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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0/31 16:10:54
Name 공격적 수요
Subject [일반] [호러] 이탈리아의 호러 컬쳐 (고어, 혐짤 주의)
안녕하세요. PGR에 가입한 이후로 자유게시판에 글 올리는 것은 처음이네요.
쓰고픈 글은 항상 많았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 핼러윈을 맞이해서 호러에 대한 주제로 자유게시판 첫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호러에 대한 글인만큼 다소 잔인한 이미지와 영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0월 31일, 핼러윈. 핼러윈의 유래를 이야기하자면 저 멀리 켈트족 신앙부터 가톨릭까지 언급해야 하지만, 요새 통용되는 핼러윈의 일반적인 의미는 "귀신과 유령이 오는 날" 이지요. 그런만큼, 호러를 이야기하는데 가장 적당한 날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의 호러 컬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호러, 특히 호러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탈리아 호러는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70~8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이탈리아 호러는, 지알로를 비롯한 독특한 스타일의 호러영화들로 호러영화계에서도 방귀 좀 끼면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습니다. 7080을 지나오신 많은 피지알러 분들께서는 이탈리아 호러를 직접적으로 접하신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90년대 이후로는 영 맥을 못추고 있는것도 사실이죠. 그만큼 요새 젊은 씨네필들 사이에서조차 이탈리아와 호러가 잘 연결되지 않는 듯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탈리아 호러 3대장의 영화와 그 영향을 살펴보면서 간략하게 이탈리아 호러컬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번째 3대장은 마리오 바바(Mario Bava)입니다. 지알로의 선구자이며, 이탈리아 호러를 넘어서 전세계 호러의 대부쯤 되는 감독이지요. 바바는 뒤에 소개할 두 감독들보다는 살짝 앞세대의 사람입니다. 그만큼 "옛날 사람들의 옛날 영화"인 셈이지요. 호러라는 장르가 그 시대의 기술력에 타 장르들보다 훨씬 영향을 더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와서 그의 대표작 Black Sabbath(1963)를 보시면 무섭기는 커녕 지루하고 하품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의 진정한 무서움은, 그 영향력이 전 세계에 부지불식간에 어마어마하게 퍼져있다는 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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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에 흔히 나오는 귀신. 저승사자든 처녀귀신이든, 그 시절 우리나라에서 귀신의 연출은 전형적으로 ‘퍼런 불빛을 밑에서 쏘아올리는’ 조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연출의 시초가 마리오 바바이지요. Black Sabbath의 영화 몇 장면을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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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의 이 연출은 1960년대 이탈리아와는 전혀 하등의 관계가 없는 2010년대 한반도의 아이돌 사이에서도 만연해있습니다. 작년에 인터넷으로 방송되었던 아이오아이 괴담시티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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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빙구 도초딩이 귀신흉내를 내면서 놀때, 자신이 1914년생의 이탈리아 영화 감독의 연출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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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러분들이 영화보다 이미 더 잘 아실 바로 그 밴드. 이 밴드가 바로 이 영화에 영향을 받고 밴드이름도 바꾸고, 밴드의 컨셉 자체를 오싹하고 기괴함에 맞추게 되지요. 그 후로 이 밴드의 음악과 그 발자취가 헤비니스 음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마리오 바바와 그의 영화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상영되고 있는 셈이지요.



두 번째 3대장은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입니다. 3대장 중에선 가장 유명할 것이고, 바바를 지알로의 선구자라고 한다면 아르젠토는 지알로의 왕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들은 지알로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라 할만한데, 그 중 하나인 Suspiria(1977)입니다.
아르젠토 영화는 빛의 연출과 색감, 그를 통한 미쟝센이 정말 굉장하고, Suspiria는 그 중에서도 예술적으로 완성된 한 편의 회화같습니다. 개인적으로 Suspiria를 “악마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이라고 소개하는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어느 장면이나 잠깐 멈춰도 마치 한 폭의 회화 작품같은 영상미가 끝내주는 영화이지요.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를 아직 못보신 분들이 있다면, 회화를 감상하는 느낌으로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잠시 몇 점 감상해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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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빛과 색감의 사용 못지않게 충격적인 연출에 있어서도 괜히 아르젠토가 아니지요. 
서스피리아의 오프닝의 아파트 살해 시퀀스는 정말 볼 때마다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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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이 스틸은 (혼자 살기만 한다면) 액자로 만들어서 방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입니다.

2018년에 헐리우드에서 이 영화를 40년만에 리메이크한다고 합니다. 명작의 리메이크는 언제나처럼 기대와 우려가 섞이기 마련이지요. 왜 굳이 또 만들었나 싶었던 캐리의 클로이 모레츠가 출연합니다. 오리지널의 주인공이었던 제시카 하퍼도 출연한다고 합니다. 과연 이 예술 호러를 헐리우드가 어떻게 박살낼지 두고봅시다.



마지막 3대장은 루치오 풀치(Lucio Fulci)입니다. 앞의 두 감독과는 조금 성향이 다른 편인데, 오늘 소개해드릴 그의 대표작 The Beyond(1981) 역시 Black Sabbath나 Suspiria와는 호러의 맛이 상당히 다르지요. Black Sabbath가 고전적인 심리적 호러와 민담을 담아냈고 Suspiria가 색감과 연출로 압도하는 오컬트 영화라면, The Beyond는 고어한 좀비 영화입니다.
실제 영화를 보면 80년대 수준의 가짜 티가 다 나는 특스효과입니다. 요즘 고어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코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대에는 정말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유명한 것은 염산으로 얼굴이 녹아내리는 씬과 거미들이 얼굴을 뜯어먹는 장면, 그리고 안구 적출 씬이겠지요 (참고로 루치오 풀치의 영화 중에는 안구에 대한 훼손이 상당히 빈번합니다. 이 영화에서만도 두 번이나 나오구요). 의도적인 과장으로 고어를 써먹은 스플래터와는 분명 비교되는, 혐오감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연출된 고어 씬입니다.

The Beyond의 스틸을 그대로 첨부하기에는 너무 고어해서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그런데 썸네일부터가....

비록 바바나 아르젠토보다는 평단의 평가가 박한 풀치이지만, 쏘우나 호스텔로 대표되는 고문 포르노 장르를 좋아하는 호러 팬이시라면 앞선 두 감독보다 루치오 풀치의 영화들이 더 입맛에 맞으실 겁니다.



이제 끝으로, 곡 하나를 추천하면서 글을 마무리지을까 합니다. 7080세대들에게는 역시 익숙한 사실이지만, 이탈리아는 프로그레시브 록 분야에서도 상당한 강국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절대강국이자 이탈리아 특유의 그 서정성이 록 음악과 만난 결과겠지요. 그 중에서도 이 Jacula 라는 밴드는, 재미있게도 영매가 밴드의 정규 멤버 중 한명입니다. 그런 만큼 귀신과 유령이 찾아오는 오늘 밤에 안성맞춤인 선곡이겠지요. 
Helloween이나 King Diamond의 Halloween도 좋고, 잭코랜턴과 가장행렬이 넘쳐나는 파티도 좋지만, 
오늘 하루쯤은 스산한 플룻 소리와 함께 가장 길고 검은 魔의 밤을 맞이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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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수요
17/10/31 16:13
수정 아이콘
추가로 덧붙이자면,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끝내주는 음악이지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보영님
17/10/31 16:32
수정 아이콘
바바 감독의 촬영 기법은 매우 유용한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특유의 어두컴컴함과 칙칙함때문에 공포영화는 사실 즐겨보지는 않는데 잘 읽었습니다.
공격적 수요
17/10/31 23:05
수정 아이콘
그 어두컴컴함과 칙칙함은 대부분 저예산이라는 한계에 기인하고 있지요. 사실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장면도 많습니다 호러영화를 보다보면 흐흐흐
이혜리
17/10/31 16:52
수정 아이콘
자격 시험 공부하는 동안 매너리즘에 빠질 때 마다
고어 포르노 같은 걸 보면서 건조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다가 자극을 좀 끼얹어 주곤 했습니다.
지금이야 게임, 여자 등등 충분한 자극을 느끼고 살아서 굳이 고어를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예전에 봤던 작품 하나가 기억에 남는데 혹시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내용 설명은 어떤 마을 축제 같은 곳에 남녀가 찾아 가서,
남자는 그 마을 여자와 짝이 되고, 여자는 그 마을 남자와 짝이 되는데.
남자 1은 나무로 된 대형 멧돌 같은 곳에서 깔려 죽는데 머리가 눌리면서 눈알이 튀어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남자 2는 여자와 관계를 갖다가 팔다리가 묶이는데 황산 같은걸 배에 부어서 하체가 녹아 버립니다.
여자 1은 잘 생긴 남자와 마굿간 위에서 사랑을 나누다가 남자가 팔다리에 끈을 묶는데 사지가 다 묶이자 네 방향으로 말들이 뛰어나가 능지처참을 당해버렸어요.
기억에 남는 씬들인데, 공포스럽지도 않고 너무 밝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서 고어면서 고어같지 않은 그런 영화였어요.
한량기질
17/10/31 17:08
수정 아이콘
이혜리
17/10/31 17:35
수정 아이콘
오 스틸 컷 몇 개 보니깐 맞네요. 감사합니다.
及時雨
17/10/31 17:05
수정 아이콘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데몬스 봤는데 지알로 관련 글이 올라오다니 너무 반갑네요.
호러 장르 자체가 팬도 적은데다 이탈리아 작품은 국내에서 찾아보기도 어려워서 참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글들 많이 부탁드려요.
알테어
17/10/31 19:34
수정 아이콘
처음 호러영화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5살때 본 데몬스 였습니다.

너무 충격적이라 울고 불고.. 크크크

일주일간 화장실도 잘 못가고 우황청심환 먹었던게 기억이 나네요.

그 기억이 남아서 그런지 중고등학교부터 반대로 호러물 위주로 보게 되더군요.

왠만한 호러영화는 거진 본거 같습니다 흐흐
及時雨
17/10/31 23:10
수정 아이콘
추천글 좀 남겨주세요 저 같은 신세대를 위해서 크크크
공격적 수요
17/10/31 23:09
수정 아이콘
요즘에는 그 적은 팬들 중에서도 이탈리아 호러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 아쉬워요.
'고전' 공포영화의 매력이 참 많은데 말이죠 크크크
及時雨
17/10/31 23:10
수정 아이콘
CG 없는 괴상한 특수효과의 시대는 지금 시선으로 보면 묘하게 유쾌해서 더 즐겁습니다.
시대가 진정한 B급을 만들어 준 느낌이에요 크크
17/10/31 17:14
수정 아이콘
서스피리아 main theme도 상당히 유명하지요.
영상 없이 음악 만으로도 공포감을 고조시킵니다.
공격적 수요
17/10/31 23:11
수정 아이콘
이탈리안 호러는 정말 귀가 호강합니다. 서스피리아 테마를 좋아하시면 이 영상을 추천 안 드릴수가 없겠네요.
https://youtu.be/apHeiVbGZoE
17/10/31 23:26
수정 아이콘
좋아한다곤 안했..
국딩 때 영화음악모음 테이프에서 처음 접하고, 그 기괴하고 음산한 멜로디가 잊혀지지 않아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다시 들으니 다행히 별 감흥이 없군요. 크크
영화 스토리를 잘 요약해 놓은 뮤비네요.
유지애
17/10/31 17:25
수정 아이콘
서스피리아가 77년도 영화라고요? 덜덜....
충격적이면서도 감탄이 나오네요
공격적 수요
17/10/31 23:21
수정 아이콘
블랙사바스나 비욘드가 옛날영화라는 느낌이 엄청난데 비해, 서스피리아는 정말 세련되서 그 시대를 잊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르젠토 영화 중에서도 단연 백미에요.
kissandcry
17/10/31 17:26
수정 아이콘
으악!! 가짜 티 난다길래 안심하고 봤다가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공격적 수요
17/10/31 23:15
수정 아이콘
가짜 티가 나긴 하는데...가짜인걸 알고봐도 혐오스럽지요. 계속 도전하시면 완주할 수 있습니다???
고분자
17/10/31 20:36
수정 아이콘
서스피리아 tv서 틀어준거 멋모르고 봤다가 괴로웠던거 기억납니다 목이 마지막에 철판같은거로 확 날아가는데... 끝날때 음악은 좋더군요.
공격적 수요
17/10/31 23:46
수정 아이콘
영화가 끝나면서 스탭롤과 함께 터져나오는 끝내주는 이탈로 호러의 사운드트랙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같습니다.
마도로스배
17/10/31 22:52
수정 아이콘
팟캐 배드테이스트에서 말로만 듣던 것을 그림이랑 영상으로 보니 이해도 되고 더 흥미롭네요
마리오바바 지알로 등등
ridewitme
17/10/31 23:32
수정 아이콘
저두 삼대장 좋아하고 관심도 많은데 이렇게 애정이담긴 글 좋네요! 다리요아르젠토최고멋쟁이!
공격적 수요
17/10/31 23:52
수정 아이콘
요새야 실망스럽긴하지만, 전성기 아르젠토는 정말 호러 팬이라면 애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 호러에 우아함을 더해준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켈로그김
17/11/01 00:08
수정 아이콘
저는 카니발 홀로코스트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흐흐흐;;
공격적 수요
17/11/01 07:10
수정 아이콘
카니발 홀로코스트!! 그것도 널리 알려진 이탈로 호러지요. 이탈로 호러를 기억하고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
17/11/01 00:55
수정 아이콘
서스피리아 완전 사랑합니다. 비욘드도 진짜 재미있었죠. 블랙 사바스는 처음 들어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공격적 수요
17/11/01 07:15
수정 아이콘
블랙사바스는 60년대 영화고 완전히 이탈리아어로만 제작되어서 접근이 조금 어렵지요. 대부분 메탈밴드 블랙사바스 통해서 알게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그랬구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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