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 드리고 싶네요.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스윙키즈라는 영화를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참신한 댄스, 음악영화 라고 생각하고 가신다면 그 기대를 다시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끼리 볼 영화를 고르는데 이 영화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다른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가 영상 등급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저어어어어어얼대로 12세 등급에 적합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혹시나 이 영화를 보실 분이 계시다면 이후 내용에는 이 영화의 스포일러를 담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저는 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높다고 생각하는데 뭐랄까... 같이 보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이 영화를 '6.25를 배경으로 하는데 탭댄스를 통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라고 보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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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묘사가 잔인하다.
생각보다 묘사가 잔인합니다. 앵? 무슨소리야. 스윙키즈 보니까 탭댄스 추고 그러던데. 탭댄스를 추는 영화인 건 맞는데 단순히 춤과 음악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두 가지 방향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주인공의 신분과도 연관이 있죠. 공산주의와 자유주의가 대립하는 구도의 이야기와 로기수와 스윙키즈 팀원들이 탭댄스를 추는 이야기로 나뉘죠. 주인공인 로기수는 거제포로수용소의 최대의 문제아였고 인민의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로기수는 어느날 우연히 탭댄스를 추는 잭슨하사의 모습을 구경하게되고 전쟁전에 무용을 배웠던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죠. 결국 로기수는 겉으로는 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인민의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현실은 미제춤인 탭댄스에 빠져있는 청년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두 갈레로 나뉩니다.
문제는 이념대립과 관련된 이야기가 그려질 때입니다. 단순히 말로 싸우는게 아니에요. 서로 죽이고 죽는 싸움을 하는데 그 묘사가 잔인해요. 로기수의 친구가 전선에서 포로수용소로 돌아오는데 팔과 다리가 잘려있습니다. 근데 팔의 단면이라고 해야하나요? 그게 보입니다. 게다가 인물들이 죽을 때 벌집이 되면서 죽는 묘사도 흔하고 심지어 머리에 총을 맞았고 그 선혈이 일직선으로 튀면서 죽는 묘사가 두 번이나 나옵니다. 이 부분때문에 저는 이 영화의 영상등급이 의문입니다. 12세 이용가인데 저한테 이 영화를 12세, 그러니까 현 6학년 친구들이랑 같이 보여줄 수 있냐. 초등학교 교실에 틀어줄 수 있냐 라고 물으면 저는 '아니요.'라고 대답할 거 같거든요.
2. 메세지가 뭐에요?
이 영화의 평 중에 가장 많은 말이 이런 말일거에요. '단순히 탭댄스를 보러 갔는데 감동과 교훈까지 얻게되는 영화입니다.' ' 메세지까지 있는 영화에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뭐야 영화 끝이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 말만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어요.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모르겠어요. 이야기가 두개니까 하고 싶은 말도 두 개 인 거 같아요. 그리고 영화를 통해 둘 다 충분히 추측할 수 있어요. 첫째는 '이념의 대립은 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둘째는 '춤은 그 이념의 대립으로 받은 상처와 현재 처지를 잊고 현재를 살아가게 할 힘이 있다.' 이 영화는 둘 다를 말하고 싶은건가요? 제 생각에는 전자를 말하고 싶은 것 같아요. 후자의 이야기는 인물이 대놓고 이야기 합니다. 탭댄스 슈즈는 매직 슈즈인 것 같다고. 이 신발만 신으면 이념, 상처, 현재 상황까지도 전부 잊게만드는 힘이 있다고 말이죠.
그런데 영화의 메세지는 춤은 잊게는 만들지만 현실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인가봅니다. 스윙키즈 팀원들은 크리스마스에 예정된 공연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다 죽어요. 네???? 이게 무슨소리에요? 잘못 쓴 거 아닙니다. 여러분이 영화 광고에서 본 스윙키즈 팀원들 다 죽는게 이 영화의 결말이에요. 로기수는 탭댄스를 춘다는 사실을 들키고 죽을위기에 처하지만 대신에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무리 한 다음에 말미에 총으로 수용소장을 암살하라는 명을 받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로기수가 홀로 탭댄스를 추면서 시선을 끌다가 무대 뒤에 숨겨놓은 총을 가지러 가는 순간 그의 형 로기진이 로기수를 막아서고 대신 총을 들어서 테러를 합니다. 로기진은 제압되고 로기진이 쏜 총에 맞아 열 받은 수용소장이 그 안의 동양인을 다 죽이라고하죠. 그래서 스윙키즈는 전부 죽습니다.
스윙키즈들이 다 죽을때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진짜 다 죽은건가? 그것도 벌집이 되어서? 이게 혹시 로기수의 꿈이 아닐까. 갑자기 로기수가 일어나면서 아 XX 꿈!이라고 말해주기를 바랬습니다만 영화는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더군요. 이 영화는 결국 이념대립의 무서움을 이야기 하고 싶은건가요? 그렇다면 적어도 제게는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어서 와닿지 않는다기엔 국가부도의 날은 제가 직접 겪지 않은 IMF 이야기임에도 와닿았거든요. 6.25 시절 이념대립으로 인한 상처를 이야기 하기에는 이제 시간이 좀 많이 흘러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결론적으로 춤,음악 같은 것은 현실도피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결말이에요.
3. 그럼에도 신나는 탭댄스! 이야기는 훌륭하다.
탭댄스는 정말 신납니다. 특히 음향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아요. 로기수가 탭댄스를 처음 본 뒤에 주변 사물들에서 들리는 소리로 비트를 느끼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정말 훌륭한 발상인데다 공을 들인 티가 팍팍 났거든요. 인물들이 춤을 추는 장면 장면들은 보고있으면 절로 흥이납니다. 춤을 추는 로기수가 너무 행복해보여서 스윙키즈 단원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저들을 응원하고 있었어요. 진짜로 저 스윙키즈라는 댄스 팀이 단순히 크리스마스용 공연팀이 아니라 해외 순방 투어도 다닐 정도의 인기팀이 되었으면 한다는 인물들의 소원을 저도 같이 기도할 정도로 영화의 춤은 훌륭합니다. 그래서 결말이 더 아쉬웠던 걸지도 몰라요.
이야기도 복선이 재법 있습니다. 이야기의 구성자체는 치밀하고 있을법한 이야기에요.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결말은 아쉬워도 그 결말까지 달려가는 과정은 훌륭합니다. 결말도 사실 개연성만 따지면 적절하다고 봐야죠. 서로 죽일듯이 달려드는 사람들끼리 갑자기 수준급의 댄스를 봤다고 화해하는 것도 웃기니까요.
여기까지가 제가 스윙키즈를 보면서 느낀 점들입니다. 혼자, 연인과 같이 보는 것은 좋지만 가족끼리 (주로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완성도가 높은 영화지만 결말이 아쉽다 정도로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