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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0/08 18:10:19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토막글] 러시아 독재자 푸틴, 그는 어떻게 최고가 되었나?

푸틴은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인입니다. 러시아가 비록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사실상 푸틴의 1인 독재국가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1999년부터 2017년 지금까지 러시아를 지배하고 있는 그는 어떻게 그렇게 막강한 독재자가 되었을까요? 


아마 대부분 아시다시피 푸틴은 CIA와 자웅을 겨루던 소련 KGB 출신 정보요원이었습니다. 정보요원으로서 그의 스킬은 러시아가 민주화된 이후에도 정치판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었기에 그는 은퇴 후에도 정치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91년,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처음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시장 아나톨리 소브차크는 푸틴을 보좌관으로 기용하면서, 그가 직접할 수 없는 (또는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많이 맡겼다고 합니다. 사실 그는 구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법대교수였는데, 당시 푸틴이 그의 제자였다고 합니다. 아무튼 푸틴이 중앙정계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브차크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 후 푸틴은 1996년 FSB (KGB의 후신)의 원장이 되었고, 1999년에는 총리에 임명됩니다. 이렇게 초고속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시 정보요원으로서 가진 그의 능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쉽게 구하지 못하는 정보를 독점하고, 또 이를 자산으로 상대를 위협하거나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별적 정치인들을 상대로 1대1 매치에서 승리하는 것과 전 국민을 상대로,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다른 일. 


그는 어떻게 전국민적 지지를 받는 스타가 되었을까요?


(1) 정답은 역시 전쟁입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에서 승리한 지도자는 언제나 찬양받는 법.

90년대 말 러시아는 체첸전쟁으로 신음하고 있었는데, 무슬림이 다수인 체첸은 러시아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정규군은 반군에 불과한 이들을 상대로 몇차례 패배하기도 했고요. 게다가 이들은 2002년에는 모스크바 국립극장에서 대규모 인질극을 벌이고 민간인 백명 이상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푸틴은 단호했고, 체첸인을 상대로 결코 협상은 없을거라고 엄포하면서, 테러리스트를 모두 사살하고, 체첸 본토에 압도적 무력을 투입하여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합니다.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복수를 완수하고, 또 체첸인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그는 단숨에 전쟁영웅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2008년 약소국인 조지아를 상대로 전쟁하여 (물론 이 전쟁에는 당시 조지아 대통령 본인의 뻘짓도 상당히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당연히 승리하고 러시아인의 의지를 만천하에 알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2014년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정복)


(2) 게다가 국민들에게 아주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다 주는 쇼맨십에도 능했는데, 그는 인기와 국가권력을 기반으로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재벌)을 하나 둘 씩 격파했습니다. 그리고 재벌들의 부정부패와 갑질을 혐오하던 러시아인들은 이를 칭송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숙청이 오직 국민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러시아의 재벌들은 국가권력에 도전할 수 있을만큼, 푸틴보다 강력해질 가능성 있어서, 푸틴은 잠재적인 경쟁자들인 이들을 모두 제거하기로 한 것입니다. 


(3) 푸틴은 민족주의를 아주 능숙하게 이용합니다. 그는 러시아 정교회의 수호자이며, 러시아가 당한 민족적 불운을 극복할 메시아입니다. 그의 러시아는 핍박받고 외세에 능멸당하는 불쌍한 민족입니다. 그가 말하는 러시아인은 순수하고, 가정적이며, 정의롭습니다. 서방세계는 언제나 러시아를 능멸할 기회를 엿보고 있으며, 따라서 러시아는 이들의 음모를 저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러시아인은 단결해야 하며, 강력한 지도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아주 편리한 논리인게, 러시아의 불운과 고통을 모두 제3자의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권력, 또는 사설 깡패를 이용한 폭력 또한 상수입니다. 지금까지 푸틴에 비판적인 많은 기자들, 그리고 심지어 야당 정치인들이 의문사 하거나 살해당했습니다. 거의 누가봐도 암살인데도 푸틴은 당당하고, 오히려 그의 권력은 강화됩니다. 애초에 대놓고 사람을 죽여버리면, 이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되어 다른 이들이 감히 행동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오늘날 러시아에는 푸틴 이외에 다른 정치인의 얼굴(러시아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을 찾아볼 수 없고, 그가 없는 러시아는 상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푸틴도 결국 인간이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을텐데.... 푸틴이 사라지게 되면 러시아는 어떻게 될런지...후계자로 보이는 사람도 전혀 없는데 (후계자를 육성하면 그 후계자가 자기 권력을 위협할 수 있기에...) ...


서방 백인 국가 중에서는 가장 특이하고 독특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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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로즈
17/10/08 18:21
수정 아이콘
오바마도 한 전쟁 특럼프도 하겠죠.
걸스데이
17/10/08 18:25
수정 아이콘
몇년 뒤 미국 대통령 트럼프, 그는 어떻게 최고가 되었나? 라는 제목만 바꾸어서 다시 올라올듯
17/10/08 18:41
수정 아이콘
푸틴은 꼭두각시에서 벗어나 자신을 조종한 인물들을 쳐낸 정치적인 인물이죠. 옐친이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를 언급하지 않고 이 자의 권력집권과정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죠.
소독용 에탄올
17/10/08 18:57
수정 아이콘
140% 투표율 같은걸 보면 참..
아시안체어샷
17/10/08 19:03
수정 아이콘
푸어최?..
17/10/08 19: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푸틴이 잘 나가는 이유는 경제 문제도 큰 것 같습니다.
경제가 말 그대로 개박살이 나서 소련이 붕괴되었다가, 푸틴이 이어받고 나서 기름값이 오르면서 러시아 경제가 살아난 면도 있다고 하더라구요[전쟁에서 승리한 것도, 솔직히 말해서 경제가 받쳐주지 못했으면 바라기 힘든 일이죠].
그런데 이 러시아 경제가, 앞으로도 괜찮을지는 정말 알 수 없는 문제라.....

경제의 문외한이 그 나라 경제를 짐작할 수 있는 잣대 가운데 하나가 -이런 말 하긴 뭐한데- 윤락/불체더라구요.
- 예전에 아저씨들 모이는 사이트 하나를 눈팅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그리스가 그렇게 좋다'는 겁니다. 뭔 소린가 하니, 그리스에 가면 성매매하기가 좋다나요?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넘겼는데, 얼마 뒤 그리스 경제가 박살이 나서 뉴스에 떠들썩 하더군요.
그 때서야 이해가 가더군요. 뉴스에 나오지는 않지만 경제는 거의 기울어 있었고, 그 때문에 생활에 쫓긴 여성들이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성매매로까지 몰린 거였습니다.
- 중국도 경제발전의 효과가 좀 돌아가기 시작하니까, 불체가 확 줄었죠. 예전 같았으면 불체했을 사람들이 아무 일 없이 잘 돌아가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아마 경제가 휘청하면 다시 늘겠지만.
- 카자흐스탄도 중앙아시아의 자원강국으로 불릴 때는 멀쩡했는데, 유가하락해서 경제 어려워지니까 불체가 늘어나더라구요.

이 잣대로 보면 러시아도 심상치 않습니다.
구소련 무너지고 꽤 오랬동안, 러시아 여성들이 와서 성매매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죠.
그러다가 러시아 경제가 살아나면서, 러시아 여성들이 성매매하는 경우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전보다 정말 많이 줄었었습니다[보통 러시아 여성 성매매로 광고되는 건들이, 잡고보면 러시아가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말하자면 허위/과장광고랄까요?].
일반 불체자도 정말 많이 줄어서, 불체다발국가[법무부 장관이 불체다발 국가로 고시하는 국가들입니다]에서도 2012년 즈음인가? 빠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러시아 쪽 불체/성매매가 다시 심상치 않습니다. 한마디로 많이 잡혀요.
러시아 쪽 살만할 때는 잘 오지 않던 사람들이, 배 한척에 수백명씩 타고 오더니 불체한다더라구요.
제가 경제쪽은 문외한이라서 이런 말 하긴 뭐한데, 러시아 경제가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러시아 경제가 다시 무너진 다음에도 푸틴이 좋은 평가를 받을까?
그건 지켜봐야 하겠죠.
Dark and Mary(닭한마리)
17/10/09 18:20
수정 아이콘
참신한 의견이시네요. 윤락/불체율이라니..
혹시 정확한 통계자료를 얻을수 있는 소스가 있을까요?
불법체류자의 국가별 통계라던가요...
무무무무무무
17/10/08 21:06
수정 아이콘
푸틴의 집권배경과 현재의 독재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지지율의 이유를 가장 잘 말해주는 영화가 에어포스 원이죠.

러시아에 갇힌 죄수를 석방시키기 위해 테러범이 미국 대통령을 납치해 (꼬봉인) 러시아 대통령에게 명령을 내리라고 하고 그 명령에 충실히 따르다가
미국 대통령이 구출되자마자 급히 죄수를 다시 잡는 자국의 대통령을 보는 러시아 사람들의 심정이 어땠겠습니까.

지금의 푸틴이라면 그런 영화는 만들어질 수가 없는거죠. 미국 대통령이 처형되든 말든 눈도 깜빡 안할테고 테러범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테니.
17/10/08 22:06
수정 아이콘
3번째를 설명한 영화는 <리바이어던>이네요.
성경의 욥의 이야기처럼 한명의 남자가 파괴되고 철저히 무너지는 모습으로 러시아의 현체체를 잘 표현합니다.
시나브로
17/10/09 16:45
수정 아이콘
이거 새벽에 본 건데 진짜 좋게 본 댓글..
테바트론
17/10/08 21:32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v=YgGzAKP_HuM
푸짜르 춤실력 보고 가시죠
lotto tester
17/10/09 03:2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
앙골모아대왕
17/10/09 07:44
수정 아이콘
우리도 불과 몇십년전 비슷했죠 박정희나 전두환
그래도 러시아는 투표권이라도 있고 언제가는 민주시스템이 정상작동할 가능성이라도 있죠 중국은 아예 정치 체제가 공산당 시스템이죠
신의와배신
17/10/11 09:27
수정 아이콘
박정희 집권기에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헀고 전두환 집권기에 물가를 극적으로 낮추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초적인 남자들에게 유신 말기 전두환 초기는 최고의 시간이었을겁니다. 경제는 나날이 좋아지고 똑똑한 사람들은 데모하느라 바빠서 경쟁자가 적었는데 밤의 환락은 무엇이라도 가능했던 시기였거든요
서지훈'카리스
17/10/09 08:26
수정 아이콘
고르바초프를 비롯한 친서방정권 등이 부패로 망하면서, 푸틴이 재벌을 때려 잡으면서 인기
하지만 결국 저유가 하의 세상에서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러시아 정권은 점점 기울긴 할 것 같습니다.
빛당태
17/10/09 21:47
수정 아이콘
정보가 담긴 토막글 감사합니다
17/10/09 22:03
수정 아이콘
지금은 푸틴이 요리조리 머리 잘 굴려서 러시아가 좀 잘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쇠락해가는 러시아의 겉면을 잘 포장하는 것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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