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입니다. 이미 피지알에도 후기가 낭낭하게 남아있는 식상한 보헤미안 랩소디 후기이지만 그냥 끄적이고 싶어서... 글재주도 없는데 장장 3시간 동안 이걸 붙잡고 있었네요. 관련 글 댓글 화 방침도 알지만…. 그냥 쓰고 싶었어요.
1.
Fan. Fan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열광하는 사람? 매니아? 사전을 뒤져봐도 그 뜻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머릿속엔 ‘이런 것이 fan이다’라고 둥둥 떠다니는데 가슴엔 ‘이것이 fan이다‘ 라고 명확히 박히지 않아. 그저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 열광적으로 즐기는 사람? 혹은, 즐기는 대가로 돈을 내는 사람? 그렇다면, 그저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면 fan이 아닌가? Anti fan은? 그저 조금 관심이 있어도 fan인가. 무엇이 fan인지 잘 모르겠다.
2.
Queen 앨범 몇 장 가지고 있는, Queen의 베스트 앨범에 나오는 노래 정도를 아는, 영화를 보고서야 비로소 그들의 2집 앨범에는 내가 아는 곡이 하나도 없음을 깨달은, TV에 나오는 익숙한 멜로디만 흥얼거리는, A night at the opera 앨범을 소장하고 있으며, 나는 뭔가 다르다는 중2병과 ‘Queen은 나만 알았음 좋겠다능’을 외치며 홍대병에 걸려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앨범을 소장하는데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이 남기는 짧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후기.
3.
음주가무의 민족 일원으로 태어나 대낮부터 노래방에서 사장님과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와다다다다다 흐챠챠챠 흐챠 기싸움을 벌이다’ 고개를 수구리고 씁쓸한 발걸음으로 문을 나서본 노래방 키즈라면 퀸,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 아님 말고. 그건 네 생각이고.
4.
나이 차 나는 형은 주말에 좁은 거실에서 테이프를 녹음했다. 전화벨 소리, 초인종 소리가 울릴까 조마조마하지. 윗집에선 쿵쿵하는 소리가 천장을 울린다. 자그마한 오디오로 테이프로 테이프를 녹음하며 테이프에서 스며 나온 소리로 마이클 잭슨노래를 접했다. 태지 보이스, H.O.T.에 열광하던 시절에 임재범의 묵직한 보컬에 열광했다. 뭐가 그리 슬픈지 지독하게 그 울분을 배출하던 머큐리의 목소리에서 지금껏 헤어나지 못하는 나. 일렉기타도, 베이스도, 드럼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보컬 목소리에만 꽂혀 노래를 들었다, 내게 프레디 머큐리라는 보컬리스트의 존재는 말 그대로 독보적,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로버트 플랜트, 로니 제임스 디오, 프레디 페리. 누가 누굴 최고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던 쟁쟁한 라인업에도 내게 1픽은 프레디 머큐리니까.
5.
영화에 대한 평가 접어 두자. 그냥 Queen 노래를 듣기 위해. 오직 그 이유로 같은 영화를 세 번 봤다. 3일 동안 세 번. 영화관에서. 소위 매니아로 불리는 이들에겐 뭣도 없는 거로 유난 떤다고 할 수 있지만 소위 머글들에게 이만한 노력은 포상 내릴만하지 않나?
6.
음악 영화인지, 성 소수자 영화인지, 밴드 Queen의 일대기인지,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간의 고독을 다룬 일대기인지, 다시는 만나기 힘들 희대의 괴짜에 대한 추모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혼란스럽다. 당최 무엇을 주제로 삼은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하나 확실한 것은 Queen이 들려준 음악에 행복을 느낀 사람이라면 2시간이 넘는 긴 런닝타임도, 부족한 스토리텔링과 이곳저곳 빈틈투성이 개연성에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Queen의 노래가 영화관에서 나오는데! 짱짱 큰 화면에서 짱짱한 스피커로!
7.
1회차. 코엑스 메가박스 mx관
2, 3회차를 보고 남기는 1회차 후기
코엑스 메가박스 mx관, 용산 screen X관, 용산 IMAX순으로 관람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도는 메가박스 mx관 >>>>>> 아이맥스 >>>>>>>>>>>>>>넘사벽>>>>>>>>>> ScreenX 이다.
8.
1회차 관람에서 기억나는 건 영화를 보는 내내 무언가에 홀린 듯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벅차올랐던 감정과 왠지 모르게 터져 나왔던 서러움, 그리고 그가 평생 떨쳐 낼 수 없는 공허함에 대한 공감. 낙엽이 흩뿌리듯 바스라져 버린 그에 대한 연민. 첫 키스 장면에서 깜놀.
9.
mx관의 장점과 단점
압도적인 사운드가 mx관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아닐까. 물론, 첫 관람의 설렘과 기대는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놀라운 소리였고 이 영화는 Queen의 음악이 시작이요 끝이다. 더 말이 필요할까? 말 그대로 쩐다. 막귀에다 글이 젬병인 탓에 기술적인 부분을 썰로 풀진 못하겠다. 그냥 가슴에 박히는 노랫말, 쿵쿵 찍어주는 베이스, 솜털이 나풀나풀 날리듯 보이는 고음까지. 적어도 내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내려갈 때까지 정답은 코엑스 mx관이다.
10.
2회차.
용산 아이파크몰 Screen X.
ScreenX를 추천한 빌런들 기다려라. 영화 몰입도에 대한 부분을 전면 부정한다. 단 하나의 장면. 라이브 에이드의 라디오 가가에서의 카메라 워킹에서 느껴지는 뽕맛만 제외. 그것을 제외하면 비추. 용산 Screen X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떻게 방구석 모니터 양옆으로 박아놓은 보급형 스피커만도 못한 사운드를 들려줄 줄이야. 2회차 관람에서는 키스하는 장면에서 깜놀하는 관객들을 즐기는 여유가 생김. 뿌듯하다.
11.
2회차 관람 때는 1회차를 보고 남긴 다른 사람들의 후기들을 훑어보고 갔다. 1회차 관람 때는 말 그대로 Queen 뽕이 차올라 ‘내용 따윈 개나 줘버려’였지만 이때부터 부실한 스토리텔링 등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에 몰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절망적인 영화관 환경에 몰입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밴을 팔러 가기 전 차가 지나가는 장면에서 Screen X 전환을 하다니. 이런....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인줄.
12.
지렸다는 후기의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선 공연장과 주점, 모금 받는 부분을 오가는 화면 전환에서 당최 집중하기 힘들었다. 어두웠다 밝았다, 밝았다 어두웠다. 101101010 디지털도 아닌 것이. 명암조절 실패와 마스킹 하지 않은 비상구 불빛(비상구 마스킹은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최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킹 아써:제왕의 검을 Screen X로 보며 한 번 속았지만, 다시 도전해본 Screen X인데 앞으로는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을 것 같다. IMAX 용 촬영이 존재하듯 Screen X 전용촬영을 따로 하지 않는 이상.
13.
3회차.
2회차 때도 느꼈지만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오르기 전, 프레디 머큐리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모두 달랐다. 3번의 관람이니 총 6번의 입장. 지금, 후기를 남기며 반복 재생 중인 라이브 에이드에서 망가진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14.
이런저런 후기들. 꺼라위키를 읽고 간 뒤 보이는 디테일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관심도 없었던 베이스 존 디콘, 디키. 멤버들간의 애칭과 그의 재능에 대한 짧은 일화. 로저 테일러의 톡 쏘는 성격과 X선비 브라이언 메이. 그럼에도, 치열하게 욕심부렸던 그들의 곡에 대한 욕심들. 프레디 머큐리의 말처럼 그들의 그룹에 까칠한 여왕은 한 명으로 족하길 바랐지만, 충분히 훌륭한 하나들이 모여 역사에 길이 남을 Queen이 완성된 것이 아닐까.
We’re family, we believe in each other.
15.
3회차. 용산 아이파크몰 IMAX.
음향은 나쁘지 않지만 역시 코엑스 mx관이 짱짱맨. 가장 설레는 IMAX 카운트다운 이후로 가슴을 울리는 소리는 기대하기 힘들다. 베이스가 우렁차기에 쿵쿵짝, 쿵쿵짝 하는 맛이 쏠쏠하단 것과 Another one bites dust가 쩌는 노래란 사실에 새삼 놀랄 것 아니라면. 영화 마지막쯤엔 지루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영화는 두 번 볼 거 한 번, 세 번 볼 거 두 번 음향 좋은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셉습니다.
16.
엄청난 싱크로율의 배우들에 대한 놀라움은 금상첨화. 나는 외국 사람 얼굴을 잘 구별 못 한다. 그런 내가 보니 캐스팅이 놀라울 따름이다. 프레디 머큐리만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를 그대로 보여준 Rami Malek. 어디서 갑툭튀한 브라이언 메이의 도플갱어 Gwilym Lee, 마찬가지로 디키, 존 디콘의 환생같은 Joe Mazzello. 머큐리의 마지막 사랑 짐 허튼역의 Aaron Mccusker. 그리고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말 정말 닮았다고 생각한 프레디 머큐리의 어머니 역.
17.
행복한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행복했고 즐거웠다. 벅차 오른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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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1.
Fan이란 단어를 적절하게 바꾸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적절하게 바꿀만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그대로 사용했는데 적절한지 모르겠다.
여담2.
영화관에는 광고가 나온다. 가끔 참신한 광고가 나오면 재미있다. 하지만, 보통은 이 시간이 고역이다. 10분 아까웡. 그중에서도 모 브랜드 광고는 참 버티기 힘들다. 브레인까지 마사지하는 마사지 체어라니.
여담3.
프레디 머큐리로 분한 Rami Malek의 얼굴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얼굴보다는 thriller 시절의 마이클 잭슨이 떠올랐다. 영화에 빠져들면서 마이클 잭슨이 프레디 머큐리로, 마지막 회차엔 프레디 머큐리역에 흠뻑 빠진 배우의 얼굴이 보였다. 뭉클했다.
여담4.
Rami Malek이 Mr.Robot의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을 방금 검색해보고 알았다. 나는 정말 얼굴 인식 장애가 있는 것인가. 왕좌의 게임의 베일리쉬가 등장하는 것은 알았는데. 마이애미 비치 역의 Tom Hollander 또한 왕좌의 게임 어디선가 본 것 같아서 계속 찾았는데 출연하지 않았더라. 분명히 누군갈 닮았는데...
여담5.
밴드 잔나비. 이 밴드의 로켓트란 노래를 듣고 ‘얘네는 퀸 빠다‘라고 확신했다. 라이브에서도 종종, 아니 자주 커버곡을 선보이는데... 그말싫...
여담6.
MIKA를 처음 안 것도 ’프레디 머큐리의 환생이다‘라는 지극히 자극적인 멘트에서였다. 그리고 그의 1집은 나의 1년을 함께 했다.
아쉽게도 그 뒤로는 내 취향과는 영영 멀어진 것만 같다. 김미카씨 뭐합니까. 1집 같은거 또 안 내주나요. 하....
여담7.
누구보다 위대하고 누구보다 고독함을 느낀다고 하는 예술가들. 그들이 처하는 혼자라는 느낌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다. 뛰어난 재능에도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채찍질과 상처들... 얼마전 스스로 안식처를 찾아 떠난 故종현에게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익명의 힘을 빌려 전합니다.
여담8.
퀸의 앨범을 하나씩 보면 메가 히트곡들은 각 앨범당 많으면 2, 3개. 나 같은 사람들에겐 듣도 보도 못한 곡들 천지이다. 대체 1, 2집에 모든 것을 불태운 오아시스 당신들은... FFP 스캔들도 터졌고 니네 팀 조만간 챔스 우승할 것 같은데 X발 빨리 재결합 안하냐?
여담9.
저의 최애곡 ’In my defence‘는 이 영화에 나오지 않았네요. 프레디 머큐리라는 사람은 잘 몰랐고 그의 목소리를 막연히 동경하던 사람이지만 노래에 담긴 그의 절절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I'm just a singer with a song.
How can I try to right the wrong.
For just a singer with a melody.
I'm caught in between with a fading dream.
닫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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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엔 MX고 사운드X고 아무것도 없어요 ㅠㅠ
IMAX 2D랑 스크린X뿐입니다...
아무튼 영화 보다 미친놈 된 줄 알았습니다.
스토리 전개? 됐고 음악 내놔 음악! 음악 내놓으라고!
스토리는 별로고 음악은 개쩌는 탓에. 솔직히 영화보다는 퀸의 공연이 티켓값 안 아깝게 한 일등공신이죠.
솔직히 스토리는 음악이 캐리하는 거 버스나 타는 수준.
어제 봤는데 흰머리 희끗한 옆 자리 아저씨는 시작하기전부터 캔맥주 햄버거 드시더니 상영중에 음악따라 가사 흥얼거리시고 마지막 20분에는 계속 훌쩍거리시군요.
내용은 퀸 음악 메들리 뮤직비디오 수준이고 주인공인 프레디머큐리도 딱히 일반적으로 공감갈만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기존에 퀸을 들어온 세대가 아니면 자리지켜서 보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