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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13 01:10:13
Name 아수
Subject [일반] 앞으로 북핵 위기는 어디로 흘러갈까요.
앞으로 북핵 위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이런저런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솔직히 저 자신부터가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올지 좀 걱정되는지라... 언론 정보 등을 보고 개인적으로 추측한 거니 잘못되었다 싶은 부분엔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진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릅니다.

일단, 김정은은 핵무기 완성을 원합니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억제력을 갖춰서 북한의 체제를 보장 받으며, 현재로선 어려워도 훗날 가능하다면 적화통일까지도 원할 거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우리로선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3가지로, 대화, 억제, 전쟁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굴복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통해 핵포기를 이끌어 내는 건 미중 빅딜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중국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어서 일단은 제외했습니다. 그러다 북한이 붕괴되어 한국 주도로 통일될 수도 있고, 북한이 제재를 견디다 못해 미국과 평화협정이라도 맺으면 북미 관계는 좋아지는데 북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며, 붕괴 위기에 처한 북한이 너죽고 나죽자 식 도발을 하다가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기에, 중국을 아무리 압박해도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쟁은 선제타격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는 걸 뜻합니다. 하지만 이미 핵을 갖춘 북한에게 사용하기 너무 위험한 옵션이니, 우리로선 최대한 피해야만 할 겁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완벽한 파멸을 뜻하는 핵공격을 쉽사리 택하진 않겠지만, 생사의 위기가 닥치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제한적 공격도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억제는 북한이 핵을 갖는 걸 막지는 못하지만, 핵을 사용하는 것만은 막기 위한 전략을 뜻합니다. MD를 비롯한 킬체인 확충이나 전술핵 도입, 자체 핵무장까지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대화는 제재와 같이 움직입니다. 현재로선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니, 제재를 가하여 억지로라도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오는 게 목표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 정부가 결국은 대화를 해야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게 이 맥락으로 보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보듯, 6차 핵실험이 이뤄졌지만 트럼프 외의 미국 수뇌부도 아직 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수뇌부가 미 의회에서 브리핑을 한 것이니 꽤나 신빙성 있어 보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8/2017090800223.html

아직도 대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북핵이 6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에는 도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일단,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기에 대화로 도달가능한 타협점의 한계는 동결 정도로 보입니다. 현 시점에서 북핵이 동결되면 한일은 여전히 북핵 위협에 노출되긴 하지만, 적어도 미국 본토는 안전하니 미국의 핵우산에 계속 의존할 순 있습니다. 킬체인 확충을 위한 시간을 버는 의의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현 수준을 넘어서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상황이 오면 미국이 핵위협에 노출되므로, 우리로선 미국의 핵우산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으며, 미국으로서도 자국 본토가 위협받는 걸 좌시하기 어려울 겁니다. 만에 하나 여기서 ICBM만 포기하는 조건으로 딜이 이뤄져도, 이미 미국까지 인질로 잡은 북한은 우리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요구해 올 것입니다.

더는 대화가 의미없는 지점이랄까요. 꼭 이 지점에 도달하지 않아도, 이 지점에 근접해 갈수록 북한은 고지가 눈앞이기에 대화를 더더욱 하지 않으려 들 것이고, 우린 대화를 통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점점 더 높아지는 만큼 대화하기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대화로 해결 가능한 지점은 북핵이 완성되기 전 뿐일 거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다가올수록 한미일은 억제전략을 택할지, 선제공격을 택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겁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중요한 건 북핵이 더 고도화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대화를 성사시켜서 최소한의 대가로 북핵을 동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이게 실패한다면 우린 전쟁 혹은 억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정말로 심각한 위기가 올 것 같습니다. 억제가 선택된다면 전술핵 도입이나 MD 가입이 논의될 테고, 일본이 자체 핵무장을 한다면 우리에게도 자체 핵무장의 기회가 생길 겁니다. 중국이 그야말로 발광을 하겠지만, 애초 이 정도까지 상황이 진행되었다는 건 중국이 북한이 대화로 어쩔 수 없이 기어나올 수준의 제재에 끝끝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거기서 이미 핵 도미노의 가능성을 감수하기로 선택한 겁니다.
만일 미국이 억제를 택하지 않고 전쟁을 결심하면 우리가 그걸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우리 스스로가 북핵이 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전쟁을 선택할지도 모르죠.  다만 이런 극한의 위기가 오면 통일 후 한반도 중립화나, 북핵완전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고받는 극적인 미중 간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긴 할 겁니다. 전쟁은 누구도 원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상호 신뢰가 부족해서 쉽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이번 안보리 결의가 단 9일만에, 그것도 중러가 기권이 아닌 찬성하는 형태로 이뤄진 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중러 모두가 북핵 불용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니까요. 지금으로선 우린 최대한의 압박을 북한에 가하여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한미연합 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은 도발을 중단하는 쌍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쉽사리 받아들여선 안될 겁니다. 대화가 이뤄지면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텐데, 이때 한미연합 훈련의 축소나 중단을 칩의 하나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겨우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이를 소모해 버리면 우리가 내놔야 할 대가는 그만큼 올라갑니다. 그리고 과거 6.25 전쟁이 애치슨 선언으로 북한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 오판하여 일어났다는 걸 생각해볼 때,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협상하는 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이 있고, 조금만 더 핵을 개발하면 둘 사이를 벌려놓을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한미연합 훈련의 중단이나 주한미군의 축소는 최대한 회피해야만 할 겁니다. 최선은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의 대가로 동결을 이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우리로선 동결이 이뤄지더라도 그게 지켜질지 확신할 수 없고, 오히려 북한의 그간 행태를 봤을 때 동결이 결국 깨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걸 감안해야 할 겁니다. 만일 동결이 깨진다면 언제든 상황을 원상복구 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뭐 아직 대화가 이뤄지지도 않은 판국에 벌써 조건 가지고 걱정하는 건 김칫국 마시는 격이긴 하지만요. 여튼 우리로선 최대한 빨리 대화를 이뤄야 하는 입장이고, 반대로 북한은 최대한 늦게 대화를 이뤄야 하며, 중국은 한미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최대한 높아지게끔 되도록 늦게, 하지만 아예 파투나지는 않는 수준에서 대화가 이뤄지게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참 앞으로 여러모로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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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은령
17/09/13 02:50
수정 아이콘
본문에 공감합니다.
한국의 전술핵 배치 vs 중러의 적극적인 대북제제
저 주제를 본격적으로 미국과 중러가 협상하기 전까지 지금처럼 현상유지하면서 북핵은 점점 강해지겠죠.
결국 북핵은 상수화 될거고 중러라는 변수는 남한의 핵무장 정도는 대입해야 결과값이 움직일테니까요
한국은 할 수 있는게 없는 지경이 되버렸네요. 지금이야 핵을 거부할 여유라도 있지만..
17/09/13 10:42
수정 아이콘
한편으론 아직 미국이 중국보다 여러모로 더 강력한 지금 문제가 터져서 그나마 중국이 제한적인 협조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더 상황은 어려웠겠죠. 중국이 더 강하면 SM-3나 전술핵 도입 같은 억제책 논의조차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Lord Be Goja
17/09/13 03:31
수정 아이콘
이제 김정은하고 시진핑,트럼프와 차기 지도자들의 그릇의 크기에 따라 사건의 추이가 달라지겠죠.미국이 주도적으로 판을 뒤집을 기회는 93 94년정도 였는데 - 러시아는 난장판이고 중국은 군 현대화 막 시작하고 경제력도 별로인시기- 그때도 미군+ 대한민국 사상자 100만명정도는 된다고해서 북폭을 하지 않았다고 클린턴이 회고록에서 밝혔었죠.사실 대한민국 , 북한, 미국,일본,러시아,중국 모두 정답을 가지고 있어서 그대로하면 이익을 보는 나라는 없습니다.단지 이판을 자기가 정답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하는거죠.저 나라들이 어쩔수없이 한 선택을 먼 훗날에 역사서로 보는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다들 안개속에서 걷고 있는거죠.왜 93,94년에 북폭을 하지 않았나 하고 현재 미국인들이 아쉬워 하듯이 왜 2019년에 북폭을 해서 3차대전을 일으켰나 라고 할수도 있는거고 사실 2017년에 중국을 공격할듯한 모양새만 보였어도 중국 정권이 붕괴될수 있었다! 라는 설이 2200년쯤에 대세일지도 모릅니다.
17/09/13 10:45
수정 아이콘
안개속이라는 게 참 맞는 거 같습니다. 정말 뭘 선택해도 단점이 명확합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으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요.
앙골모아대왕
17/09/13 08:47
수정 아이콘
북한은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미국도 선제핵타격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죠

물론 서로 외교적으로 해결 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겠죠

근데 양쪽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요

핵전쟁 아니면 평화적 해결 둘중

하나인데 미래는 알수없으니가요
문정동김씨
17/09/13 08:49
수정 아이콘
앞으로 북한에 삥뜯기면서 근근히 살꺼다에 백원 겁니다.
catharine
17/09/13 11:02
수정 아이콘
동의함니다
미사쯔모
17/09/13 11:54
수정 아이콘
북한은 어차피 쏘지 못합니다.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쏠 수 없는 무기가 바로 핵무기이며 불과 얼마전까지 인터넷 대세 여론 이었습니다.

그러니 할말 하고 북한이 핵 이야기 하면 동문서답 하면서 약간 엇나가는 자세로 대응하면 됩니다.

이게 바로 최고의 외교전략이죠.
홍승식
17/09/13 14:38
수정 아이콘
여담이지만 어제 밤 꿈에 서울에서 핵폭탄이 터졌습니다.
가족이랑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시내에 나갔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고 버섯구름이 마구 올라가는 거에요.
지하철과 연결된 건물이었는데 제 큰 누나는 먼저 건물 밖으로 나갔고 나머지 가족들만 건물안에 있다가 그냥 지하철로 대피하다가 깼네요.
17/09/13 17:19
수정 아이콘
아마 우리가 결사반대하면 전쟁은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억제전략이 냉전기에 한번 통했던 것이기도 하고, MD도 있고, 한일이 북핵 억제를 위해 대폭 무장하면 중국에게 악몽이라서 미국에게 이익인 면도 있는지라... 그리고 북핵 때문에 우리가 불안해 한다고 변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니 관련 뉴스 끊고 맘편히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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