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브런치에 쓴 글을 가져왔습니다.
나는 어제 영화를 보러갔다. 재밌을 것을 기대했지만, 재미는 없었고 아침드라마 같은 전개를 보며 괴로움마저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한 생각은 한가지였다.
"내 브런치 독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집에 오는 길에도 영화의 모순된 시퀀스와 필요없는 감정선, 논리의 부족함 등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제대로 깔 준비를 했다. 또한 나만 이상한 소리를 하면 안되기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찾아봤다. 아뿔사. 대부분의 평가는 못해도 70점은 되는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15점인데... 이걸 어쩐다.
아침에 교회로 뚜벅뚜벅 걸어가며 고민해보았다. 그러던 중 레이 달리오의 책 '원칙'이 기억났다.
그는 책에서
"모든 일에 2차, 3차 결과를 생각하라."고 했다.
생각해보았다. 영화에 대한 비판을 쓰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 아마도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의 댓글을 받겠지. 또한 반대하는 사람의 댓글도 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또 댓글을 단다. 댓글을 달기 위해선 영화를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한다. 그럼 다시 나는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결국 아무런 득이 없다.
설령 내 주장이 제갈량의 출사표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동하게 할찌라도 내가 얻을건 무엇일까? 관심. 그리고 영화보려던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다는 점. 그 뿐이겠지.
생각은 조금 더 나아가 내 삶을 돌아보게했다. 내가 하는 일의 2차, 3차 결과 중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게 뭐가 있을까? 누워서 트위치를 보는건 나를 어떻게 바꿨지? 할 일 없이 유명 연예인 근황이나 찾아보는 건 내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2차, 3차, 4차, 5차, 6차 결과를 보아도 덕이 되는 부분은... 답할 수 없었다.
여전히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히는 롤에는 자주 쓰이는 말이 있다. 바로 스노우볼이다. 초반에 양팀은 거의 균등한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균형은 곧 깨진다. 1킬은 2킬이 되고, 2킬은 3킬,4킬로 이어진다. 결국 스노우볼이 굴러굴러 승패를 가르는 것이다.
레이달리오의 '원칙'에서 말한 2차, 3차 결과를 생각하라는 뜻은
모든 일의 스노우볼을 생각하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작은 행동들이 원인이 되서, 작은 결과를 쌓아간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바꾸기 힘든 인생의 현실을 만들곤 한다.
한 사람을 루리웹에서 검색할 일이 있었다. 누구인지 말할 순 없지만 그는 2300일동안 루리웹에 출석했다. 하루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1시간 간격으로 글을 올린다. 정치, 사회, 게임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소견을 매일같이 쏟아낸다. 그는 그것을 통해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걸까. 그가 꿈꾸는 2차, 3차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그러고보니 나는 무엇을 위해서 글을 쓴걸까.
왜 책을 소개한걸까.
왜 유저를 비판한걸까.
왜 영화를 비판한걸까.
2차, 3차 결과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 와중에도 나는 결과를 생각하지 못한다. 어쩌면 바보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이런 뻘글말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글로써 좋은 결과를 만들자. 그래 추진력을 얻기 위해 나는 아직까지 뻘글을 쓴 것이다. 이렇게 마무리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