 그립니다. 미술 보드는 애니메이션 풍경과 공간이 어떤 풍으로 그려질 지에 대한 견본입니다.
감독과 색지정과 협의하며 미술감독은 작품 속 공간들이 어떤 색과 느낌으로 그려질지 협의한 후 미술 보드를 그려 나갑니다. 이 단계에서 기본적으로 작품 전체의 공간감이나 색감 등이 결정되죠.
애니메이션이 본 제작에 들어가면 각본 콘티를 거쳐 레이아웃이 나옵니다.
레이아웃이란 애니메이션 갓 컷의 가장 기본이 되는 그림으로, 이 컷에서 화면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고 배경이 어떤 식으로 배치되고 그려질지가 다 담깁니다.
레이아웃이 나오면 미술감독은 레이아웃 속 배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한 지시를 하고 레이아웃과 미술감독의 지시를 받은 배경맨들은 저것들을 바탕으로 배경 그림을 그립니다.
이렇게 그려진 배경은 원화 동화 채색을 거친 그림과 합쳐져 완성된 애니메이션 그림이 됩니다.
언젠가부터 애니메이션 속 배경 그림의 완성도를 말할 때도 작화가 어떻다란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만,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작화라 하는 건 원화 동화 채색 과정을 거치는 부분의 그림에 대해 말하는 거고 배경 그림은 저런 과정과 병렬로 미술감독 주도 하에 진행되는 제작 과정입니다.
비유하자면 작화는 실사 영화에서 인물과 연기이고 배경미술은 실사 영화에서 촬영과 미술 부분에 해당한달까요. 작화 쪽 애니메이터들이 동세를 포착하는 크로키와 인체 데셍을 바탕으로 한다면 배경맨들과 미술감독은 풍경화와 정물화를 바탕으로 한다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렇게 애니메이션에서 배경미술 부분과 작화 부분은 결을 달리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메이션 속 미술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감독입니다. 언어의 정원까지는 아예 미술감독을 겸임했고, 제작 규모가 커진 너의 이름은에 가서는 미술 감독을 따로 두긴 했지만 미술 감독들에게 직접 포토샵을 가르쳐 가며 철저하게 배경미술을 자신이 주도했죠.
이렇게 적긴 했는데 사실 애니메이션에서 배경미술 영역은 애니메이션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배경미술이 잘 된 작품은 보는 화면이 커지면 커질수록 화질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더더욱 빛을 발하며 작품 전체에 생생한 맛을 더합니다.
잘 모르는 저도 아는 미술 감독 세 사람을 간단히 적어보죠.
고바야시 시치로
빨간망토 챠챠를 티비로 보면서 참 묘하게 수채화 같은 배경이 예쁘다 싶었습니다. 얼마 후 천사소녀 네티를 보며 야 배경 그림 예쁘네 하면서 얼핏 챠챠와 비슷한 거 같기도 하는 느낌을 받았죠. 저 두 작품의 미술감독이 고바야시 시치로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미술감독의 대명사. 참아하기만 하면 작품에 어울리는 멋진 배경빨과 색감을 더하는 대가. 데자키 오사무 감독과 함께한 보물섬, 내일의 죠2. 빨간두건 챠챠. 괴도 세인트 테일. 소녀혁명 우테나. 투하트.
오구라 히로마사.
패트레이버 극장판 1편과 2편과 공각기동대에서 생생하게 펼쳐진 도시 풍경은 강렬했습니다. 한참 지나서 극장에서 본 왕립우주군 속 풍경들은 사람을 압도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저런 풍경들을 그려낸 사람이 오구라 히로마사입니다. 수병위인풍첩 인랑 라스트엑사일. 오시이 마모루는 풍경을 통한 은유를 즐겨하는데 그런 은유가 빛을 내는 데는 오구라 히로마사의 힘이 더해져 있습니다.
오가 카즈오
스튜디오 지부리의 작품 속 풍경을 그려내는 사람이라고만 해도 더 설명 필요 없을지도요.
생생한 자연 풍경들. 오가 카즈오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연두색 가득한 자연들입니다. 물론 자연 풍경만 잘 그리는 건 아닙니다. 요수도시 같은 음울하고 기괴한 도시 배경도 잘 그려낸 사람이 오가 카즈오니까요.
생각난 김에 배경미술 쪽이 탄탄한 제작사들을 생각나는 데로 꼽아보면, 교토 애니메이션, pa works, jc staff. 등등이 일단 떠오르네요. 배경미술 쪽을 적당히 넘어가는 제작사들이 상당수인 반면에 저 회사들은 작품마다 배경미술에 공을 들이는 게 보입니다. 큰 화면으로 보면 볼수록 더욱 티가 나죠.
글이 좀 날림이긴 한데, 2D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요소에는 배경 그림 또한 있고 이 쪽은 미술감독과 배경감독 배경맨 같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정도는 애니메이션 즐기는 김에 알고 계셨으면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배경도 3D로 처리해 버리기도 하고 배경 그림 그까짓 거 라는 식으로 빈 칸만 채우다시피 하는 배경 그림으로 된 애니메이션들도 있지만, 배경미술에 힘이 들어간 작품들은 보면 볼수록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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