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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2/25 13:40:54
Name aDayInTheLife
Subject [일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보고 왔습니다. (스포)
기예르모 델 토로는 (개인적인 감상으로) 언제나 미지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질적인 것에 대한 매혹, 공포, 호기심, 애정, 경외 등등 다양한 감정을 담는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미지'의 것에 본인의 상상이 많이 가미되어 있기도 하구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 는 이질적이고 다른 것에 대한 애정과 함께 60년대 중반의 사회상을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서사적 요소를 뽑자면 언어가 아닐까 싶네요. 다들 말을 하지만 실제로 소통이 이뤄지는 건 소수에 불과합니다. 영화에서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릭랜드의 언어는 일방적입니다. 반대로 일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지만 젤다와 자일스 그리고 양서류 인간은 말을 통하지 않고도 대화가 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또 이런 주인공 집단은 레스토랑의 점원, 남편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섀넌의 스트릭랜드가 성공의 척도라고 할만한 캐딜락과 두 아이와 아내, 집을 가진 사람이지만 검게 썩어버린 두 손가락 (혹은 찌그러진 캐딜락 마냥) 삐뚤어진 성공 신화 (본인은 여기가 아닌 '진짜 도시'에 갈 거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죠) 차별성과 기괴한 캐릭터를 상징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언어장애, 양서류 인간(엔딩 크레딧의 표현을 따랐습니다.), 흑인, (아마도) 동성애자가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혼자이기 때문에 똑같은 혼자를 구해야한다는 건 꽤 의미심장한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동질감은 목의 상처가 아가미로 변하는 엔딩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서 또 다른 인상적 지점은 고전 영화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상에서 하고픈 얘기들이 적절한 효과음과 뮤지컬 영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라라랜드가 떠오르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묘하게 이 영화는 군데 군데 60년대의 지점을 서사상으로 끌어옵니다. 특히 아예 한 장면은 흑백 뮤지컬 영화 그 자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고전적인 향취와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독특한건 이 고전적이라는 점이 스트릭랜드의 미래와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TV의 지나간 영화들과 스트릭랜드의 미래는 대비되는 동시에 과거에 대한 향수, 그리움, 동화적인 분위기와 감독 본인의 애정을 듬뿍 담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재밌던 부분 중 하나가 탈주...?한 양서류 인간을 만나는 것도 영화관, 그 수중 장면에서 현실에 끼어든 것도 영화관에 물이 새서, 처럼 어떤 이야기 부분을 영화와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 점입니다. 오프닝에서 영화관의 간판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어쩌면 감독은 일라이자의 이야기를 영화적인 부분들과  꿰메어 만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물과 계란이라는 소재는 어떨까, 란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물은 녹색을 품고 양서류 인간의 등장과 엔딩을 가지고 있는 색이라면 빨간색은 중간부터 끼어들어와 엔딩까지 도달하는 색입니다. 정확하게는 엔딩에서 청록색 배경에서 강렬한 빨강색을 드러내며 엔딩인걸로 기억합니다. 청색이 시설과, 미래, 스트릭랜드를 표현한다면, 적색은 그 반대를 뜻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생각해보니 파이도, 젤리도 청색이네요. 젤리는 적색에서 바뀐 것이지만) 특히 버스에 매달린 두 빗방울을 저 멀리서 비추는 빨간색 빛도 꽤 인상적이네요.
계란은 첫째는 탄생, 둘째는 이질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번째 소통에서 일라이자는 달걀을 '깨주면서' 첫번째 교감을 완성시킵니다. 또 계란은 원이 아닌 타원으로 보통 일반적인 원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어쩌면 외부인으로서의 일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다운 색감, 섬세한 연출과 디자인이 매력적인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델 토로가 마이너한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들이 군데 군데 들어가 있긴 합니다. 이야기상 연결 부위의 이음새가 조금씩 눈에 띄기도 하구요.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이기에, 또 시의적절한 영화이기에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델 토로가 아카데미 트로피를 드는 것이 보고 싶기도 하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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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5 14:07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는데, 이상하게 여주 얼굴 볼때마다 옛날 혹성탈출에 나온 여자 침팬지 얼굴이 오버랩되서 몰입을 방해했네요
it's the kick
18/02/25 14:39
수정 아이콘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전개가 참신하기보단 관습적이었지만, 관습적인게 싫은 건 아니고 아무 노력없이 관습적인게 싫은 거기 때문에 상관없었고, 결국 마지막 장면이 얼마나 좋으면 이게 노미네이트 됐을까 생각을 하면서 보는데, 마지막 장면은 정말... 그럴만한 자격이 있을 만한 장면이었습니다
aDayInTheLife
18/02/25 19:42
수정 아이콘
아름답죠. 너무...
날아라슈퍼냥
18/02/25 14:49
수정 아이콘
전 영화 스토리 자체가 인어공주랑 백설공주를 합친 스토리같아서 생각보다 별로였고.... 이상하게 요새 아카데미등 올라가는거 보면 너무 성소수자들을 넣는거같아서..
리콜한방
18/02/25 15:27
수정 아이콘
작품상 후보 9작품 중 2작품만 성소수자 이야기인데 '너무' 는 아니지 않나요.
작년에도 역시 9개 중 1작품만 성소수자 이야기였고요.
날아라슈퍼냥
18/02/25 15:31
수정 아이콘
아 예전에 문라이트나. 캐롤이 생각나서요.. 생각해보니까 그리 많지 않은거 같네요..
리콜한방
18/02/25 15: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캐롤은 작품상 후보 못들었어요. 그때가 재작년인데 당시 후보들 중 성소수자 영화는 제로였더군요.
18/02/25 15:15
수정 아이콘
전 다 좋았는데 흑백 뮤지컬? 하는 부분은 잘 몰라서 그런 거겠지만 의아했어요ᆢ
18/02/25 15:28
수정 아이콘
큰 흐름은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지만 디테일에 엄청 신경을 쓴 것 같더군요.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 의미부여를 하려는 의지가 보일 정도였다고나 할까...(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장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궁금해지는 부작용(?)도 생깁니다만)
마스터충달
18/02/25 15:50
수정 아이콘
저는 모든 영화가 사소한 컷 하나하나마다 의미를 넣어놨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거랄까요. 소비자의 관점으로만 바라볼 때는 함축되고 숨겨진 의미를 눈치채지 못하는 걸 탓했는데, 창작자의 관점을 알아갈수록 '제발 이것좀 알아차려줘.'라는 아우성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못 알아차린다고 흉볼 것 없고(못 알아차리게 만든 것도 문제니깐), 알아차린다고 잘날 것 없고(만든 사람이 알아봐달라고 사정사정이니) 뭐 그렇습니다. 흐흐
18/02/25 16:09
수정 아이콘
영화를 찍으면서 즉흥적으로 배우의 의견이나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경우도 꽤 많은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사소한 소품이나 장면 하나하나 미리 의미 부여를 다 해놓고 찍은 티가 나더라구요. 관객이 알아차리든 말든 그런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에 나오지도 않는 주요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잔뜩 만들었다고 하는걸 보면 빼박인듯..)
aDayInTheLife
18/02/25 16:42
수정 아이콘
델 토로야 감독 겸 크리에이터의 개념이 크니까요. 흐흐 감독이 세계관 설정 덕후 삘이 가득한 사람이라..
그리드세이버
18/02/25 16:02
수정 아이콘
자, 이제 광기의 산맥 가즈아
18/02/25 17:50
수정 아이콘
영화를 잘안보는 영알못이지만 델 토로 팬이라 봤습니다. 저는 좋았습니다. 델 토로가 비주얼에만 많은 신경을 쓰는거 같지만 그 안에 보이는 현실적인 감성이랄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게 여전하더라구요.
aDayInTheLife
18/02/25 19:41
수정 아이콘
판타지인데 현실성이 무척 뛰어난 감독이죠. 현실의 반영으로써의 판타지를 가장 잘 써먹는 감독 삘도 좀...
언뜻 유재석
18/02/25 19:19
수정 아이콘
탈모인들이여 아마존 원정대를 꾸리자!!!!!
Dark and Mary(닭한마리)
18/02/25 19:22
수정 아이콘
광기의산맥좀요 감독님
18/02/26 09:24
수정 아이콘
근데 고양이 원래 2마리 키웠나요?
1마리 먹었는데;; 1마리가 또 있어서;;
Chasingthegoals
18/02/26 16: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노랑얼룩이랑 흑백얼룩장모놀숲 2마리였죠. 영화 초반에는 노랑얼룩냥이 나왔고, 중반부 어인한테 하악질해서 당한 냥이는 놀숲이었죠.
서로 이름이 달라서 기억나네요. 자일스가 언급하길 놀숲 냥이 이름이 판도라였거든요. (델토로가 일부러 저렇게 지은 것 같더군요. 어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판도라의 상자 의미를 일부러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보였어요.)
그리고 어인이 정신차린 뒤 그 냥이를 다시 살리죠. (+덤으로 자일스가 용서해주자 탈모 치료까지 해준 아마존 갓 어인니뮤)
로켓라쿤
18/02/27 10:48
수정 아이콘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낸 방법이 환상적이었어요
보는내내 행복했고 종합예술이구나~ 영화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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