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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24 16:50:48
Name Serapium
Subject [일반] 유게 헬조선의 조별과제를 읽고 문득 떠오른 나의 조별과제 이야기


유게에 있는 헬조선의 조별과제를 보며 피식하다가
문득 저에게도 비슷한(?)일이 있었던게 기억나서 여기 한번 풀어봅니다.

바야흐로 마지막학기를 맞은 저는 당시 6학점만 들으면 졸업이었기에 널널하게 평소에 듣고싶었던 교양 수업 2개를
신청하고 수업보다는 대학원준비에 열을 올릴 계획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음악관련 수업이었는데 강의계획서를 보니 기말과제가 2인1조 조별과제였습니다. 보통 이럴땐 출석순서로 2명 조를 만드는 경우가 많기에 저는 미리 누가 저의 파트너가 될지 출석을 부르는 동안 유심히 살펴봤고, 절망했습니다. 교수님이 자기이름 부르는 타이밍에 정확히 맞춰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던 그녀는 이쁘장한 신입생처럼 보였습니다. 거기에 등뒤에 첼로처럼 보이는 커다란 악기를 지고 있었습니다.

... 저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경험상 바람직한 조원은 아닐듯 했습니다. 한숨을 한번 쉬고, 조별과제를 혼자 다하게 될때를 대비해서 수업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제발 중간에 수강포기를 하길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학기 중반쯤에 결국 예상대로 같은 조원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일단 조원이니까 옆에 앉긴했는데 수업도 제법 빼먹고 온다해도 별로 얘기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저는 그때부터 혼자 조별과제를 준비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조별과제는 어차피 한사람이 쫙 하는게 훨씬 일관성있고 논리정연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오히려 혼자하는게 편하기도. 그래서 혼자 준비하는게 딱히 기분나쁘거나 하지않았습니다. 왜냐면 저도 2학년때 연애질+악기에 미쳐서 조별과제를 조장 형이 80%이상 하게 만들었던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죠...

조별과제 발표 이틀전쯤에 이 아이의 대본을 만들고 있는데 네이트온이 딸랑 울리더군요.
"오빠, 저희 근데 발표준비 안하나요?"
"응 지금 만들고 있어"
"헐 벌써 시작하셨네요... 제가 뭘하면 될까요?"
(ppt파일을 보내며)"당일에 이거대로 발표할꺼야"
"????"
"아 니가 좀 많이 바빠보이고 해서.. 내가 그냥 다 준비했어."
"헐...."
"그리고 대본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이거 외워서 발표하면 될거같은데... 일단 초안보내줄테니까 한번 읽어봐"
"헉... 오빠 정말 죄송해요..."
"크크 괜찮아 내가 졸업학기라 시간이 많아서(사실 없음)... 그리고또 책 몇페이지부터 몇페이지까지는 좀 읽어놔야
나중에 발표할때 혹시 질문들어와도 얘기할수있을꺼야. 그정도는 할수있지?"
"네... 오빠 너무 감사해요ㅠㅠ"
"괜찮아 크크 니 파트나 잘 외워."

대망의 발표날, 그녀는 좀 버벅이긴했지만 발표는 그럭저럭 순조로웠고, 마치고 나오면서 종강을 만끽하려 하는데 그녀가 부르더군요.
"오빠 진짜 고마워요 ㅠㅠ 제가 밥한번 사도 될까요?"

...솔직히 흔들렸지만 그떄 만나던 사람이 있어서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을 할만한 말을하며 거절하고 맙니다.
"괜찮아, 오빠도 너만할때 이래저래 정신없어서 조별과제 안하고 있다가 조장형이 다 해준적있어. 그땐 뭐가 그리바쁜지... (아련한 시선처리)
밥은 됬고 대신 너도 나중에 신입생 후배랑 조별과제 하면 니가 도와주면 되겠다."

써놓고 보니 pgr스러운 결말은 아닌것도 같네요. 제가 덥썩 저걸 물었는데 사실은 남친이 있었다던지 하는 결말이 왠지 정의로운(..)느낌이 들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요즘 하도 조별과제로 인터넷이 시끄러워서 생각나서 한번 써봤습니다.
지금쯤 졸업했을 그녀는 과연 저처럼 어떤 신입생을 도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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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오스
17/06/24 17:21
수정 아이콘
아니 다른 조장 오빠는 혼자서 발표준비 다해주던데 오빠는 그거하나 못 해줘요?
Serapium
17/06/24 23:30
수정 아이콘
크크크 그래도 그정도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3막2장
17/06/24 17:22
수정 아이콘
오 피지알 다운 훈훈한 결과군요~
17/06/24 17:28
수정 아이콘
흐뭇하네요.
물맛이좋아요
17/06/24 17:31
수정 아이콘
저는 2인 조별과제에서 후배놈이 연락이 안되더군요.

"야, 지xx이 요즘 연락 안된다. 금마 어디갔노?"

"형, 지xx이 입대했는데요.."

???

왜죠..?
17/06/24 18:19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조교 : XX야 니랑 같이 하던 @@ 군대간다고 안나온다는데?


...헐?
스웨트
17/06/24 17:34
수정 아이콘
?? : 어우 예의상 밥산다고 했는데 안먹는다네 다행이다..
Serapium
17/06/24 23:31
수정 아이콘
아 저도 다행이거등요! 흥칫뿡
크크크크크
17/06/24 17:39
수정 아이콘
어휴 다행이다.
달토끼
17/06/24 17:39
수정 아이콘
조별과제.... 정말 혼자하는게 훨씬 낮습니다. 발표 매니아 교수님의 수업에서 2인 1조로 발표하게 되었는데 조원이 수강취소해서 혼자했죠. 결과는 대박. 발표 내용에 대한 이해도 잘 되고 100번 좋습니다.
17/06/24 17:49
수정 아이콘
어제 밤에 글 쓰신 분과 같은 닉의 플레이어를 글옵에서 봤는데 혹시...??!?!?!?
Serapium
17/06/24 23:31
수정 아이콘
글옵이 뭔가요?? 이 아이디로 하는게임이 딱하나있긴한데...
17/06/25 12:34
수정 아이콘
FPS계의 본좌인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최신작인 글로벌 오펜시브...입니다
Serapium
17/06/25 15:37
수정 아이콘
아 아니네요... 이거 고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분관? 이름이라서 다른 사람이 쓴다해도 이상할게 없을듯하네요
후마니무스
17/06/24 17:59
수정 아이콘
정말 이쁘장 했나요?

그짓말~
Serapium
17/06/24 23:32
수정 아이콘
이쁘장! 했습니다. 이쁜건아니구요...
17/06/24 18:07
수정 아이콘
컴퓨터과는 조별과제에 그리 큰 마찰이 없어서..
그냥 잘하는놈이 첨부터 끝까지 다하는게 가장 좋아서.

저도 제가 선정,준비,개발,발표까지 다 했지만
조원들에게 어떤 불만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괜히 모듈 몇개 맡겠다고 안해서 고마웠죠.
17/06/24 18:43
수정 아이콘
삐빅! 자기자랑입니다
박진호
17/06/24 18:17
수정 아이콘
아 결혼까지했어야 진정한 배드엔딩인데
Serapium
17/06/24 23:32
수정 아이콘
엌 도대체 몇단계를 건너뛴겁니까
화이트데이
17/06/24 18:24
수정 아이콘
저도 대학생활 내내 조별과제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냥 1명이 캐리하는 시스템이 낫습니다. 나머지가 서포트하는 형태가 되고요.
17/06/24 18:28
수정 아이콘
잘하셨습니다. 공명의 함정에 빠지시지 않으셨네요.
해피바스
17/06/24 18:36
수정 아이콘
저는 복수전공으로 늦게 들어간 수업인데 도저히 따라갈 자신이 없어서
과제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음료수 밥 간식 살테니까 이름 빼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서 조별과자를 넘긴적이 있죠
제 조원들은 다같이 참여해서 과제 나눠서 분담하는 착한 조원들이었는데 내내 미안했습니다
17/06/24 23:11
수정 아이콘
조별과자!!!
Serapium
17/06/24 23:33
수정 아이콘
저 아는형은 매번 치킨을사시더군요... 효과는 훌륭했구요 크크
토실토실
17/06/24 18:59
수정 아이콘
결말이 훈훈한게 맘에 안드네요. 불편합니다. 결말 바꿔주세요.
Serapium
17/06/24 23:34
수정 아이콘
실화라 버틸수가... 아 아니 바꿀수가 없습니다!
예쁜여친있는남자
17/06/24 19:42
수정 아이콘
저는 원래 상경계열이었다가 조별과제 너무 싫어서 이중으로 컴공을 했는데 여기도 조별과제를 시켜... 심지어 더 어려워.. 그래도 본전공쪽은 협업의 느낌이 났는데 후자는 잘하는 사람 1명이 다하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발표랑 pt 만들고.. 근데 이렇게 하니까 오히려 갈등이 없음. 전자에서는 진짜 카톡짤방 같은일 좀봤죠
누네띠네
17/06/24 22:54
수정 아이콘
정말 신기한게 팀원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팀플보다
저 혼자 주도적으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거나 혹은 선배가 주도적으로 처리하고 시킨 일만 했던 팀플이
시간낭비도 덜하고 결과물도 훨씬 좋았습니다.
Serapium
17/06/24 23:35
수정 아이콘
혹자는 민주주의가 사회주의에 밀리는 이유라고 하더군요
17/06/24 23:07
수정 아이콘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도 편안히 잠들것 같아요. 크크 왜이렇게 웃음이나죠. 크크크 너무 훈훈해요.
Serapium
17/06/24 23:37
수정 아이콘
세상은 아직 온정이 남아있다구요 크크
cienbuss
17/06/24 23:29
수정 아이콘
확실한 팀장이 없거나 개개인간 역량차가 극심하면 혼자 하는 팀플이 아웃풋이 좋은데 팀장이 있고 방향성 통제가 잘 되고 개개인 역량이 전부 평균 이상이면 같이 하는 게 아웃풋도 더 좋고 재미도 있더군요. 그리고 전 소개팅 한다고 팀플 중에 짼 사람이나 하드트롤 해서 팀플 말아먹을 뻔한 여자사람은 자주 봤는데 하다 못해 밥이라도 사려는 여자팀원조차 별로 못 봤습니다... 친한 에이스 누나들이랑 서로 다른 팀에서 학점경쟁은 해봤어도....
Serapium
17/06/24 23:42
수정 아이콘
확실히 다같이 마음맞아서 으쌰으쌰 하면 재밌고 좋죠. 저도 딱 한번 그런 경험있긴한데... 근데 진짜 그럴일은 드물어서...
17/06/25 01:16
수정 아이콘
와 진짜 마음이 평온해지는 글이네요.
하긴 근데 저렇게 가다 '그게 지금의 누구 엄마입니다' '그게 내일 모레 제 와이프될 사람입니다' 같은 건 요즘 너무 평범한 클리셰가 되어버리긴 했..
테란해라
17/06/25 03:01
수정 아이콘
이쁘장한까지 읽고 결말을 유추해서 기분이 상했는데, 다행히 훈훈하네요. 좋은 경험담 읽고잡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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