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더럽습니다. 글 맨 밑에는 사진도 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역겨울 수 있습니다.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장이 안 좋아서 설사가 잦았던 만큼 똥과의 밀당에는 자신이 있다. 같은 설사라도 기름진 음식이나 술을 마셨을 때는 참기가 쉬운 편이고, 매운 것을 먹거나 배를 차게한 경우는 보통이고, 장염이나 식중독으로 인한 것은 괄약근에 스테로이드를 맞아도 참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내 몸속에 있는 녀석이 어떤 상태인가를 아는 것이 밀당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상황 판단은 그 다음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아침은 낌새가 좋지 않았다. 배가 살살 아파오기에 어제 무엇을 먹었나 되짚어봤다. 아침에는 김밥, 점심에는 햄버거, 저녁에는 삼겹살 + 김치찌개(매움). 기름진 것과 매운 것을 먹었으니 난이도는 보통이었다. 모닝똥으로 가벼운 설사가 나왔고 이는 장 내부의 압력을 다소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나는 지사제를 가방속에만 넣어두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출근길 동안 배앓이 하나 없었고, 11시까지도 평범한 일상이었다. 나의 분석과 판단은 역시 정확했다. 아마 모닝똥으로 대부분의 설사가 빠져나갔을 것이고, 굳이 지사제를 먹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그랬어야만 했다.
11시가 조금 넘었을 때 점심메뉴를 결정해야하는 중요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가 간지러웠고, 매너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입을 가리고 에~취 하는 순간.... 충격으로 괄약근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잠시동안 개방되었다.
왈칵.... 묽고 뜨거운 것이 엉덩이를 적셨왔다.
방귀와 혼동해서 살짝 새어나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건 지린거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있을 때, 그것이 나의 고간까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고, 즉시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허벅지를 타고 내려오는 느낌에 천천히 걸어나갔다.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재빨리 바지와 팬티를 벗어 재끼고 응급처치를 한 뒤에 편의점에서 물티슈와 새로운 팬티 그리고 20원짜리 봉투를 함께 사와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장렬히 전사한 팬티를 봉투에 담아 주머니에 넣었다. 자리로 돌아오니 다들 점심 먹으러 나갈 준비가 한창이었고, 나는 비닐봉투를 내 가방에 은닉한 뒤 따라 나갔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옆 자리 동료가 나에게 물었다. "XX씨 방석에 뭐 묻힌거에요?" 물음에 고개를 아래로 내린 순간... 노란색의 얼룩이 보였다. 세상에 어떤 놈이 깔고앉는 방석 중앙에 뭔가를 흘릴 수 있겠는가. 십중팔구 아까의 그것이 방석까지 스며든 것이다. 동료에게는 옛날에 뭐 흘렸던거고 그 이후로 뒤집어서 쓰고 있었다고 둘러댔다.
문제는... 그렇다. 방석에 스며들었다는 이야기는 내 바지도 똥싼바지라는 것이다. 다시 화장실로 가서 바지를 벗고 손으로 촉감을, 코로 냄새를 검사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미 사건 후 2시간 가량 지나서 바지는 뽀송뽀송했고,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바지를 새로 사서 갈아입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비슷한 것을 찾기란 불가능했기에 퇴근할 때까지 나는 똥싼 바지를 입고 똥 묻는 방석 위에 앉아 있었다. 차마 방석을 뒤집지도 못 했다. 그러면 의자까지 오염될 수 있기에... 그 찝찝함은 말 해도 모를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뒷정리를 하면서 다짐했다. 사람은 자만하면 안 된다. 내가 똥에 대해 전문가라고, 똥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거만한 생각을 가졌기에 큰 벌을 받은 것이다. 쓰나미나 지진이 일어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몰려오는 쓰나미를 없앨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
스스로를 되돌아 보자. 급똥의 위기를 몇 번 넘겼다고 자만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쓰레기 봉투에 쑤셔박기 전, 언제라도 안이해질 수 있는 제 자신을 다그치기 위해 찍은 덩묻은 방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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