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02/23 14:55
[“남자는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어도 불평하지 않았다. (남자는) 늘 온존하는 평화를 즐기며 소박함을 자랑으로 여겼다. (남자는) 온전히 스스로의 만족을 최선으로 여겼으며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것을 은밀한 성취로 여겼다.”]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알찬 문장이란 느낌.
18/02/23 15:07
사실 누구겠소님이 쓰시는 글은 제가 손을 댈 글은 아닌 듯해요. 편집자분들은 싫어할만한 글이지만, 분명 문학성이 뛰어난 글입니다. 저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빌려 왔어요.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절대 아니고, 굳이 생략을 하고 싶다면 저런 식으로 살짝 바꾸면 좋겠다 정도의 의견입니다 :)
18/02/23 14:56
저는 TheLasid님의 글을 참 좋아합니다. 오후에 일하다 잠시 숨돌리면서 보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근데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절대 (제가 TheLasid님께 가하는) 태클은 아닌데, (다음에 혹시 시간 여유가 더 되신다면, 지난번 썼던 글에 이어서) 호러 관련 글도 더 써주세요... (새롭게 쓰실 글을) 아내랑 (저) 둘 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헤헤. ...쓰고보니 역시 한글은 혁신적입니다. 사실 그때문에, 번역이 오히려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일할 때 한->영 혹은 영->한 공문이나 메일을 번역해야 할 때가 많은데 우리말은 정말 주어나 부사어를 생략할 때가 많아서 이걸 직역했다간 오류투성이가 될 때가 많더군요.
18/02/23 15:05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D
호러가...보는 것보단 쓰는게...호러더라고요. 사실 초안은 진작 다 썼는데...정리가 안 되서 못 올리고 있습니다 ( _ _ (죄송합니다. 제게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주세요. 헤헷) 번역이 참 재밌어요. 저는 주로 영->한 책 번역을 하니까 생략을 해서 문장이 예뻐질수록 고료가 내려가는 매직이 일어납니다 :D 생략 잘못하면 바가지로 먹는 욕은 덤이고요. 번역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죠!
18/02/23 16:33
저는 번역이라는 것이 언어의 단어 묶음을 다른 언어의 단어 묶음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단어 묶음을 두 번 적는 것보다, 다른 언어의 것이라는 표현은 어때요? 아니요 그러면 운율이 없잖아요! 운율이 없다는 것은 끔찍한 문장이랍니다. Farce씨!) 그러나 사람은 뉘앙스를 찾는 동물인지 일본어로는 내키지 않는 피동을 영어로는 과거완료형을 스페인어로는 불완료동사를 그리고 저는 한국어로 수 많은 조사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타인의 문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인이 왜 다른 형태의 문법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추측이 말이 된다고 해서 타인에게 제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아닌 것이 되어버리겠지요? 저는 그래서 타인이 제 글을 어떻게 읽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두렵습니다. 제 두려움을 타고 을/를/도/뿐/굳이/하필/이런/같은이 증식합니다. 덕분에 마구잡이로 쓰는 것 같기도합니다. 저는 광인인가 봅니다. 하지만 이 광인은 이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미친듯이 날뛰고 건강을 좀먹는 들숨과 날숨의 광란을 멈추고 마음의 평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8/02/23 20:13
고맙습니다. 후한 평가에도, 좋은 댓글에도요 :)
번역은 단어 묶음을 단어 묶음으로 바꾸는 일이라는 말씀을 들으니 제가 예전에 한참 했던 고민이 떠올라 미소를 짓게 되네요. 어떤 언어의 단어를 다른 언어의 단어로(word for word)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은 번역이 아닙니다." 번역을 문장을 문장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한 차원 높은 번역을 할 수 있습니다. 문단을 문단으로 바꾸면? 더 높은 차원의 번역이 가능합니다. 텍스트를 텍스트로 바꾸면? 더 좋겠죠! 그렇게 차원을 계속 올리다 보면, '번역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이다.'라는 명제에 도달합니다. 결국, 시작점으로 돌아온 거죠. 멋지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 거창하지만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Farce님이 생각하셨던 단어 묶음을 단어 묶음으로 바꾸는 번역은 상당히 수준 높은 번역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사람은 뉘앙스를 찾는 동물인지라 각 언어에 존재하는 collocation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으면 단어 뭉치 단위로 번역할 수가 없지요. 그러면서도 현실성이 있는 번역입니다.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하니다 :) 저도 타인의 문장을 이해한다고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타인이 제 문장을 온전히 이해할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이것이 글자로 적을 가치가 있기는 한 것인지 삐딱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수한 언어라는 평가를 받는 이탈리아어나 그와 유사하다는 스페인어를 써서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을 봐도 딱히 사정이 다르진 않더라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인간에게는 애초에 의미의 완벽한 이해나 의사의 온전한 소통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게 정말 필요하다면, 애초에 언어라는 조악한 장치를 쓰지 않게끔 진화했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남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제가 한 말이 타인에게 닿지 않더라도 그게 정상이야!하고 속 편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써놓고 보니 신포도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거창하게 말했지만, 저 역시 두려움을 떨치지도 기대를 접지도 못했습니다 :( 황야의 광인은 숲의 현자를 달리 부르는 말이라 하더라고요. 계속 힘내시길 바랍니다 :))
18/02/23 16:52
생략... 잘 쓰면 간결해지고, 잘못쓰면 오히려 복잡해지는 독약같은 처방전이랄까요;; 주어 생략은 특히 그렇더라고요. 이걸 빼도 되는데, 정말 빼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 글쓰기가 턱 막히면서 손 끝이 부들부들...
그나저나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글이라니... 제 글이 넘모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ㅜㅜ 정말 잘 보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18/02/23 20:30
피지알의 가장 핫한 작가님이신데, 겸양이 지나치십니다 :)
사실 충달님은...제가 쓴 글을 보실 레벨은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은 야매 말고 고수분들께 직접 배우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중간중간에 좋은 책을 소개해 드릴 터이니, 혹여 안 보신 책이라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시길 바랍니다 :) 말씀대로 주어 생략에는 위험이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데보라 선생님이 오역했다고 지적받은 부분의 상당수는 사실 한강 작가님이 (혹은 담당 편집자님이) 주어를 생략하면서 실수하신 부분이었죠. 재기가 넘치고 연륜이 쌓인 작가도 그러할진대, 재능은 있더라도 아직 젊은 충달님 같은 작가나 저같이 범용한 사람은 (심지어 경력도 짧음)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한 번씩 글에 독을 풀어보세요. 의외로(?)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안 죽어요! 가끔은 생각지도 못하게 끝내주는 맛이 납니다.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글에 자부심을 가지세요. 실수는 충달님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그러니 데뷔하시기 전에 실험이란 실험은 다 해보시고, 독이란 독은 다 풀어보세요 :)
18/02/23 20:35
그렇게 독 풀면 그 부분 이상하다는 댓글이 꼭 달리죠 ㅠ.ㅠ 나으 예술적 감성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넘모나 어려운 일 ㅠ.ㅠ (안 예술적이니깐 그렇겠...)
제가 글쓰기 팁을 이책, 저책, 인터넷 여기저기서 진짜 생각 없이 주워담아가지고;; 뭔가 정리가 안 된 상태인데, 진짜 이 글 덕에 머릿속이 정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혹시 이번 글을 쓰실 때 참고하신 책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18/02/23 21:02
요번 글은 주로 남영신 선생님의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를 참고했습니다. 좋은 책이에요. 기초부터 다지고 싶으시다면, 김남미 선생님의 <친절한 국어문법>을 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을 추천하면 보통 의아한 눈으로 쳐다들 보시는데, 제게는 오히려 이런 기초적인 책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충달님께 개인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 있는데, 장하늘 선생님의 <글 고치기 전략>입니다. 충달님께서는 글쓰기를 '법'의 관점에서 보시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작법과 어법에 맞는 글을 추구하신다고 느껴져요. 요즈음 보기 힘든 훌륭한 태도이십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글쓰기를 '전략'의 측면에서 보실 필요도 있습니다. 가령, 충달님이 말씀하신 친절한 글쓰기에는 분명 훌륭한 당위가 있습니다. 대의와 명분이 모두 있지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충달님께 큰 부담을 지울 무거운 짐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이 상황에서 친절한 글쓰기가 적절한 전략인가?라고 생각해 보시면 조금이나마 그런 부담이 덜어지리라 봅니다. 그리고..그런 걸 떠나서 워낙 잘 쓰인 책이기도 하고요 :)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책은 모두 훌륭하지만, 저는 <우리말 살려 쓰기>가 특히 좋았습니다. 작법이나 어법에 관한 이야기가 많으니 충달님과도 잘 맞을 거예요. 아직도 더 자신을 학대하고 싶으시다면, 우리말 배움터*에 가셔서 테마별로 정리된 읽어 볼 만한 책 목록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 http://urimal.cs.pusan.ac.kr/urimal_new/read/common/books/default.asp?field=1070402
18/02/23 21:12
그래서 저는 문학 텍스트에는 얼씬도 안 한답니다! 문학 번역은 하다 보면 가슴에 고구마가 차오르면서 넘모넘모 아파요 :(
아 물론 논리적인 글도 번역하다 보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픕니다. 골라 먹는 독약이라고나 할까요!
18/02/24 22:49
틀린내용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하셔서...
[업무 상대와는 메일로 소통을 해야 가슴 뛸 일이 적지만, 연인과는 전화 통화를 해야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 이 문장 조금 어색해요. 오탈자 3군데 발견했습니다. 정성스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글쓰기는 언어감각이 중요한데 언어감각도 타고 나는 게 큰 거 같아서, 시험준비 하듯이 이론을 공부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게임같은 건 공략집을 읽고 그대로 따라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게 어렵지 않은데, 문장론은 공부를 해서 이론을 숙지하고 있어도 그에 맞게 그대로 글을 뽑아내는 건 참 어려운 작업인 것 같아요.
18/02/24 23:55
오! 고맙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색한가요 ' '? 이왕 수고해주시는 김에 조금만 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탈자도 알려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러게요...이론과 실제가 참 다릅니다. 이론이 도움이 되려면 결국에는 자기 글을 써 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이론 공부를 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느낌이랄까요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