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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04/05 01:4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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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7]똥존감(feat. 자-똥기술법) |
프로똥글러라는 것을 자각한지 못해도 3년.
그래도 정기적으로 똥글은 싸게 되더라.
일단 싸라 그럼 유명해질 것이다
이 표현은 드립이 아니라 진리고 빛이고 소금이며 변할 수 없는 진리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니 일단 싸라.
똥인간으로서나 프로똥글로서나 요즘 삶의 자존감을 구성하는 것은 별거 없는 것 같다.
그냥
세상에 입과 손으로 똥을 싸는 사람이 비단 나만이 아니구나.
쓴다와 싼다의 경계가 이렇게 희미했구나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이들조차도 이따금 똥꼬쇼 같은걸 할 때가 있구나.
이런 것들을 느끼며 나만의 똥존감을 형성한다.
그래, 나만 싸지 않았어. 뭐 이런 것.
덕분에 나는 요즘 엉뚱한 상상을 종종하곤 한다.
금빛 은빛 반짝이는 것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똥글 쌀 때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비데 달린 변기에 앉아 싸는 기분일까.
그들의 글은 반박불가한 사회적 악취이긴 하나
한편으론 나도 그렇게 높은 곳에서 똥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뭔가 그 정도는 돼야 진정한 대변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 높고 청량하고 풍경 좋은 곳에서 똥 싸는 기분이 어떤지 책을 낸다면 한권 사서 읽을 용의도 있다.
여튼, 우린 참 정서적 쾌변이 참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변비 같은 악재들이 도처에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야말로 피똥을 싸야한다.
간신히 쌌는데 변기가 막히기도 하고, 심지어 역류까지 한다.
이를 위한 뚫어뻥은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으며 어떨 때는 휴지조차 없다.
서럽다.
똥꿈을 꿔도 내가 산 로또는 똥이 되는데.
누구는 똥 쌀 때도 보조까지 있고, 심지어 그 똥은 매화라고도 불린다는데.
내 똥은 평소엔 그냥 똑같은 똥이었다가
건강검진 받을 때나 되서야 자랑스럽지도 않은 내 이름을 갖게 된다.
똥 같은 이름이라기 보단, 이름 같은 똥에 더 가까울 듯.
그런 이름을 가진 나는 요즘 변기에 앉으면 종종 어른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미 나이로는 계란한판도 지났지만 어른이라는 사실을 잘 실감하지 못한다.
예전에도 못생겼던 나는 지금도 못생겼으며
예전에도 여자친구가 없던 나는 지금도 여자친구가 없고.
예전에도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예전에도 똥글을 쌌던 나는 지금도 싸고 있으니까.
그저 예전보다 더 시큰해지는 무릎과 거울 보면 딱 봐도 삭아 보이는 얼굴 상태가 지나간 세월을 증명할 뿐.
다만 요즈음 이런 생각을 한다.
망각의 물내림으로 똥글을 떠나보내기 전에
그를 과연 얼마나, 오래, 똑바로 자주보고 있는가.
어른으로서 시간이 제대로 누적된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똥으로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는 것이 비단 몸에만 해당하는 것 같진 않다는 게 요즘 감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시간은 아직 20대인 듯. 아무튼 그럼.
아마 철들지 않는 나의 똥존감은 앞 자리수가 한번 더 바뀌어도 계속될 것 같은데
바라는 게 있다면 30대인 지금 똥타율이 3할 정도 된다고 봤을 때, 40대가 됐을 때는 4할까진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 정도만 해도 나이 먹는 게 억울하진 않을 듯.
아, 이제 또 똥 싸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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