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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29 03:12:58
Name 솔빈
Subject [일반] 독후감, 해적국가
2011년 1월 15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를 구출하기 위해 2011년 1월 21일 청해부대 소속 UDT/SEAL 팀의 급습으로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해 한국으로 압송한 `아덴만 여명 작전`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사라진 지 오래인 줄 알았던 해적집단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어째서 21세기에 유독 아프리카의 뿔 지역 홍해와 인도양 사이에 있는 무역 중심의 위치에서 유독 소말리아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는 걸까.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 한국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해 달라","소말리아는 내전이 심하고 치안이 엉망인데 한국은 법질서가 잘 확립된 것 같다. 우리 같은 범죄자들에게도 안전을 챙겨주고 인권까지 배려해주는 게 인상 싶다"는 둥 "아프리카의 어지간한 호텔보다 한국 유치장이 낫다"는 소말리아 해적 압둘라 세륨의 발언에 황당함과 한국을 얍잡아 보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해적의 발언은 자신의 나라 소말리아의 절망적인 현재 상황을 유추하게 해준다.

어째서 소말리아인들은 내해와 내륙의 평화로운 생활을 내팽개치고 소형 보트에 의지한 채 먼바다로 해적질을 하는지 몰랐다. 최초의 해적 `이스마일`의 얘기를 빌어 얘기해 보자면 1988년 어부였던 이스마일은 어업 초기에는 풍부한 어장 덕분에 물고기를 잡아 큰돈을 벌 수 있었고 또한 사업을 벌여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잠시 소말리아 해역에 트롤선이라 불리는 인근 나라에 물고기잡이 배들이 들어와 소말리아 근해의 물고기들을 모두 잡아갔다고 한다. 그 때문에 급격한 어획량 감소는 이스마일에게 경제적 위기와 분노케 했다. 분노한 이스마일은 처음에는 그들을 내쫓을 생각으로 총으로 위협을 가했지만, 위협이 통하지 않자 그들의 배를 나포해 위협만 가하고 풀어줄 생각이었지만 우연히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몸값을 받고 풀어 주었다. 이 사건으로 소말리아인들은 배를 납치해 선원들의 몸값을 받을 수 있는 고전적인 인질극을 시작하게 되었다.

애초에 소말리아 근해를 보호해야 할 정부는 어째서 조처를 하지 않았나. 소말리아의 복잡한 정치 상황으로 내전이 빈번해 여러 정치조직과 군벌들이 난립하면서 과도 연방정부는 사실상 정부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게다가 과적 이슬람주의자들의 활개를 치면서 무정부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아 갈 수 없는 환경이 그들을 해적질을 통한 한탕주의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무정부 상태에 정치환경이 변명거리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평화롭고 풍요로운 나라였다면 해적들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거라고 책은 말한다.
  
결국, 해적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근본 원인은 만연한 빈곤이라고 말한다. 해적질을 통한 벼락부자의 꿈을 꾸는 해적들에게는 해적 행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게 하고 어쩔 수 없이 어업을 포기한 어부들에게는 자활의 의지를 돋아주고 그들의 어장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정부의 재건을 도와야만 해적들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말하다.

소설 속이나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해적들은 낭만적이고 남자의 로망 같은 아련함이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 해적들은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고 생명을 위험하게 만드는 과격한 범죄집단에 불과하다. 그런 해적들이 21세기 현재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적들에게 무력을 통한 진압이 필요하다지만, 어쩔 수 없이 해적이 된 사람들에게 위험한 바다로 나서기 전에 그들에게 평화로운 환경과 풍요로움이 있었다면 바다로 나서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인간의 천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친 환경과 벼랑으로 내몰리는 상황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또한 인간이다. 무력으로 해적 진압과 동시에 경제적인 지원이 있다면 해적들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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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7/04/29 12:30
수정 아이콘
영화 '캡틴 필립스'가 실화를 바탕으로 이런 소말리아 해적의 상황을 건조하게, 그래서 더 처절하게 그리고 있죠. 추천해봅니다.

영화내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은 공사장인부와 비슷합니다. 수렵시대의 사냥꾼처럼 큰 사냥감ㅡ대박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죠.

이들은 인력시장에 나온 노동자들처럼 모여있다가 오늘은 너 너 너 같이 가자 하면 오오 하면서 나가서..큰배를 발견할 때 그들의 반응은 딱 고래발견한 고래잡이가 저랬겠구나 연상시켜요. 몇만불 현금(그들에겐 1인이라면 10년수입이상일텐데도)을 챙기고도 야 이런 푼돈받을라고 이런게 아니다 몸값다툼을 하려하고요.

그들이 배부르고 평화롭다면 해적이 되지 않을 것이다ㅡ맞아요. 인력시장같은 해적은 그렇겠죠. 하지만
거액을 탐내는 전문조직은 남을거에요. 기대이익이 크니까.

배부르고 평화로우면 도둑질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맞죠. 그런데 어떻게 배부르고 평화롭게 해주죠? 경제적지원? 왜 그래야하죠? 그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누가 왜 무슨 돈으로 할까요.
17/04/29 14:37
수정 아이콘
까놓고 말해서 풍요로운 자원과 토지를 가진 아프리카를 침략해 사람과 자원을 약탈했던 과거 제국주의 유럽 선진국들이 지원을 해야죠.

그들 아니였으면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경이 지금처럼 기형적으로 나누어 지지도, 군부 독재자들이 풍요로운 자원을 수출해 얻는 부를 독차지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지금 유럽 선진국이 풍요를 누리는건 과거 식민지를 빨아서 발전 했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그들이 보상해야죠. 깡패가 남의 집에서 강도짓한 돈을 밑천 삼아 잘살면 나중에라도 당연지사 빚을 갚아야죠. 예로 우리나라 역시 일본 식민지 시절 보상금 받아서 경제발전에 활용했잖아요.

그리고 아프리카의 여러 독재자들과 식민지 시절 침략했던 나라와 연줄이 닿아 있는건 공공연한 사실이니까요.
사악군
17/04/29 15:34
수정 아이콘
음.. 솔빈님은 도의를 이야기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제국주의 유럽선진국들이 아프리카를 침략해 약탈하고 이런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제국주의 유럽 선진국 사람들이 '착한사람'들이었으면 그런 짓을 했을까요. 너희가 옛날에 나쁜짓했으니까
지금 갚아라..라는 말은 너무나 공허해요. 그렇게 할 거라 전혀 기대할 수가 없어요. 일본이 우리에게 보상금을 준 것은
'졌기 때문에' 이고 '그 보상금을 주고 한국과 화해해서 교역등 관계를 개시하는 게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걔네가 뭘 그리 반성하고 아 당연히 우리가 보상해야지 해서 보상했겠어요?

'나쁜사람'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아무튼 본인들 이익을 우선하는 '보통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남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입장에서는요,
17/04/29 15:43
수정 아이콘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유럽 선진국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수 없다고 하나, 현재 진행형으로 아프리카 여럿 국가들의 내정을 간섭하는 문제 부터 시작해 복합적으로 꼬인 문제입니다. 요새는 이슬람 과격 집단이 아프리카에서 해적질도 하며, 해적단에 스폰서가 붙는다고 들합니다. 인질을 먹여 살리는데 돈이 많이 드니까요. 군함이 둥둥 떠다니는 한반도 해안 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 아프리카 뿔 지역 해안은 정말 대해적시대가 따로 없으까요.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군부 독재자를 끌어 내리는 일인데, 어찌 된일인지 독재자를 끌어내린 혁명가가 역설적이게도 독재자가 되어버리는 현실 문제도 있으니까요.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마왕으로 흑화하는 것도 아니고. 참...

여하튼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긴 힘들지만, 원론적인 해결 방안을 얘기 보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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