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7/17 02:24:05
Name Pray4u
Subject [일반] 영어에 관한 경험담
안녕하세요. 비도 오는데 괜시리 글을 쓰고 싶어서 주제를 생각하다가, 많은 분들이 시간과 돈을 쏟는 일인 영어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99학번) 사실 수능 볼때까지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끔 98~99년도쯤의 수능 문제들을 살펴보는데, 지금 고1수준의 문제들보다도 난이도가 높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점점 낮아지는데, 영어에 관해서는 10년 전보다 지금이, 지금보다는 10년 뒤가 훨씬 더 많은 발전을 이룰 것 이라고 확신합니다. 이것은 그때쯤 불던 조기유학 붐과 더불어 영어에 관심이 많은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어릴때 영어에 과감한 투자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이런 투자들은 확실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고, 제작년 수능 외국어 문제가 쉽지 않았음에도 1등급컷이 98점이었던 것으로 그 효과를 어느정도 증명 했습니다.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말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상위 10% 학생들의 영어 실력에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지금은 토익보다 종합 난이도에서 이미 더 높은 시험이 되었습니다. 가끔 어떤 지문들은 7년차 강사인 저조차 깜짝 놀랄만한 내용과 난이도를 가지고 있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수포자 만큼이나 영포자도 많습니다. 단어 10,000개만 외우면 고득점이 가능하던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했던 저도 80점 만점을 받을 수 있던 시험이었으니까요.

대학에 진학 한 후, 신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 특성상 교환학생이나 재외국인이 많았는데, 거기서 큰 좌절을 맛보고 영어를 열심히 공부할 것을 결심합니다.

그 후 13년이 지났네요. 13년동안 영어와 떨어지지 않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유학가보니 천국이었습니다. 공부한것을 그날에 실컷 이용해먹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수 없었습니다. 몇년간의 유학생활과 직장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고 강사가 되었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꽤 오래 가르치며 느낀 경험은 이렇습니다.




언어는 당연히 언어적인 재능이나 감각이 있으면 쉽습니다. 화술이 참 좋아서 내가 이야기 할 때는 주변인들이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들어 준다던지, 이야기를 아주 논리적이고 구성좋게 전달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던지, 혹은 글을 아주 잘 쓰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감각을 지녔을 확률이 높습니다.



수학을 잘하면 영어도 잘합니다. 실제 회화는 성격을 많이 타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영어 문법 또한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맛이 있는 부분이 상당수 있습니다. 모든 언어에 예외는 있지만, 그런 경우가 적기 때문에 예외라 부르는 것 이겠죠. 대부분의 문법은 수학능력이 뛰어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문법은 필요없고 오직 쓰임이 우선이다' 라는 논리는 초등학교 까지입니다. 실제로 어학원이나 연수등을 통해 저런식의 영어교육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터 받은 학생들은 감각이 남다릅니다. 설명은 못해도 왠지 이것인것 같다 라고 생각하면 답일 확률이 높은, 그런 경우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능력은 중학생 정도가 되면 꽤 많이 유연성을 잃기에 그런식의 교육은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게 되면 문법을 머리로 정확히 이해해서 응용하는 훈련을 해야합니다. 시간이 꽤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외우는데 장사 없습니다. 머리가 꽤 나쁜 학생도 성실하게 단어를 많이 암기하고, 문법을 통채로 암기하고, 혹은 책 전체를 암기 할 정도로 열정이 있다면 영어는 남들보다 훨씬 더 잘 할수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 암기한다는게 아니라 이해를 못하니 암기한다는 개념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꽤 확신 할 수 있는것이, 영수가 50점을 넘어본적이 없는 하위권 학생을 수능 외국어 1등급으로 만들어 본 경험이 몇번 있어서입니다.
항상 가능한것도 아니고 몇가지 경우가 맞아야 이런일이 가능하지만 영어는 수학만큼은 머리가 필요 없는것이 어느정도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리스닝은 책으로 공부를 하면 자연스럽게 향상됩니다. 문법과 단어는 많이 아는데 리스닝이 잘 안된다는 학부모들의 상담을 받습니다. 물론 순화하지만 저의 상담은 대체로 같습니다. '아직 제대로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문법을 통해서 문장구조를 잘 알게되고 단어를 많이 알고있다면(올바른 발음으로), 영어를 안듣고 싶어도 듣게됩니다. 듣기에 너무 연연하실 필요 없습니다. 잘하게 되면 자연스레 듣게 되니까요 ^^


뭔가 방법을 제시해드려야 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뜨끔합니다. 하지만 모두 그것은 잘 알고 계시기에 입만 아프겠죠.


공부하시는 여러분들 모두 좋은 결과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새로 시작하시려는 많은 분들께도 용기내시라고 한마디 남기며 잠자리에 들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펠릭스
13/07/17 02:27
수정 아이콘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영어...

여기에 대한민국의 슬픔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전에 비해서 학생들의 영어실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영어의 가장 큰 쓸모는 대입이고 대입은 점수가 아닌 등수로 가거든요. 지금 고3들 10년전에 데려놓으면 30%는 1등급 나올 겁니다. 아이들만 죽어나는 것이지요.
ComeAgain
13/07/17 03:00
수정 아이콘
혼자서 어떻게든 공부하다 보면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게 언어/ 수리 영역 등인데...
반면 외국어는 뭔가 사교육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단 말이죠...
복제자
13/07/17 03:41
수정 아이콘
요새 영어가 하도 지겨워서 중국어 배우기 시작했는데, 역시 깨달았습니다. 언어는 근성과 끈기라는 것을...
9th_Avenue
13/07/17 07:30
수정 아이콘
투자대비 가장 확실하게 점수를 담보할 수 있는 영역이라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힘들죠. 외국어 영역은
이강호
13/07/17 10:13
수정 아이콘
수능 영어가 난이도가 대폭 상승한게 ebs연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흐흐 덕분에 쉬운문제는 정말 쉽고

어려운 문제는 ??? 나올 정도로 어렵지요 ㅠ_ㅠ 언어지문을 영문으로 보는 느낌이랄까..
긍정_감사_겸손
13/07/17 10:17
수정 아이콘
진짜 듣기는 리스닝 관련단어 많이 아는 상태에서 여러번 듣다보면
늘더군요. 리스닝 파트1~4 단어 굉장히 많이 알고 한달넘게 계속 들었는데도 전혀 안들리면 청각에 문제가..
13/07/17 10:23
수정 아이콘
자고로 외국어는 노가다 말고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암기가 최고라고 본다는~~
니누얼
13/07/17 10:23
수정 아이콘
6살 때 옆집에서 하는 영어그룹과외를 했던 것을 시작으로 영어를 배운지 23년이 지났습니다.
23년동안 영어가 아닌 다른 걸 했다면 이보다는 잘했겠다.... 싶습니다.

내가 왜이렇게 문법이 어렵나..했더니 저는 수포자였습니다.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미국으로 어학연수(라고 쓰고 놀고먹기라고 읽는)도 다녀오고, 심지어 지금은 영어가 주가 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못하겠다. 또는 난 죽어도 영어는 안되나부다. 라는 생각만 듭니다. ㅠㅠ

일본어는 애니만 몇편 봐도 쑥쑥 들리고, 심지어 말도 하겠는데..
영어는.. 물론 들리기는 들립니다만(23년의 짬밥으로..ㅠㅠ) 말이..참....그렇게 안나오네요.
도라귀염
13/07/17 11:46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내용 하나 있네요 리스닝에 관해서 정철선생님 영어혁명책에도 나와있지만 영어리스닝 청해속도>스크립트독해속도가 되야 리스닝이 편하게 된다고
캐리건을사랑
13/07/17 13:24
수정 아이콘
언어를 잘하면 수학도 잘한다는게 사실인가요?
난 왜 아니지...
azurespace
13/07/17 21:56
수정 아이콘
잘놈잘이라 뭐 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할 확률이 높습셉습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5266 [일반] 디씨 정사갤에서 실제 살인사건이 벌어졌네요. [88] 어리버리11882 13/07/17 11882 0
45265 [일반] 과학과 유사과학 (2) [92] 삼공파일7141 13/07/17 7141 8
45264 [일반] 참 별것도 아닌데 곰곰히 따져보면 화가 나네요. [48] Paranoid Android7335 13/07/17 7335 0
45263 [일반] 월간 윤종신 7월호 Part 2, 고속도로 로맨스 [17] Bergy104724 13/07/17 4724 0
45260 [일반] f(x)/비스트의 티저와 B.A.P/방탄소년단의 MV가 공개되었습니다. (썸네일 주의) [15] 효연짱팬세우실5597 13/07/17 5597 0
45259 [일반] 드래곤볼과 슈퍼맨 [47] 순두부9305 13/07/17 9305 3
45258 [일반] 류승우 도르트문트 이적에 관하여. [71] 시크릿전효성7682 13/07/17 7682 0
45257 [일반]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6] 김치찌개4656 13/07/17 4656 2
45256 [일반] 외국인들이 본 한국의 막노동 [9] 김치찌개6476 13/07/17 6476 1
45254 [일반] 피라미드 다녀온 이야기 [47] 파란무테7678 13/07/17 7678 9
45250 [일반] 어제 진정한 PGR인이 되었습니다!!! [30] 브이나츠6745 13/07/17 6745 71
45249 [일반] 검찰 '국정원녀 감금맞다' 잠정 결론+ 2만명 촛불시위 外 [287] 곰주10755 13/07/17 10755 4
45248 [일반] 최근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Top10 [4] 김치찌개5856 13/07/17 5856 0
45247 [일반] 영어에 관한 경험담 [11] Pray4u4422 13/07/17 4422 1
45246 [일반] 어느 찌질남의 이별하는 법 [24] 해피아이7295 13/07/17 7295 11
45245 [일반] 지니어스 게임 종류 및 결과 정리(스포 한가득) [23] Leeka11904 13/07/17 11904 0
45244 [일반]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다시 되돌리기 위한 기계적인 메뉴얼. [17] Love&Hate30648 13/07/17 30648 9
45243 [일반] 단어 자체는 쉬운데 막상 잘 몰랐던 영어 표현들 알아보기 (1) [14] Neandertal5964 13/07/16 5964 5
45242 [일반] 우울증 환자에게 호갱님이 되었던 이야기(?) [12] 메텔5384 13/07/16 5384 6
45241 [일반] [해외축구] 화요일의 BBC 가십 [82] 아키아빠윌셔5646 13/07/16 5646 0
45240 [일반] Show me the money ! 몇몇 래퍼 소개 [49] 글쓴이5538 13/07/16 5538 0
45239 [일반] 저희도 감히...감히...행복해도 될까요? [18] 아영아빠6072 13/07/16 6072 0
45238 [일반] 완벽히 같은 설정, 하지만 표절은 전혀 아닌 두 애니 [6] 인간흑인대머리남캐13513 13/07/16 13513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