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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0 01:26
-헛방구
똥이 나올라고 발광하기 전엔 으레 두가지 전조가 있는데 하나가 복통이요, 하나가 방구다. 두 증상이 모두 있다면 필똥이고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반똥이다. 증상이 없는데 나왔다면 지린것이다. 저녁 먹고 집에왔는데 방구가 나오더라. 느낌상 이건 헛방구라는 촉이 왔지만 냄새가 심상치 않아 일단 변기에 앉았다.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가스는 조금 나는건 어찌 알았는지 역시나 가스만 푸슉푸슉.. 문득 이건 인간의 존엄을 심각히 건드리는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먹고자고싸고가 프로그래밍 되어있는데 그 중 한 작업이 자꾸 에러가 나니까 말이다. 그래서 신께 따졌다. 나 : 아니, 레알 나올것 처럼 하더니 이러면 좀 반칙 아닙니까? 자고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좀 풀고 살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신 : 근본적인 욕구는 식욕, 성욕, 수면욕이다 이과놈아. 너는 근본적인 욕구는 다 충족하고 똥만 못싼거니 깝 노노해 나 : 아닌데? 성욕..알지 않음? 신 : 아 맞다.
17/12/20 02:14
이제 500모아서 가면
언제적 얘기하십니까 작가님~ 이제 1000은 주셔야... 바로 충달님의 고료는 마이너스 천만원이 되었습니다.
17/12/20 13:10
저는 때로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 이 시를 찾습니다.
이 시가 마스터충달님에게도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17/12/20 15:38
저는 그저 등 따숩고 배 부르면 그만입니다. 굳고 정한 갈매나무 같은 건 없어도 괜찮아요. 근데 차마 아닌 것은 아니라는 같잖은 오기만은 절대 포기할 수가 없더군요. 그게 제 갈매나무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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