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2019 대한민국 재정', 국회예산정책처
1. 빚을 내야만 추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추경의 재원 구성에는 보통 언론, 정치권에서 ‘빚’이라고 표현하는 국채 발행도 있지만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잉여금 등 다양한 재원이 존재합니다. 세계잉여금은 쉽게 말해 정부가 지출하고 남은 돈입니다. 세금이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이 들어와 남는 것이죠. 이 남은 돈으로 국가채무 상환하는 등 이곳저곳에 먼저 쓴 후 그래도 남은 일부를 다음 해 추경 총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은행 잉여금은 한은도 알고 보면 순이익을 내는 기관입니다. 예컨대 보유한 외화자산을 그냥 묵히는 게 아니라 굴리기도 합니다. 잘 굴려서 수익이 나면 그걸 추경 재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죠. 작년엔 한국은행이 거의 4조에 가까운 수익을 냈고, 한국은행 기여금이 추경에 6000억 정도 이용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잉여금 말고도 정부가 볼 때 올해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면 그 돈을 추경 예산으로 미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누군가의 매출은 또 다른 누군가의 지출이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정부의 예상을 초과한 세수는 결과적으로 정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소비, 투자 여력을 그만큼 감소시킨 것입니다. 정부는 가계, 기업과 다르게 수익을 목적으로 행동하는 주체가 아니므로 잉여금을 가계와 기업에게 할 수 있는 만큼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전혀 빚을 내지 않는 추경도 있는가?
전 정부로 보자면 16년에 국채를 전혀 발행하지 않고 11조 규모의 추경안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11조 중 9.8조는 예상 세수증가분, 나머지 1.2조는 세계잉여금으로 준비했었는데, 이렇게 하면 빚을 내지 않고 추경이 가능합니다. 현 정부는 17년, 18년 연속으로 추경을 편성했는데, 이때도 16년과 마찬가지로 국채는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항상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추경 전해에 정부의 예상보다 오히려 세입이 적은 세수결손이 발생했었다면 오히려 추경을 통해 그 결손을 메꿔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곤 합니다.
3. 최근 자유한국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19년 추경안은 ‘빚내서 퍼주기’인가?
‘빚내서’라는 표현 자체만 보면 사실입니다. 정부의 이번 추경안은 규모로는 6.7조 정도이며 이 중 빚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국채 발행은 3.6조로 추경액의 약 5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역시나 상대평가를 해봐야겠죠. 그 비판을 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땐 어땠는지 비교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가 국회로 토스한 추경안 기준)
이명박 정부 : 08년(4.9조, 국채 없음), 09년(28.9조, 국채 22조)
박근혜 정부 : 13년(17.3조, 국채 15.8조), 15년(11.8조, 국채 9.6조), 16년(11조, 국채 없음)
문재인 정부 : 17년(11.2조, 국채 없음), 18년(3.9조, 국채 없음), 19년(6.7조, 국채 3.6조)
4. 빚을 내지 않는 추경이 잘하는 건가?
꼭 그렇게 말할 순 없습니다. 보통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추경 계획이 있었던 때의 재원은 2번에서 언급했던 16년의 사례처럼 초과세수, 세계잉여금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예상을 실패한 겁니다. 물론 오차가 거의 없이 잘 예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좋게 보면 실수를 바로잡는 당연한 선택이고, 반대로 “처음부터 잘하지 그랬어?”라고 나쁘게 볼 수도 있습니다.
5. 정부의 추경 계획이 발표되면 야당은 언제나 ‘발목잡기’로 일관하는가?
때에 따라 다릅니다. 현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도 지금처럼 오래 발목을 잡던 적도 있고요. 그래서 올해와 비슷한 상황을 찾아 비교하면 좋은데, 15년이 비교 대상으로 적절합니다.
현 정부는 18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6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5년에도 그해 1월부터 시작된 수출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며 우려가 터지던 상황이었고, 이는 16년 7월까지, 총 19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안타까운 성적을 남깁니다.
내수 또한 현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경기동행지수나 선행지수에 있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15년에도 14년 7월 최경환이 경제부총리를 맡으며 바로 금융지원까지 포함하면 거의 40조에 다다르는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발표하며, 대출규제완화,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부양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으나 지수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정권 3년 차, 다음 해 총선 예정, 국채를 발행하는 추경과 같은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15년에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만에 추경을 통과시켜줍니다. 19년에 자유한국당은 다들 아시다시피 2달째 국회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래서 상대평가가 중요합니다. “뭐 둘 다 추경 반대하며 발목 잡는 거 똑같지 않나?” 이런 반응들은 정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시 새민련 대표였던 문재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추경에 합의하면서 법인세 정상화를 합의에 명시하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다. 협상을 통해 다 얻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거둘 수 있는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6. 참고하면 좋은 정보들
http://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328074&call_from=seoul_paper
올 추경은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nabo.go.kr/
‘대한민국 재정 2018’, ‘대한민국 재정 2019’라고 검색하면 보고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상당히 길지만, 예산, 재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굉장히 좋은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