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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3/07/26 13:43:17 |
Name |
쌈등마잉 |
Subject |
[일반] [그냥 잡글] 도시의 계절 |
<도시의 계절>
계절을 갈아입는 자연을 잊은 나는
계절을 갈아입는 패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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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친구와 자연에 들어갑니다. 산을 가고, 바다를 가고, 강을 가고. 새들을 보고, 노을을 보고, 별을 보고.
호들갑과 추억에 잠기는 친구 곁에서 저는 무리한 호응을 해줍니다.
자연, 학습된 감성은 딱딱하기만 합니다.
저는 도시의 중심에서 태어났습니다. 삼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집에서 자랐지요.
제가 기억하는 유년기의 풍경은 콘크리트와 시멘트의 조형물들이었고, 저를 추억으로 부르는 냄새는 자동차의 매연과 하수구의 퀴퀴함입니다. 기계와의 데시벨 싸움은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지요.
저는 그런 곳에서, 그렇게 자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에 대한 감수성이 딱딱합니다.
잘 보이지 않는 하늘의 별보다는 도시의 네온사인에 더 반응합니다.
먼지를 일으키는 흙의 땅보다는 합성물질로 닦은 도로가 더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거리를 배회하는 똥개보다 사람의 손을 탄 고양이가 더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서운하게 할 수는 없죠.
자연을 그리워하는 그녀에게 속내를 내 비칠 순 없죠.
그녀는 계절을 갈아입는 자연을 봅니다.
저는 계절을 갈아입는 그녀의 패션을 봅니다.
자연의 계절보다, 도시의 계절이 익숙한 저는
잎의 변화보다, 그녀의 치마가 눈에 들어옵니다.
계절을 갈아입는 자연을 잊은 저는
계절을 갈아입는 패션을 봅니다.
그녀가 떠난 도시의 중심에서
도시의 계절은 멈춰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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