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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08 18:49:56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목록] 우리나라 당국자들이 꼭 읽었으면 좋을 거 같은 책들 (수정됨)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당국자 및 보좌관 그리고 정치인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몇 가지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몽유병자들, 크리스토 클라크 (한글번역)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책인데,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다룬 책입니다. 마침내 올해 1월에 드디어 번역되었더군요. 
전쟁이 얼마나 우연히 발발할 수 있고, 얼마나 많은 변수들과 요인들이 개입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쉽게 말해 정치인들로 하여금 무책임한 결정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책이고, UN 사무총장이 김정은에게 건낸 책이라고도 합니다. 

2. 돈과 힘, 존 델러리 (한글번역)
해국도지를 저술한 위원에서부터 개혁개방을 주도한 등소평, 그리고 류샤오보까지. 중국의 근대화, 중국의 열망, 중국의 치욕, 중국의 혁명,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 그리고 중국의 양심을 핵심적인 인물들을 통해 조명해주는 간략한 책입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오늘날 중국을 관통하는 핵심을 대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어, 중국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입문서입니다. 

3. 패배를 껴안고, 존 다우어 (한글번역)
일본 전후사를 다룬 책입니다. 전쟁 말기와 패전 그리고 전후복구 관련 이 저서만큼 훌륭한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 단언컨대 일본 전후사 관련 읽어야 하는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입니다. 일본은 가깝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그런 일본을 미국인의 시각에서, 나름 객관적으로 풀어쓴 책이 이 책이고, 사실 일본인들 스스로 쓴 책보다 더 잘 읽히고 객관적입니다. 

4. 일본회의의 정체, 아오키 오사무 (한글번역)
일본 우익의 총본산이라고 불리는 일본회의. 이 단체에 대한 보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수차례 있었고, 또 우리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메이저 언론에서도 몇번 언급된 적이 있는 단체입니다. 일본 아베신조와 아소다로를 포함한 극우 정치인, 학계와 산업계의 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는 단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당국자라면 이 단체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거대한 체스판, 브레진스키 (한글번역)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저술한 책으로, 키신저 류의 현실주의자이며 세계지도를 미국의 체스판으로 인식하는 아주 비정한 전략가입니다. 미국이 바라보는 세계와 패권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게 해주며 미국이 우선시 하는 전략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6. The End of the Ottoman Empire, Eugene Rogan (한글번역 없음)
중동 전문가 유진 로건의 저서로, 오스만 제국의 쇠퇴와 제1차 세계대전 그리고 현대 중동의 분쟁의 씨앗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당시 유럽열강들의 전략과 오스만 제국의 전략이 무엇이었고, 그 다툼 사이에 여러 민족들이 어떻게 또 경합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당시 유럽열강들의 인식과 이들 틈 사이에서 자강을 하려고 했던 오스만 정치인들의 전략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우리에게도 여러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7. 아라비아의 로렌스, 스콧 앤더슨 (한글번역)
오스만 제국의 해체와 아랍 왕국들의 탄생 사이에서 활약했던 민간인, 외교관, 스파이들의 활약을 다루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서술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고 구르고 했던 실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이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욕망을 갖고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외교관이나 국정원 직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로렌스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당시 예일대 출신 미국인 스파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곱씹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8. 0시 1분 전, 마이클 돕스 (한글번역)
그 유명한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이건 정말 필독서입니다. 국방부, 외교부, 청와대 모든 참모진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 오브 필독. 극한의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냉철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고, 미국과 소련이 얼마나 전쟁에 가까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는지 배워야 합니다. 

9. AI superpowers: China and the Silicon Valley, and the New World Order, Kai-Fu Lee (한글번역 없음)
요즘 핫한 AI혁명을 다루고 있고, 중국과 미국이 어떻게 겨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대충 리뷰를 보아하니 21세기 국제정치를 논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책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육해공 경쟁을 넘어, 이제 사이버 공간도 아주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되었는데, 이 판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면 21세기 경쟁에서 도태되겠지요. 

10. Crashed: How a decade of financial crisis changed the world, Adam Tooze (한글번역 없음)
2008년 금융위기와 이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대응, 그리고 이로부터 비롯된 지정학적 결과를 다룬 책입니다. 2008년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날 세계를 이해할 수 없겠지요. 그리고 당시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의 대응을 살펴보고 배우지 못한다면, 다음 금융위기에 대해서 속수무책이겠지요. 한편 어떻게 경제가 정치/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있으니, 당국자들은 경제정책이라는 것을 아주 특별히 주목하고 분석해야 할 것이고 또 국내경제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중앙은행들 그리고 민간은행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계속 주시하고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외에도 다른 책들도 참 많은데, 일단 지금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우리나라 당국자들도 분명 똑똑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과거의 역사를 배우고 최신의 트렌드까지 섭렵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외교와 정책을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지역전문가들이 많이 부족한 거 같은데, ASEAN 외교를 한다면 정말 전략적으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할 것이고, 또 터키와 이란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를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유럽전문가들도 부족한 거 같은데, 유럽 전문가는 영어는 물론 불어, 독어, 스페인어까지 모두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까지는 문제 없이 커버 가능합니다 크크크...독어는 배우다 중도 포기했지만요ㅠ) 

외교부에서 매년 직원들 해외 석사 연수를 보내주는데, 다들 영국 미국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터키 등지에서도 공부를 했으면 좋겠네요. 나라에서 놀러 가라고 유학보내주는 게 아니니까 최대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지식+인맥을 만들어 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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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19/02/08 19:22
수정 아이콘
사실상 구직글?
aurelius
19/02/11 08:4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예리하시군요 크크크
새강이
19/02/08 20:33
수정 아이콘
와 대단하십니다..저는 일개 대학생이지만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aurelius
19/02/11 08:46
수정 아이콘
한글로 되어 있는 것부터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Jedi Woon
19/02/08 20:42
수정 아이콘
영어만 커버해도 좋은 책들이 많아지는데, 불어와 스페인어까지 대단하십니다!
독어도 추가되면 어지간한 인문, 역사 서적들은 마스터하시겠네요
aurelius
19/02/11 08:48
수정 아이콘
정작 불어와 스페인어로는 딱히 눈여겨볼만한 저서들이 많지 않은 거 같아서 아쉽긴 해요. Amazon.fr에 들어가도 구미가 당기는 책은 별로 없더라구요. 그런데 독어권은 정치경제쪽으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거로 알고 있는데, 읽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천호우성백영호
19/02/08 21:25
수정 아이콘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저번에 소개하신 혁명의 러시아 잘 읽었습니다. 역사 정치 외교분야 외에도 혹시 좋은 책들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urelius
19/02/11 08:48
수정 아이콘
너무 한쪽으로 편식해서, 그 외 분야에 대해서는 저도 문외한입니다 ㅠ.ㅠ
19/02/08 21:33
수정 아이콘
좋은 책들이 많네요. 내공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19/02/08 22:13
수정 아이콘
스크랩 해놨습니다. 두고두고 하나씩 보려고 노력해봐야겠네요.
빠따맨
19/02/08 22: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한국 정부에 크게 기대를 안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먼저 저 책들을 읽을지가 의문이고요
읽는다고 해도 저책에서 의도하는 바와 글쓴님이 의도하는 바와 전혀 상관없는 소리를 할거 같아서 안읽고 가만히 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저책들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책소개 감사합니다
묵언수행 1일째
19/02/08 23:1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당국자들은 위에 책들을 읽고 애먼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22강아지22
19/02/08 23:21
수정 아이콘
82년생 김지영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aurelius
19/02/11 08:48
수정 아이콘
불쏘시개라고 하던데...
BibGourmand
19/02/09 00:25
수정 아이콘
한국어 빼고 3개국어요?? 저는 영어도 못해서 허덕이는데;; 추천해주시는 책들 중 번역 없는 건 못 읽겠지만 한글번역 나온 건 챙겨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감사히 보고 갑니다.
미카엘
19/02/09 01:49
수정 아이콘
우리 나라 당국자들은 아랫사람에게 읽히고 요약해 오라 할 듯한.. 그와는 별개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네요!
19/02/09 08:43
수정 아이콘
대단 하십니다.
달과별
19/02/09 09:09
수정 아이콘
이민, 유학 붐으로 유명한 한국의 경우도 다개국어 가능 지역전문가들 양성이 어려울 겁니다.

무엇보다 이른바 중학교 이전 조기 유학이 아닌 이상 여러 언어들을 잘 하기 - 유럽 언어 기준 최소 C1 이상 - 어렵습니다. 보통 영어권으로 어렸을 때 이주를 한다면 영어와 한국어 말고 언어를 하나 더 하게 되는데 보통 일본어의 인기가 높죠. 그 중 파리나 바르셀로나 같은 동아시아나 신대륙과 다른 도시들에 빠진 이상한 학생들 정도나 그 언어들을 배워 재 유학을 가고, 영어와 현지어, 한국어 3개국어 습득이 되는 겁니다. 단지 유럽에서 국제학교 다닌다고 영어와 현지어 동시 잡기는 무리예요.

그냥 유학이 아닌 재 유학이란 단어가 중요한데요. 영어권 국가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경우, 추후 이민이나 한국 돌아갈 생각을 해서 영어권으로 학교를 진학하기 때문에 유럽 본토로 안갑니다. 근데 영어권 국가 국적을 취득한 경우, 그 국가에서 외교부 들어가는게 한국 국적 회복해 가는 것보다 훨신 간단해 한국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가정에서 지역전문가를 다개국어 가능자로 제한하는 건 무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유럽어권이 아닌 이상 다개국어 가능자 풀이 나쁜게 일반적입니다.

석사 유학 보내주는거 하나로 영어와 다른 유럽어 2개가 익혀질리가... 차라리 영어 하나만 파는게 나으니 영국, 미국 가는겁니다. 지식 인맥 둘 다 못 쌓습니다.
송파사랑
19/02/09 10:03
수정 아이콘
아마 다 읽었을 겁니다
강미나
19/02/09 10:31
수정 아이콘
영미유럽권과 비교는 별 의미가 없는게 그쪽은 언어가 다 비스무레한 기반에 있으니까요.
이탈리아 스페인, 혹은 스페인 포르투갈어를 2개 국어로 놓을거면 우리도 북한 사람들이랑 의사소통 가능하니까 2개 국어 하는거고요.
그리고 한 분야에서 직업을 두고 일할 정도면 웬만한 관련분야의 책들은 대학 때 이미 다 읽었죠. 신간이면 모르겠지만.

흔히 특정 분야 관심많은 비전문가들이 빠지는 함정이 그 분야 종사자들은 그냥 하던 거 답습하면서 돈이나 벌고
전문성은 관심 있는 사람보다 떨어진다는 건데, 애초에 종사자들은 관심에다 + a가 있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밥벌어먹고 사는거라....

추천하신 책은 재미있게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달과별
19/02/09 10: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역사책 읽고 언어 할 수 있다고, 지역전문가가 될 수 있느냐는 의외로 다른 문제죠. 특정 지역 스페셜리스트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서 해당국에 장기간 거주하는 자국민들까지 있기 때문에 늦게 배워서는 무리고, 일반적인 제너럴리스트가 되려면 특정 국가로만 제한되는 언어들을 아는게 장점은 되겠지만 필수는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한국 외교공관 현채는 정말 연봉도 짜디 짠...
aurelius
19/02/11 08:52
수정 아이콘
이를테면 러시아 외무부는 파르시, 아랍어, 한국어, 중국어, 터키어에 유창한 외교관 부대를 양성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러시아의 GDP가 우리나라와 비슷함에도 국가의 힘 이상으로 사방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주 유능한 외교관 및 첩보요원들의 힘 덕분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확실히 한쪽 지역은 제대로 알고 그들과 섞일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한 거 같아서요.. 대영제국의 로렌스도 아랍인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아예 그들에게 동화되어버렸었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에 못지 않은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달과별
19/02/11 11:35
수정 아이콘
불어권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들만 해도 대사대리급이 불어 못하는 경우를 봤는데, 한국으로 파견나오는 러시아 대사관 근무 인력 다수가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가요?

심지어 주변국인 스웨덴의 러시아 대사관도 상당수가 스웨덴어 못한다는데요?
조말론
19/02/09 13:30
수정 아이콘
진심이신건가..
-안군-
19/02/09 16:49
수정 아이콘
읽기야 어느정도는 읽었겠죠. 근데 어차피 개인이 국가/세계급의 이슈를 좌지우지 하지는 못하니, "내 알 바 아니고 난 내 자리 잘 보전하고 내 밥그릇 잘 지키면 그만" 이라는 마인드가 문제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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