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의지력을 조금만 써도 되게끔 훈련한다. - 습관화, 환경 변화 (마나 코스트를 줄인다.)
지난 글에서는 4가지 전략 중 첫번째, 즉 의지력이 필요한 상황을 줄이는 것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자만하지 마세요. 너무 많은 충동에 개기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는 생각보다 나약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충동에 맞서야 할 상황이 생깁니다. 자아 고갈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경우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번에는 2번 전략, 즉 의지력 회복(마나 리젠)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의지력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공복의 초딩 실험
실험 이름은 제가 임의로 붙였습니다.
실험 대상 모든 초등학생들이 아침을 거르고 오게합니다. 그리고 잔인하게 딱 절반의 학생만 뽑아 근사한 아침식사를 제공합니다. 물론 다른 학생은 아직 공복의 초딩들입니다.
그리고 오전 수업시간을 관찰하니 아침을 먹은 학생들은 강의를 더 잘 이해하고 바르게 행동했습니다.(당연히 감시단은 누가 아침을 먹었는지 모른 상태에서 판단합니다.)
그 이후 모두에게 영양 만점 간식들을 먹이고 나니 기적같이 그 차이가 사라집니다.
[본문의 이해를 어렵게 하기 위해 이미지를 첨부합니다.]
‘근데 저 모르시겠어요?’ 실험
이것도 제 맘대로 붙인 이름입니다.
실험 대상들에게 화면에 단어들이 연속적으로 나열되는 비디오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전후의 포도당 수치를 비교합니다.
이때 어떤 피실험자에게는 보이는 단어를 무시하라고 주문합니다. 일종의 자기절제행위를 시킨 거죠. 나머지 피실험자들에게는 그냥 편하게 비디오를 ‘즐기시게 놔둬!’라고 주문합니다.
그리고 포도당 수치를 비교하니 편안하게 본 사람들의 포도당 수치는 그대로인 반면, 단어를 무시하려고 애쓴 사람들의 포도당 수치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화면의 단어들을 무시하는, 어찌보면 별거 아닌 자기 절제 활동을 할 때도 우리 뇌는 포도당을 많이 쓴다는 겁니다.
[본문의 이해를 어렵게 하기 위해 이미지를 첨부합니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자신을 세 번 부인할 거라고 예언합니다. 언제? 바로 ‘최후의 만찬’ 중에 말이죠!
예수님을 세번이나 부인하느라 자기 절제력을 많이 소모할 베드로. 예수님은 베드로의 혈당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최후의 만찬중에 예언한게 아닐까요?
‘그 단맛은 사실 제 잔상입니다만?’ 실험
피실험자를 반으로 나누어 일부는 진짜 설탕을 넣은 레모네이드, 나머지는 다이어트 감미료를 넣은 레모네이드를 마시게 합니다. 다이어트 감미료에는 포도당은 물론 어떤 영양분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레몬 자체의 맛이 강한 탓에 피실험자들은 설탕이 들었는지 감미료가 들었는지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리고 컴퓨터 게임을 시키고 피실험자들의 공격적 성향을 연구합니다.(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무슨 게임인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은 처음엔 쉽다가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어려워집니다. 게임이 진행될 수록 모두가 좌절을 겪습니다. 하지만 설탕 레모네이드를 마신 사람들은 그냥 투덜거릴 뿐 게임을 지속합니다.
반면 감미료 레모네이드를 마신 사람들은 저주를 퍼붓거나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실제 책에 있는 표현)
거기에 사악한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에게 ‘아니 이걸 왜 못함?’ 을 시전.
감미료 레모네이드를 마신 사람들은 훨씬 격양된 반응을 보입니다.
[본문의 이해를 어렵게 하기 위해 이미지를 첨부합니다.]
그 반응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게임이 이렇게나 해롭습니다.
다음은 실험은 아니지만 정말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판사의 딜레마
컬럼비아 대학교의 조너선 레바브(Jonathan Levav)와 벤구리온 대학교의 샤이 댄지거(Shai Danziger) 교수가 이끄는 심리학자 팀은 이스라엘 감옥 판사들이 약 10개월간에 걸쳐 판단한 1000건 이상의 사건들을 분석합니다.
판사들은 죄수의 탄원을 듣고 나서 다른 범죄학자, 사회학자의 조언을 기초로 해당 죄수의 가석방 여부를 판단합니다.
죄수를 가석방하면 해당 죄수와 가족들에게는 행복을 줄 수 있고 나라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석방 된 죄수가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리스크를 생각해야 합니다.
판단하는게 쉽지만은 않겠죠. 꽤나 피곤할 겁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놀라운 패턴을 발견합니다.
아침 일찍 심사를 받은 죄수의 경우 65%가 가석방 허가를 받은 반면, 오후 늦게 심사를 받은 죄수들은 그 비율이 10% 미만이었던 겁니다.
그러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당 확률이 점진적으로 내려간 것이냐? 그건 아니었습니다.
놀라운 패턴이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건 판사들이 오전 10시 30분쯤부터 휴식시간을 갖고 과일과 샌드위치를 간식으로 먹었다는 겁니다.
간식시간 직전의 가석방률은 15% 미만, 하지만 간식시간 직후엔 65%가 됩니다.
마찬가지의 패턴이 점심시간에도 적용이 됩니다.
즉 점심시간인 12시 30분 직전에는 가석방률이 20% 미만이지만 점심식사 직후에는 60% 이상으로 증가한 것입니다.
[본문의 이해를 어렵게 하기 위해 이미지를 첨부합니다.]
무언가를 판단하는 행위는 굉장히 피곤합니다. 자기 절제력을 상당히 고갈시킵니다.
백화점 쇼핑이 실제 움직이는 신체적 부담에 비해 훨씬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은 수 많은 판단 과정(이걸 살까 말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판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제력이 고갈된 상태에는 결정을 유보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택하게 됩니다. 즉,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판단력이 흐려졌다면 모험적인 선택보다는 안전한 선택(가석방 거부, 죄수를 그냥 감옥에 두는 것)이 심리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죠.
반면 중간 중간 무언가를 먹는 행위(포도당의 보충)를 통해 의지력이 상승한 직후에는 조금 더 모험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합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이 부분을 통해 우리가 왜 연애를 하지 못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랑 사귀자.’라는 말을 듣고 사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결정입니다.
의지력이 충만할 때, 식사 직후에 이성에게 고백을 한다면?
이성의 판단력이 상승한 상태로 판단을 하게 되므로 조금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거절합니다.
배고플때, 절제력이 고갈되었을 때 고백을 한다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선 안전한 선택, 즉 현 상태 유지를 하려 합니다. 그래서 거절합니다.
우리가 연애를 못하는 건 자아고갈이론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팩트였습니다.
‘습관의 재발견’의 저자 스티븐 키즈에 따르면 83건의 연구를 망라한 메타분석에서 찾아낸 자아 고갈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혈당 수치라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혈당의 수치를 올리는게 의지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거겠네요.
그리고 당연히 우리의 식습관과 혈당은 밀접한 관련을 같습니다.
식습관 전략
저자는 ‘배고픈 야수에게는 먹이를 주어라.’라는 말을 합니다.
‘나’라는 ‘괴물’을 다스리려면 먹이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굉장히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아침식사를 든든히 하라고 합니다. 특히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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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저 다이어트 중인데요?
잠깐만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찌 보면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게 ‘절제’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절제와 포도당은 밀접한 관련을 갖습니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 다이어트를 하려면 먹지 않기 위해 의지력이 필요하다.
-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의지력을 얻기 위해서는 포도당이 필요하다(먹어야 한다).
이게 다이어트가 정말 어려운 이유입니다.
따라서 자아 고갈과 관련된 다이어트 전략에 대해서는 추후에 별도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사실 요즘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면서 식습관 패턴도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16 - 8 방법이니 뭐니 해서 일부러 아침을 거르는 분들도 많아졌을거라 생각합니다만.
다이어트라는게 절제와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절제’의 측면에서 본다면, 또 장기적인 측면을 본다면 아침을 거르는 건 좋은 전략은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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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혈당과 절제력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때 살 찌는 것 보다 심각한 문제를 해결 중이라면 칼로리에 너무 신경쓰지 않는게 좋다는 뜻이 되겠죠.
그 외엔 어떤 지침들이 있을까요?
자기 절제 연구가들은 설탕이 연구실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실생활에선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소화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다른 음식들과는 다르게 설탕은 금방 흡수됩니다.
따라서 단거리 달리기나 수학 시험 같은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를 앞두고 자기 절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사탕 같은 당분의 섭취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당분으로 인한 일시적인 에너지 상승은 고갈 느낌이 더욱 강해지는 하강기를 동반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혈당을 서서히 상승시키는 음식들은 장기적인 전략에 효과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이어트 관련된 글이나 이론들을 많이 접하신 분들에게 익숙하실 겁니다.
대표적인 지표로 GI지수(혈당 지수)가 있죠.
GI 지수가 낮을 수록 혈당을 서서히 상승시킨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채소나 견과류(땅콩이나 캐슈너트), 사과, 블루베리, 배 같은 과일이나 치즈, 생선, 고기, 올리브 오일 그리고 ‘좋은’ 지방분을 함유한 음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교정 기관에 수감된 수천 명의 10대들을 대상으로 당분이 높은 음식이나 탄수화물이 높은 음식들을 과일과 채소, 통밀 등으로 교체하자 탈출 시도나 폭력 같은 문제의 빈도수가 낮아졌다고 합니다.
피곤하면 잠을 자라.
너무 당연한 말이죠? 그런데 자기전에 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sns 보는 우리들에게는 또 정말 필요한 말이기도 합니다.
‘아기가 졸려서 보채나봐요. 짜증이 많이 났네.’
이상하게도 어른도 졸리면 보챌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을텐데요.
어른도 똑같습니다.
휴식과 수면은 포도당의 요구를 낮추고 혈관 속의 포도당을 전체적으로 활성화 시킵니다.
연구에서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직장인들은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 일을 대신 해주는 것에 대해 별로 미안해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즉, 내 의지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면?
스마트폰 꺼라! 이런거 읽을 시간에 얼른 가서 씻고 주무세요 낄낄.
이 외에도 포도당과 자기 절제력의 관계와 관련된 설명은 굉장히 많습니다.
대형마트 쇼핑 계산대 즈음에 사탕, 초콜릿이 눈에 확 들어오는 현상은 무얼 살지 고르느라 그만큼 힘들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즉, 그만큼 자기 절제력을 사용했다는 걸 말합니다. 당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죠.
그래서 사실 이 파트에서 말씀 드릴 수 있는건 ‘잘 먹고 잘 쉬어라.’ 정도입니다.
조금은 실망스러우실 수 있겠지만 사실 기본이 제일 중요한거 아니겠어요?
다음에는 3번 전략, 즉 마나통을 키우는(의지력을 키운다)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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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