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10/23 16:24:06
Name 마담리프
Subject [일반] [축구] 포메이션과 전술에 관하여 개인적인 글 (수정됨)
최근 국내 축구 전문가의 글이나 커뮤니티의 글을 살피다 보면 종종 [3백은 4백보다 수비적이며, 투톱은 원톱보다 좀 더 공격적이고, 4-4-2는 컴팩트한 패스플레이를 할 수 있다.]등등의 여러 의견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지만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최근 한국의 축구 전문가들이나 커뮤니티 사이에서 유독 ‘포메이션’에 집착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유는 일부 전문가와 유저는 대형=전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게 제 생각인데요.
축구에서 포메이션이란, 전술(tactics, 또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선수의 배치 방법입니다.
감독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 어떻게 11명의 선수를 흩어서 배치 해놓는가,
그것이 기본적인 포메이션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감독이 어떤 축구를 하려고 하는가?]의 추정자료가 될 뿐이죠.
사실 유럽리그에서의 포메이션은 선발라인업을 소개할 때 축구 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도의 개념일 뿐 그 포메이션으로 오늘은 공격적이다, 수비적이다 판명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대축구는 공격/수비상황에 따른 대처, 역습에 따른 대처, 공간에 따른 대처, 볼의 위치에 대한 대처 등등 경기 내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한 경기 내에서도 수많은 대형 변경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정 포지션에 배치된 선수가 어떤 성향인지, 또 감독의 어떤 지시에 따라 롤을 수행하는지에 따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똑같이 4-4-2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두 팀이 있다고 할 때, 좌우 측면 수비수가 높이 오버래핑을 하고 중앙미드필더 두 명이 수비공간을 커버하는 A팀과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을 플랫하게 유지하면서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두 팀은 전혀 다르죠.

결론적으로, 우리가 직접 경기를 관전하면서 이 팀의 전략을 분석해 나가는 것이지, 포메이션을 보고 이 팀의 성향이나 전술을 분석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중계방송이나 뉴스에서 [오늘 우리 팀은 다소 수비적일 수 있는 3백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4-5-1은 미드필더의 수적 우위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술입니다.]등의 발언은 축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Enterprise
19/10/23 16:38
수정 아이콘
포메이션이란 개념이 초보자에게는 좋은 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거기에 갇히면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속단하는 우를 범하게 되겠죠.
말씀하신 일반적인 포메이션론은 2000년대 중반 즈음 - 무리뉴의 3미들+원톱 활용 이후 - EPL의 전술 트렌드가 박제되어 현재까지 별 비판 없이 내려오고 있다고 생각해서 마담리프님의 글에 공감이 가네요.
19/10/23 17:12
수정 아이콘
저는 이게 1차적으로 축구 게임의 폐해라고 봐서. 실제로는 수비시, 역습시 볼전개, 가둬놓고 공격시 등등 상황 따라 포메이션이 수시로 바뀌는데 게임에서는 처음에 설정한거 그대로 고정박혀있죠. 요즘 옵션들이 많이 세세해졌다지만 틀이 크게 바뀌지도 않다 생각하고요.
또한 국대 경기, 한국인 출전 경기 같이 라이트한 어르신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고자 원론들을 다 쳐내고 말하다보니 저리 알려지게 되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해설자들의 책임이긴합니다. 그렇다고 수업하는 것도 아닌데 딱히 죄가 있다 보진 않아요.
Le_Monde
19/10/23 17:20
수정 아이콘
포메이션을 표시하기 시작한 역사가 워낙 오래됬습니다. (1880년 경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이어온 이유와 특징을 고려했을 때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때는 화살표로 공격시와 수비시 포메이션의 변화를 어느 정도 나타내긴 했습니다.
요즘에는 선수의 평균 위치나 성향(드리블 시도 횟수나 태클 횟수 등)을 알 수 있는데
이를 가지고 좀더 세분화된 포메이션을 보여주는 식의 변화가 바람직하겠죠.
해설의 경우 듣는 이의 입장을 고려해 단순한 해설을 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19/10/23 17:21
수정 아이콘
해설이란게 결국 축알못들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봐서... 사실 본문에 설명된, 단편적이고 완전히 정확하진 않으나 대체로 옳은 지식들만 알아도 축잘알이라 봐야 안될까요. 손흥민 나올때마다 경기 보시는 우리 아버지가 저거 다 아실거 같진 않은데... 집에 가면 한번 물어봐야 겠네요.
19/10/23 17:26
수정 아이콘
inverting pyramid라는 책을 쓴 조나단 윌슨이

책 초반에 서술한 일화가 생각나네요. 자기가 축구전술 4백 3백 2미들 3미들 떠들었는데 술자리에 있던 다른 영국기가자 그거 다 숫자놀음아니냐고 지적하자

남미쪽 여자기자가 와서 축구에서 결국은 그 숫자가 전부다라고 하면서 조나단 윌슨의 의견에 동의하는 식으로 건배했죠.
한때 축구전술에 있어서 포메이션은 숫자놀음이다라고 말하는 의견이 커뮤에서 돌다가 다시는 그 여자기자 말처럼 숫자로 돌아왔죠.
하이브리드 축구전술이 돌면서 공격시와 수비시 포메이션이 달라지고, 도판상 포메이션과 실제 경기내 포메이션이 다르게 구현되는 현대축구지만 여전히 그 숫자놀음은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19/10/23 17:30
수정 아이콘
물론 또 이와 대조되는 이야기로 포메이션 - 스페인이나 이베리아반도쪽은 시스템이라고 포메이션을 얘기하죠.

에메리던가 한 스페인쪽 감독이 말하길

축구계 저널리즘은 이 시스템에 집착한다. 진짜 중요한건 게임 모델이지,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파코 세이룰로 얘길 꺼냈죠 게임 모델은 시스템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공간활용법, 공강과 수비작업, 템포조절등을 다 포함얘기죠.

아무래도 저널리즘과 현장에 뛰는 사람들의 차이점을 보여주는게 이 숫자놀음이 아닐까싶긴합니다.
바카스
19/10/23 17:41
수정 아이콘
최근 축구 용어들이 일본에서 건너온 예전 표현 대비 영국식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인것 같더라구요.

센터링이 크로스로 바뀐건 꽤 됐고 이 외 헤딩을 헤더로 말한다던지 그리고 3백 or 4백이 아닌 어떤 유튜버는 백3 or 백4 이렇게 말하던데 이것도 영국 현지에선 어떻게 부르나요
DownTeamisDown
19/10/23 17:48
수정 아이콘
포메이션이 가장 기본적인 전술의 이해방법이죠. 거기에 실제 상황에 따른 운영을 붙여서 설명해줘야 완벽한거고요
다만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게임 상황에 따른 이해도 바쁜데 듣는사람입장에서는 너무 피곤할꺼라서.
어떻게보면 야구에서 세이버메트릭스를 해설자가 몰라서 못하는경우도 있지만 알아도 너무 자세한건 생략하는것과 같기도 합니다.
윤지호
19/10/23 18:01
수정 아이콘
본문에 동의합니다

352로도 라인올린 공격축구 할수있고 433으로도 라인 내리고 철퇴축구 할수있는거니까요
Lahmpard
19/10/23 18:38
수정 아이콘
숫자를 통해 포메이션을 얘기하는게 제일 직관적으로 다가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퍼거슨의 442, 무리뉴의 433, 콘테의 쓰리백 이런식으로 하면 팍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재밌는 점은 같은 433이더라도 과르디올라와 무리뉴의 433은 완전히 다르다는거죠.

전문가분들은 모르겠으나, 축구 커뮤니티에서 포메이션 얘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축구 게임들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FM, 피파 같은 게임들에서는 포메이션상의 숫자가 전술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보니까요 크크크
19/10/23 18: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숫자 놀음이면서도 숫자 놀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령 똑같은 352 라도 양쪽 미드필더들이 내려오면서 사실상 532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전술도 있는거고

451 과 4231, 433도 역할구분과 전술 운영에 따라 분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즉 352니까 어떠하다~ 라고 말하는건 정말 숫자 놀음하는거고

숫자놀음이 아니려면

oo감독이 352 포메이션을 들고 왔는데 이 감독은 양 끝 미드필더를 사실상의 풀백처럼 기용하면서

수비시는 532 포메이션으로...그리고 공격전환시에는 352, 공격시에는 334까지 되는 형태가 된다

그만큼 양쪽 미드필더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3명의 수비수중 중앙 수비수 역할을 맡은 ooo 선수는 공격전개시 앞으로 전진해서 볼을 운반하는 역할을 맡으므로

공격시에는 ~~~게 된다 이런식으로 설명하면 숫자놀음이 아니게 되는거죠.
뻐꾸기둘
19/10/23 19:47
수정 아이콘
포메이션 기반 분석이 당연히 100% 정확한건 아니지만 그렇게 무시할만한 것도 아닙니다.

크루이프즘만이 추구하는 공격적 3백을 이외엔 대체로 경우 3백은 수비시 5백을 구성하는걸 기본으로 하니 3백이 4백에 비해 수비적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론 틀리지 않죠. 결국 축구 전술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이고 이건 선수의 배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3224 [정치]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었습니다. "범죄 상당부분 소명" [379] 미생29450 19/10/24 29450 0
83223 [일반] (삼국지) 노숙, 천하를 꿈꾼 야심 찬 영걸(1) [29] 글곰10013 19/10/24 10013 32
83222 [일반]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지 마라 [59] 치열하게9681 19/10/24 9681 15
83221 [일반] [양자 우월성 달성은 가능한가?] [37] cheme61947 19/10/24 61947 15
83219 [정치] 중국의 간섭 없이 통일 하는 법 [47] 그랜즈레미디10166 19/10/23 10166 0
83218 [정치] 홍콩 시위 촉발한 범죄인 인도법 공식 철회 [28] 나디아 연대기12114 19/10/23 12114 0
83217 [일반] [축구] 포메이션과 전술에 관하여 개인적인 글 [12] 마담리프8312 19/10/23 8312 1
83216 [정치] [기사] 이낙연 총리, 일본 게이오대 학생들과 대화 [61] aurelius16035 19/10/23 16035 1
83215 [일반] 쓰레기 대학원에서 졸업하기 3 방과후계약직6541 19/10/23 6541 4
83214 [일반] [미국] 이번달 가장 중요한 뉴스 [34] aurelius12188 19/10/23 12188 4
83212 [일반] [역사] 잊혀진 개화기의 풍운아, 이동인 [4] aurelius7740 19/10/23 7740 9
83211 [일반] 마블영화 관련 게시물을 보고 생겨난 새벽 감성 [13] cloudy7446 19/10/23 7446 3
83210 [일반] [삼국지]미축, 인생을 건 도박을 하다 [38] 及時雨10336 19/10/23 10336 44
83209 [일반] 나이가 무슨 상관인데 ? [37] ikabula10416 19/10/23 10416 11
83208 [일반] 대한민국의 수학능력 시험의 문제점. [48] 펠릭스30세(무직)12103 19/10/23 12103 6
83207 [일반] [잡글] 진격의 거인과 일본의 패전 의식 [45] aurelius13802 19/10/22 13802 14
83206 [일반] 두번째 삼국시대. [16] Love&Hate15283 19/10/22 15283 38
83205 [일반] 자연선택설이 아닌 인간선택설? [31] VictoryFood10607 19/10/22 10607 1
83204 [일반] 요즘 배달대행의 음식 빼먹기에 대해 이야기가 많네요 [99] Cand17010 19/10/22 17010 2
83203 [일반] 정시 확대와 함께 같이 이루어져야 할 것들 [91] 아유9068 19/10/22 9068 4
83202 [일반] [단상] 한국과 일본이 바라보는 미국/서구 [108] aurelius14493 19/10/22 14493 30
83201 [일반] 아들과 놀기! 이런저런 로보트 장난감 평가 [44] 하나둘셋9018 19/10/22 9018 6
83200 [일반] (삼국지) 두기, 윗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 당당함 [28] 글곰9161 19/10/22 9161 3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