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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7/11/02 09:48:13 |
Name |
목화씨내놔 |
Subject |
[일반] 예전에 들었던 시조 |
중고등학교 정규교육 시간에 소설, 수필, 시, 시조 등 다양한 분야의 문학을 다루게 되죠
지금은 1년에 소설 한편 읽기가 힘들지만 그 때는 왜 그런지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영화로 빠져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는 망상으로 열심히 시나리오를 썼던 적도 있죠
항상 매학기가 시작하면 받아든 국어 교과서에서 소설 부분을 먼저 읽는 것이 학기 초의 일과였죠
소설과 수필만 읽었지 시나 시조는 읽지를 않았습니다
잘 안 읽히기도 하고 공감이 안간다고 해야하나요?
국민의례 시간에 애국가도 목청껏 부르던 제가 애국심이 부족하지는 않을텐데 아니면 그 시대에 살지를 않아서 그런건지
이육사님 같은 시인들의 시를 보면 와 잘 썼다 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쫄보라서 그런지 시만 보고도 두려움을 느끼다니 ㅠㅠ
시조는 그런 거부감보다는 뭔 말인지 모르겠는게 더 컸지요
옛 어른들의 언어 유희를 이해하기에는 제 머리가 딸렸는지도 크크
고등학교 옆에 도서관이 하나 있어서 매주 이런저런 책을 빌려서 읽었는데 소설 중에 어느 한 구절에서 황진이의 시조를 인용하더군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이거를 딱 읽는데 와 멋있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한국 문학에서 자주 말하는 한이라는 개념도 없고 (아마 한이라는 개념이 제가 무서워하는 이유인지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표현이 아주 애절하지도 않고
표현은 현대말로 위트 있고
흔히 말하면 찐하게 썸탄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놓고 애절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사랑을 표현하는 크크
제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어떤 자연인 분이 저 시조를 읊더라고요
그 때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나서 글을 적습니다
지금은 글쟁이의 꿈을 버리고 그냥저냥 일하고 있지만 예전 생각이 나네요
황진이의 저 시조가 누구를 향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저 시를 받고 얼굴이 발그레해졌을 생각하니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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