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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7 08:34
현실의 나를 비현실의 나로 전이 시킨다.
정말 멋진 표현이네요. 감탄했어요. 해변의 카프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Q84를 이보다 잘 표현하는 문장이 있을까요... 근데 해변의 카프카가 혹평받을때마다 가슴이 아프네요. ㅠ
17/07/17 09:50
하루키는 자기복제의 달인입니다. 그걸 원하는 팬도 있어요. 그 작품이 너무 좋아서(무엇이든간에) 똑같은 책 열번 읽고 스무번 읽고 하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책 계속 내줘서 고마워하는 그런..
17/07/17 09:54
예술에서 자기복제를 그닥 고까워하지 않는 쪽인데
학창시절 야자시간때 다들 IQ84 들고 있었어도 묘한 반항심떄문에 하루키 작품들 읽어본적이 없네요 이번주에 한번 알아봐야겠군요
17/07/17 10:07
하루키의 자기복제에 대해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읽다보면 말이 많아지셨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좀 고민했지만 이번 신작은 안 보기로 했어요. 그 시간에 댄스댄스댄스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다시 읽는 게 낫다는 말씀도 공감하거든요.
17/07/17 10:37
그런데 하루키 문체라고 하는 것이 번역으로도 고스란히 살아날 수 있을까요?...
예전에 일본어를 잘하는 분(통역사)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원본을 읽는 것과 번역본을 읽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17/07/17 11:10
번역을 제 2의 창작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니 뭐..
전 과연 번역 자체가 가능할 지 의문인 문학작품 중에 하나가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입니다.
17/07/17 11:20
'차이가 큰 만큼의 하루키 문체' 겠죠. 다른 일본작가의 글을 번역한다고 '차이가 큰 만큼의 하루키 문체' 느낌은 절대 안날테니까요. 번역으로만
외국소설을 접할 수 있는 독자에게는 사실상 그게 하루키 문체나 마찬가지일 거에요. 카프카나 헤밍웨이나 기타 외국작가 문체도 그렇구요. 노인과바다가 번역본이 여러 종류가 있고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그 모든 번역본에서 헤밍웨이 문체는 분명히 느껴집니다. 일본인 갑과 일본인 을과 한국인 병과 한국인 정이 동시에 하루키 책을 읽었을 때, 일본인 갑을과 한국인 병정 사이의 감상 차이보다 한국인 병과 한국인 정의 감상차이가 훨씬 클수도 있어요. 그 사람이 살면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와 그걸 바탕으로 한 그의 독서취향이 어떠느냐에 따라. 좋은 작가는 그 원본이 펼쳐보이는 세계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아무리 번역이 그 원본에 훼손에 가까운 변형을 가해도 대부분의 느낌은 독자에게 전달된다고 봅니다.더군다나 번역자의 역량에 따라서는 오히려 원본보다 더 하루키스러운 번역본이 될수도 있구요.
17/07/17 12:14
노르웨이의 숲을 군대에서 한글로 보고, 나중에 일어로 다시 봤습니다만, 아주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 그보다는 일본에서 살고 경험을 해서 일본인의 감성을 이해하면서 읽는 것과 아닌 것 사이의 간격이 더 클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한국어-일본어 사이의 번역에 의한 내용 전달은 그래도 90% 수준은 충분히 원전이 아니라도 맛보는 걸겁니다. 원문을 보아서 오는 머리의 스트레스가 문학적 감수성을 해하지 않는 정도라면, 충분히 한글로 읽어도 될 정도일 듯 합니다. 그보다, 저는 무라카미 류의 책 또한 한글로 읽고서, 일본어로 꼭 읽어야지 생각 했어서 일본어를 배운 것도 있었는데요. 무라카미 류의 문체가 드라이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한-일 번역가들이 참 번역 잘하는구나... 느꼈었습니다. (물론 책 전체 보다 보면, 이 뜻이 이런 걸 오역 했구나, 또는 이런 걸 중의적 표현인데, 번역되면서 삭제되어 나가는구나 느낄 때가 한 두군데가 있기는 하지만요.)
17/07/17 11:31
그래도 국내출판사가 하루키 작품 낼려면 선인세로 20억 정도는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장르소설 좋아하는데, 하루키는 아직 안읽어봤습니다. 읽어볼만 한가요?
17/07/17 11:53
하루키는 예전 단편들이 참 좋았습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이후로 시점이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뀝니다. 그 이후로 몰입이 잘 안되더군요. 그전에는 주인공에게 나를 대입시켜서 읽어나갔는데 시점이 바뀐 이후에는 잘 안됩니다. 여전히 글을 쓰는 능력은 탁월한 것 같습니다. 표현력도 정말 좋구요. 하지만 예전 단편들이 더 좋습니다.
17/07/17 12:08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노르웨이의 숲이랑, 단편집 정도를 보았습니다만,
조금 뭐랄까... 헛헛한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류 랑은 어쩌면 정반대 스러운 내용이랄까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 중에서 예를 들면 한 챕터 정도는 빼고 읽어도, 전혀 소설을 덜 읽은 느낌이 안날 것 같습니다. 역으로, 전체 중에 한 챕터만 읽어도, 전체 중의 그 챕터 분량 만큼의 느낌이나 감동은 다 충분히 받은 듯한.. 그에 반해서 무라카미 류의 소설은 참 독합니다.챕터 중간 중간에 자극적/엽기적/비일상적 내용이 가득합니다. 거기에다 전체가 맞아떨어져 가서, 마지막에 결말 부분에서 안그래도 충격적인, 비일상적인 내용을 그립니다만, 아예 작살을 내버리는 결론으로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거기다 무라카미 류도 섹스 관련 내용, 연쇄 살해 관련 내용, 피어싱이나 원조교제, 테러 등도 다 다룹니다만, 좀 다 경우가 다른데요. 링크 거신 글에서 쓰신 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서의 섹스에 대한 입장은 좀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제가 읽은 몇 안되는 하루끼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표현하는 섹스는 조금 '불임의 섹스' =/= '바람둥이의 섹스' =/='헛된 섹스' 라는 인상입니다.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이 부인(인지 동거인인지)과의 관계 설정을 아이를 낳지 않는 관계로 해 놓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지도 모릅니다만 모두 다, 근원적으로 이 세상에 본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강력한 감정의 교차/교환(많은 소설이든 현실이든 경우 이런 섹스가 이야기되죠) 이 아니라, 그냥 '유희'로서의 섹스 같은 모습으로 섹스가 어떤 과정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버린 부분 같이 느껴졌습니다. 역으로 예를 들면 제가 느끼기에 헤밍웨이 소설(무기여 잘있거라 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에서 섹스란 것은 매우 인생 예찬적/긍정적이고, 그 결과 때문에 여주인공이 목숨을 잃더라도, 그 의도나 내용이 절절하게 남아서 흐르는 매개체로 반드시 있어야 할 부분으로 생각했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17/07/17 16:57
동어반복에 지치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죠. 제 감명은 해변의 카프카까지 였던 것 같아요. 이번 신작은 돈주고 사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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