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는 존재한다. 영화는 이를 입증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보고 진행된다. 홀로코스트의 존재에 대해서라면 생존자들과 가해자들,수많은 책들, 영화들이 있다. 굳이 다시금 존재를 주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부정하는 주장도 존재한다. 논리적으로 양립가능하지 않지만 마치 양립가능한 것처럼 생각해볼 수 있다. "존재"를 "존재에 대한 주장"으로 치환하면 가능하다. 홀로코스트의 존재vs부재를 홀로코스트가 존재한다는 주장vs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치환하면 된다. 쉽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주장이 있다. 이를 주장하는 자는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여 재판이 시작된다. 그 비난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어떤 자가 완전히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다.
강조하건대, 홀로코스트의 존부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한다. 물론 부정하는 사람은 지울 머리라는게 없을테니 집에 있는 변기 묵은 때나 지우기로 한다.
1.당사자: 주인공
여성이고 유대인이고 역사학자인 데보라 립스타트(이하 "피고")는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한다. 원고는 반유대주의자이고, 인종차별주의자이고, 네오나치이고, 사이비 역사학자인 데이빗 어빙(이하 "원고")이다.
원고와 피고라는 단어 외의 설명은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한다. 그 사실은 데보라 립스타트는 소송을 걸기에 만만한 여성, 유대인이라는 점과 데이빗 어빙이 무슨 의도로 소송을 걸었는지 보여주는 장치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중요하지 않다. 재차,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한다.
2.증명의 책임 : 영화의 시작
영국은 명예훼손 소송에서 피고가 자신의 언행이 명예훼손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즉 피고의 유죄가 추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자신의 언행이 마땅한 언행이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건 중요하지 않다. 이런 피고에게 유리한 제도는 부정에 대한 부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는 장치이다. 법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한다.
3.전략 : 영화의 전개
1)증인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배제하기로 한다. 그 이유는
첫째는 증인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원고는 이전 사건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에 대해, 그걸로 얼마나 벌었냐며 무차별적으로 심문한 바 있다.
둘째는 증인이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증인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고 간주될 수 있다. 원고는 이를 증언 능력이 없는 자라고 공격할 것이고 어느 정도 인용될 것이다.
따라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배제하기로 한다.
2)피고 본인
피고의 증언은 배제하기로 한다. 피고는 이미 자신의 책에서 모든 주장을 했다. 재판이 오직 사실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고는 침묵하기로 한다. 피고는 승소를 위해서 변호인에게 자신의 양심을 맡기고 자신이 증언석에 서는 경우는 배제하기로 한다.
3)변호인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원고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피고의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하면 된다. 즉 변호인은
첫째로 원고의 주장이 의도적이고
둘째로 그 의도하에 거짓을 말하고 있다
를 입증해야 한다.
4. 심리 : 영화의 결말
1)원고의 주장이 의도적인가
피고측은 원고가 인종차별주의자이고, 반유대주의자이며 그것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주장의 이유임을 입증한다. 이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미 영화 첫부분에 그가 네오나치라는게 나왔다.
2)원고의 주장이 거짓인가
원고는 고의적으로 문헌을 오역하거나, 편향적으로 자료를 해석하였다. 또한 그 모든 잘못들이 원고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즉 원고는 자신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았고, 이를 알면서도 주장을 유지하였다.
3)정당한 비난이었는가
판사는 원고가 반유대주의자이며 인종차별주의자이고, 그래서 거짓된 주장을 한 것이 순수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에 대한 비난이 정당해지는지 질문한다. 즉
피고의 주장이 사실이라해도, 그것을 이유로 원고의 체면을 깎거나, 사회에서 멀어지게 만들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이 정당한지 문제된다. 이것은 판사에게 맡겨진다.
5. 판결 : 이게 다 뭐란 말이야
위의 내용은 영화의 줄거리지만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이것은 "나는 부정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무슨 과정을 거쳐야하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이게 다 뭐란 말이야. 그렇지만 누군가는 해야한다. 진실은 존재만으로 승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길은 멀다. 애초에 "병신. 먹고 떨어져" 단 두마디로 끝낼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반박을 하자면 위의 지루하고, 의미없어보이고, 지치고, 짜증나는
작업을 해야한다. 그것도 판사 단 한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그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이보다 덜하거나 더한 사건들이 있다. 정말 수많은 주장이 있고, 수많은 반론이 있다. 그것들을 모두 존중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하고,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러나, 계속 딱딱하게 말했으니 한번쯤 감정적으로 얘기하자면,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때로는 거짓을 진실과 동치에 올려놓는 쥐새끼들의 이를 갈아주는 도구가 된다.
과연 그럴까 라는 다섯글자만으로 진실은 흔들린다. 진실은 "진실하다는 주장"이 되고, 거짓은 "진실하지 않다는 주장"이 된다.
모든 주장은 존중된다. 그러나 동등하지 않다.
모든 주장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나는 부정한다.
원고지 열장짜리 글 정도는 쓰기 쉽다는 주장이 있다.
나는 강하게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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