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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7/15 23:17:29
Name 싸가트
Subject [일반] 환경학 전공자입니다. (수정됨)
전공 수업때 교수님이 자주 하시던 이야기가 '원전' 이었는데요.
"앞으로 원전 말고는 답이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에너지 문제라는게 정말 어렵습니다.
대체에너지, 신재생에너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 작용은 명백합니다만
이걸로 온전히 먹고 살수 있나?부터
인류문명 발전에 플러스가 될 것인가?까지 의문부호가 굉장히 많은 상황이죠.

이미 태양광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확대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는데요.
이게 사실 에너지 수급에 있어선 보조의 보조 역할밖에 안됩니다.
무엇보다도 현대문명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 모든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로 조금 도움은 받고 있지만 시스템 전체를 전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단순히 태양광 패널만 늘리만 되는게 아니라
패널을 만드는 공장도 신재생에너지로 돌아가게끔,
그 공장에 하청을 주는 기업의 공장도 신재생에너지로 돌아가게끔,
역시 하청의 하청 기업, 그리고 근로자의 가정도 신재생에너지로 돌아가게끔,
그 근로자가 출근하는 자동차도, 그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도 신재생에너지로 돌아가게끔 구성해야 합니다.

실로 인간의 에너지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리빌딩하는 것인데,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너무 광대한 사회영역에 걸쳐서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 사회를 구축하였기에
과거 역사속 에너지 전환시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겠죠.  

뭐 건담 더블오에서 나오는 것처럼 넘사벽 획기적인 태양광시스템이 개발된다면야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획기적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뭘로 버틸 것인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죠.
그리고 정말 그런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고요.

결국 원전과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인류 스스로가 만들어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정말 두렵고 걱정이 많이 되지만 원전말고 다른 대안을 생각해보지 못하겠습니다.
인류의 차기에너지 시스템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쉽게 믿지 못하고요.

환경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류의 과학기술에 대한 최면이 심각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인류 역사 중 이만큼 단시간에 급속히 발전한 사례가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죠.
문제라면 과거에는 기존 에너지원이 부족해지기도 전에 넥스트 에너지원 전환이 자연스레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를 판국에 차세대 에너지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거죠.
모두들 '기술개발이 알아서 되겠지...' 혹은 '나 살아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하는 낙관적 믿음만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사실 저부터도 그렇게 단시간내에 큰 문제가 발생하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30년 이내에 큰 에너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봐요.
화석연료도 채굴기술 발전과 함께 셰일가스(오일)로 꽤 버텨주고 있고, 석탄도 아직 짱짱하고,
원자력 정책도 수급 위기에 대한 예상이 들면 곧바로 노선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융통성 없이 환경이념으로만 고집하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태양광, 원자력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에 절망감을 느낀다.)

50~100년 사이에는 쫌 위험하겠지만.....
그 사이에 핵융합이나 반물질에너지, 아니면 외계인들이 접촉해와 반중력엔진의 기술을 알려준다든지...
하는 꿈같은 일들이 일어났으면 하는 대뇌망상은 좀 듭니다. (죄송합니다......ㅠㅠ)

마지막으로 환경단체 쪽 얘기는 너무 믿지 마세요.
이쪽도 각 단체들이 믿는 철학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생태주의도 근본생태주의와 사회생태주의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자 서로를 디스합니다.
똑같은 생태주의라도 믿는바가 다르면 잘 뭉치지 않아요.
진보쪽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분열 장난아니고,
너무 사회와 동떨어진 얘기들을 많이해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메갈 옹호한 녹색당 기억나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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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군
17/07/15 23:21
수정 아이콘
저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일종의 쇼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약간 흥미롭게(!?) 보고 있죠. 크크.
황약사
17/07/15 23:32
수정 아이콘
환경쪽 관련해서 벌이는 일은 아닌거 같고.. 원전 산업 적폐청산 측면에서 벌이는 정치적 행위같긴 합니다.
정말 그럴꺼였으면 지금 당장 스톱해놓고 보상금 계산을 해주고 있지 일단 멈추자라고 하지도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죠.
옆나라 병크가 있긴 해도, 사람들이 원전에 대해 안전까지는 몰라도, 원전으로 값싸게 전기 공급해준다 라는 정도는 이미 전국민 교육소양이니..

사람들이 화가 나는 측면은 원전으로 해먹는 애들..그리고 그걸 밀어준 MB리, 503에 대한 분노가 충분히 크죠.
그 부분을 얘기를 안하고 덮으려면 방법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안전을 보장하는데 비용쓴다는건 사람들이 매우 싫어하는 비용지출입니다;;;....어느 산업분야를 막론하고요...
국가야 그걸 규제하려 들지만...어떻게든 빠져나가려 드는게 현실인데요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에 대해 유독 왜 효율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는..

뭐 뻔한거 아니겠습니까..옆나라 일본에서 크게 한건 해먹은게 얼마 안되었는데..
원자력 업계에서 시험성적서 돈받고 조작하고 난리치며..이거슨 전문영역이 아니라 우리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라고 천명해서
실력과는 무관하게 신뢰를 잃어서 그리 된거죠.
전문가의 권위가 실력에서 나오는게 아닙니다..신뢰에서 나오는거지...
그들을 신뢰하지 못하는게 국민들이 개돼지고 원자력에 대해 뭣도 모르는 바보라 그런거라고 전문가들은 믿고 싶겠지만..
그들이 한 짓꺼리에 분노하는 측면이 기저에 깔려 있는걸 전혀 이해할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그러니 답이 안나오죠.
켈로그김
17/07/16 12:24
수정 아이콘
이 부분에서는 우리가 선배 아입니까 크크크
17/07/15 23:42
수정 아이콘
원전 외엔 답이 없다란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이자가 얼마일지 모르는 사채 끌어다 쓰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위험한 돈 끌어다 쓸 때는 소비 패턴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그래야 하는데 이 빚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죠...
그리고 사실 북한문제만 해결되면 우리도 독일 같은 스탠스를 취할 수 있죠. 탈원전이 불가능 한 것 만은 아닙니다. 중국 러시아 등에서 부족한 에너지분을 가져다 쓰면 되니까요... 북한문제 해결 이게 당장은 불가능해 보여서 저도 일정부분 원전 외엔 답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하루일기
17/07/15 23:5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가 중국, 러시아에 전력 공급을 많이 받기는 또 사실상 어려워요. 에너지가 안보랑 직결되는 문제인데 중국,러시아는 적군이면 적군이지 아군은 아니라서요. 그래서 사실 지금으로서는 제일 가능성있는 시나리오가 일본과 전력계통 연계인데 여기엔 또 어마어마한 국민감성이라는 장벽이 있어서..
Galvatron
17/07/16 00:04
수정 아이콘
국민감정 해결해도 문제인게 일본도 한국에서 원전을 지어주면 우리가 사오면 되겠다라고 생각할텐데.....어렵죠.
17/07/16 00:15
수정 아이콘
독일-러시아도 아군으로 보긴 어렵지만 에너지 수입은 하고 있으니까 불가능은 아닐것 같아요. 하지만 말씀하신 이유에서 독일도 에너지원을 다각화 하고 있긴 하죠. 물론 프랑스의 경우는 아군이고요.
원전이 진짜 답이라면 처리 기술 개발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나 투자라도 진행했으면 하네요.
소독용 에탄올
17/07/16 04:03
수정 아이콘
민자사업자간 차이로 전력계통 국내교통정리도 안되는 일본이라 국민감정만 장벽이되는건 아닙니다...
일각여삼추
17/07/16 00:36
수정 아이콘
심심하면 가스관 잠그는 러시아랑은 별로 거래하고 싶지 않은걸요.
Sid Meier
17/07/16 07:41
수정 아이콘
중국 러시아한테는 진심 에너지 의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말그대로 갑질 어마어마하게 당할 거예요 러시아는 지금도 가스 수출하면서 심심찮게 그러고 있고요..
난남자다
17/07/16 08:43
수정 아이콘
환경공학 전공 출신입니다. 탈원전에 대해 질문을 몇가지 준비했는데요, 아직 미비한 부분이 있을테지만 한 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환경학, 환경공학, [전공자입니다] 가 사실 무기력했다는 점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20년째 전도유망한 학문. 언제까지 그대로 방치할 수 있을까요?

2. 원전을 바로 포기한다 만다가 아니고, 에너지 노믹스 상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이 현저히 작은 현 형태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에 있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이 있지 않을까요? 중국,미국 등의 여러 국가들도 이 시장에 어찌되었건 참여하는데 우리나라가 속도가 안붙고, "우린 아마 안될거야" 라니...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에서 아이폰이 나올 때 삼성 망하려나 싶었던 어린 저의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어찌되었건 삼성은 여러 리스크를 견뎌가며 현재까지 살아 남았고, 다른 기업들도 전환을 일궈내는 것으로 보면 재생가능에너지도 우리나라 대기업이 움직이면 더 속도가 붙을 것 같습니다.

3. 하루아침에 원전을 가동 중지 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대기업 건설사 위주로 진행했던 지난 과정들에 대한 재검토 아닐까요? 원전을 건설함에 있어서도, 사용함에 있어서도 전문가 이해당사자의 조직적인 모럴헤저드를 막으려면 감시체계가 필요한데, 그럼 비전문가가 감히 어딜 나서냐는 건 어떤식으로 해결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현 원전 전문가 그룹에서 자진해서 제 식구를 검토하고, 막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4. 원전이 국토 면적대비로 가장 밀집도가 높고, 사용 후 폐기물에 관해서 반감기를 갖는 방사성 물질을 지니는 그 자체가 리스크라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처리에 있어서도 "잘하고있다" 라고 입장 발표를 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게 느껴지며, 자세히 발표를 하면 여러 보안상의 위험이 있다라 하실 수도 있구요. 그런데 뭐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우린 아직 휴전국가인데 진짜 "안보" 상의 문제로써 주요 타겟이 원전일 때 대비책 또한 거의 없잖아요, 어찌되었건 위험한 상황에 대비를 어떻게 해야할지 논의할 기구는 분명히 필요하다 느껴집니다.

4. 환경단체 입장이 다 제각각이니 믿지 말라는데, 논리가 제각각일 수 있고. 모순도 많겠지요. 국제적으로 이슈인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원전은 각광받고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위에서 지적한 리스크 때문에 확실히 공부하지 않으면 예전의 논리가 반박당하고, 여러 학문적 관점에 의해 반박당하겠죠. 그 반박의 절차를 막지말고 같이 진행해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작성자 님의 글을 보며 저도 감히 제 입장을 생각해봤는데, 다른 피지알분들께서 제 댓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네요.
싸가트
17/07/16 11:36
수정 아이콘
1. 환경은 인류의 전면적인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변두리 학문을 벗어나지 못하겠죠. 그래도 공학쪽은 조금 낫다고 들었어요. 저희쪽은 뭐...^^;;

2. 아무래도 투자가 쉽지 않겠죠.
석유값이 싸면 신재생에너지 투자비용이 쪼그라들고, 석유값이 뛰어야 그나마 투자가 이루어지는데, 성과는 미미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그런 장기적 안목엔 취약해서 어려울 듯 합니다.
애초에 우리사회가 에너지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환경쪽도 거의 다 생태관광(?), 또는 기후변화나 미세먼지쪽으로만 집중되어 있고, 에너지 관련해선 탈원전쪽으로만 집중되어 있어서요.
에너지 수급에 관해 진지한 고찰을 요구하는 쪽(주로 피크오일 관련단체 - 우리나라엔 아마 거의 전무한 걸로 압니다.)은
환경분야 내에서도 마이너로 취급받는지라......에너지 문제가 막상 코앞에 닥쳐서야 진짜 논의가 시작되겠지요.

3.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은 위에 '황약사'님의 댓글 의견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치적인 문제라 깊숙한 내막을 알지 못해 저도 뭐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ㅜㅜ

4. 원전은 정말 화장실 없는 스위트룸이죠. 미래를 끌어다 쓰는 대표적인 에너지자원입니다.
획기적인 폐기물 처리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 아마 후손들이 두고두고 욕할 겁니다.
안보나 재해 관련해서는 국가안전처에서 관할하는게 유리할 듯 한데,
북한문제나 지진같은 자연재해에서 어떻게 통합적으로 관할 것인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진보의 고질적인 문제가 환경단체에서도 이어집니다.
자신들의 주장에 지나치고 과도한 확신이 너무 많아요.
신재생에너지로 우리모두 행복한 청정 미래를 열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청정미래는 맞을지 몰라도 행복한 미래가 될 수 있을지(사람들은 현대문명의 압도적 편리함을 절대 포기 못함)는 아직 불확실하죠.
문제는 그들은 이런 의구심을 그냥 퉁쳐버려요.
청빈한 삶 어쩌구 저쩌구하는 소리는 그야말로 씨도 안먹힐 소리고, 과도한 생태주의에 매몰되서 다른 건 생각조차도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진보판에서 노동, 여성주의 말곤 다른 컨텐츠가 빈약하여,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기 힘들듯이 환경쪽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시작은 생태주의나 탈원전으로 간다하더라도 문명발전과 환경존속과의 커다란 간극,
그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그냥 묵살해 버립니다.
그냥 어린이들 생태공원 견학시키면서 '생태적 감수성' 만 주구장창 키우는걸로 끝내죠.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까지 생태주의, 탈원전 말고 다른 걸 찾아보지 못한 환경단체를 보면 안타까워요.
원전과 현대문명을 악으로만 규정하고 적대적 공생관계처럼 대립하려고만 한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겁니다.
그러다 정치처럼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서 이슈선점에 실패하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겠죠.
환경단체, 이 바닥도 누군가 나서서 개혁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워낙 없어서 쉽지 않을 거 같네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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