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걸즈 앤 판처' TV 판을 보았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약간 병맛 느낌이기도 하고, '이게 뭐야?' 하는 느낌이었는데, 보다 보니 나름 재미있어서 극장판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전차도' 등등 작품의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뭐랄까,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 하는 느낌이었는데, 익숙해지니 나름 재미있더군요. 사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대단한 점 중 하나는 도무지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것 같은 내용도 스토리 전개나 연출로 '어, 왠지 그럴 듯한데. 저런 세계가 있을 수도'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든다는 점 같습니다.
주 테마가 전차를 사용한 전투, 그것도 몇몇 전차로 유명한 나라의 전차들이 나오는 전투고, 각 학교는 특정 나라를 상징하다보니 이례적으로 군가가 타 애니메이션에 비해 많이 나오는데요, 그 중 몇 개가 제 흥미를 끌더군요.
1. 판처리트 ( Panzerlied )
- 독일의 군가입니다. 애니메이션 상에서는 쿠로모리미네 여학원의 전차들이 나올 때 사용되었지요. 독일의 대표적인 군가이며 세계적으로도 비교적 많이 알려진 군가로, 나무위키의 표현에 의하면 '독일에는 간지나는 군가가 많은데, 그 중 특히 폭풍간지를 자랑하는' 군가라고 하네요. 이 군가가 유명해진 것은 군가로서 여러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발지 대전투(The Battle of the Bulge)' 영화에서의 다음 장면으로 인한 것도 어느 정도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노래 부분만 들으시려면 이 주소를 클릭하세요. → )
아르덴 대공세를 앞두고 충원된 보충병들이 전장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할 어린 병사들 뿐이라며 걱정하는 헤슬러 대령 앞에서 용감하게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겠다는 듯 한 보충병이 선창을 하고, 이어 모든 그 자리에 있는 보충병들이 합창을 합니다. 나중에는 헤슬러 대령도 보충병들을 풋내기가 아닌 어엿한 군인으로 인정한다는 듯이 같이 부르지요.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인 동시에 판처리트를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한 장면입니다.
2. 카츄샤 ( Катюша / Katyusha )
- 러시아의 군가/대중가요 입니다. 애니메이션 상에서는 프라우다 고교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나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멜로디나 박자는 여지없는 군가 맞는 것 같은데, 가사 내용을 보면 군가로서는 좀 약한 것 같습니다. 전쟁터에 연인을 떠나보낸 처녀 카츄샤가 노래를 하는 식의 가사인데, 개인적으로는 군가 가사치고는 좀...... 뭐, 고향에 두고 온 연인을 생각하며 열심히 싸우라는 의미로 생각하면 군가 맞는 것 같기도 한데요....... 일단 한 번 들어보시죠.
1930년대에 만들어진 곡인 만큼 여러 가수들이 불렀는데, 유난히 여가수들이 많이 부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노래의 화자가 여성이라 그런지....... 하지만, 저는 저 붉은 군대 합창단 버전이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아, 여가수들이 부른 곡을 포함한 다른 버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꼽는다면 붉은 군대 합창단이 부른 버전이라는 겁니다. 다른 것들도 좋아합니다. 일단 기본 곡이 좋으니....... 유튜브에 Катюша 나 Katyusha, 혹은 카츄사로 검색하시면 꽤 나올 겁니다. 물론 걸즈 앤 판처 버전도 나오구요!
3. 셰키예르벤 폴카 ( Säkkijärven Polkka )
- 이건 군가는 아니고, 핀란드 지방의 민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핀란드와 소련이 싸운 겨울전쟁의 결과로 핀란드는 카렐리아 지방을 잃었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노래/혹은 이로 인해 많이 불려진 노래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케이조쿠 고교의 테마곡으로 나오며 케이조쿠 고교는 핀란드를 상징합니다. 겨울전쟁은 그 초기만 해도 별 문제없이 소련군이 핀란드를 밀어버릴 거라 예상했는데(실제로 소련군 장교들이 부하들한테, '실수로 스웨덴까지 진격하지는 마라' 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핀란드 군의 뛰어난 기량에 예상 외로 고전하게 되죠. 그래도 물량을 앞세워 결국은 소련군이 이기고 핀란드 일부 영토를 차지하게 되기는 하지만요. 해위해로 대표되는 핀란드군의 엄청난 기량은 소련군 병사의 기록에도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소련군의 어떤 병사가 눈 앞에서 조준경의 지름 1cm 정도의 구멍을 통해 동료 병사가 저격당해 사망하는 장면을 생생히 기록한 것이 있더군요.
극장판에서 600 밀리 자주박격포 칼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 참가할 때 연주곡으로 나오는 곡입니다. 단순히 연주곡이고, 처음에는 걸즈 앤 판처 극장판을 위해 만들어진 곡인 줄 알았었는데, 원곡이 있더군요. 곡 자체는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지만, 겨울전쟁 이야기를 알고 들으니 뭔가 그 가운데에 비장함이랄까, '잊지 않는다'는 결의랄까 뭐 그런 것들이 개인적으로는 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선더스 부속 고교의 'Blood on the Risers'(미국), 세인트 글로리아나 여학원의 'Brithsh grenadiers'(영국), 치하탄 학원의 '雪の進軍'(눈의 진군, 일본) 등도 나옵니다. 다 좋아하긴 하는데, 위 세 개를 특히 좋아해서 일단 세 개만 적어 봅니다.
마지막으로 걸즈 앤 판처의 각 학원 10색 조곡 부분을 연주곡이 아닌 보컬곡으로 편집한 영상을 올리고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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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추천해주신 덕분에 아침부터 여의도 가서 보고 왔네요. 티비판을 본지 너무 오래돼서 하나도 기억이 안나긴 했지만 줄거리 요약을 해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초반에 좀 졸긴했습니다만 1인칭 시점과 연출 4DX 효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관람객 중에 여자는 한분 계셨는데 역시 전차는 여자에게 어려운 소재구나 하는걸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