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내외가 같이 오셨고, 초등학교 5학년 꼬맹이도 함께 왔어요. 매우 예의바른 착한 녀석이더군요.
다들 오랜만에 모여서 어른들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며 고스톱도 치고 영화도 보며 노는데, 조카녀석은 지루해 죽을것 같은데
말은 못하고, 놀이터도 잠시 다녀왔다가 소파 침대를 뒹굴뒹굴 거리다가 어른들한테 놀아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어른들도 이 사정을 모르는바는 아니었으나 아이는 딸랑 하나고 뭘 어쩌지를 못한채 휴대폰과 타블렛만 던져주는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차에, 조카녀석이 제 플레이스테이션에 관심을 보입니다. "삼춘, 이거 플스에요?" 눈을 반짝이며 타이틀 선반을
살펴보더군요.
"게임 좋아하니?" 하고 묻자
"네!!" 하고 초등학생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럼 삼촌이랑 게임이나 할까? 하고 플스를 들고 와이프를 쳐다봅니다. 와이프와 형수님은 구세주를 보는양 저에게 따봉 신호를
보내주시더군요.
그때부터 2인게임인 철권7, 나루토 질풍전을 돌려보았습니다. 이녀석 게임센스가 장난 아니더군요. 커맨드를 알려주고 몇판 하지 않아서
연전 연패를 했습니다. 괴물같은 초등 고학년의 피지컬은 20년 제 게임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게 했습니다.
제가 내리 지면서 힘들어하자 좀 봐주기도 하는 센스를 보이던 녀석이 다른 타이틀을 집어듭니다. 2년전 와이프와 함께 하려고 구입했으나
첫턴 보스에서 아내가 패드를 집어던지며 "나 안해!"를 외쳤던 그 게임입니다.
이게 둘이하기엔 정말 딱이더군요. 템도 서로 공유하고 클래스 변경도 자유롭고, 케릭터들도 귀엽고 진행도 스피디 합니다.
맵의 모든 몹들을 다 잡으며 레벨업을 하고 템을 업글하고 보스공략도 일부러 검색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스스로 해결했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니 밥시간이 되어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임으로 돌아갔어요. 잠시 뒤 형수님이 과일을 깎아서 가져다 주십니다.
수시간 하다 잠시 쉬는사이 와이프가 간식거리를 준비해주더군요.
"자기야, 애보느라 힘들지? 내가 너무 고마워"
저는 짐짓 힘든 표정을 지으며 "고작 이틀인데 뭐~" 라고 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이틀동안 무려 8~9시간동안 펫프린세스를 꼬마와 공략했고 결국 쓴맛여왕을 잡음으로서 공략을 완수 했습니다.
끝판왕을 깼더니 밤 10시네요. 이제 자야 할 시간입니다. 형수님과 형님은 아이와 잘 놀아줘서 고맙다고 연신 감사를 표했고
장인 장모님도 "안서방 수고했네"하고 등을 두드려 주십니다.
와이프도 저를 자랑스러운 남편인양 치켜 세워주더군요.
저는 "다음에도 또 놀러오렴. 삼춘 아직 못깬거 산더미처럼 많아" 라고 조카에게 귓속말을 한 뒤에 아쉽게 오늘아침 배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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