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pgr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가끔 정말 먹먹할 정도로 짙은 고민에 빠져있을 때, 익명성에 기대어 pgr에 글을 쓰고는 하는데, 영화 싱글라이더 후기겸, 제 이야기를 조금 써보려 합니다. 아래의 글은, 다소 두서도 없을 뿐더러, 무슨 이런 일기같은 글로 게시판물을 흐리냐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을 수준의 글입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영화 후기를 기대하셨다면 뒤로가기를 누르셔도 좋습니다.
저는 요즘 자기전에 죽고 싶다... 라는 말을 조용히 내뱉다가 눈을 질끈감고 잠을 청하고는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뜰때는, 아....x발.. 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자세히 말할 것도 없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행복하지 않은 지금의 삶.. 그러나 생기지 않는 희망 .. 그리고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마땅치 않은, 그런 진부한 이야기가 제겐 있습니다. 이 짜증나지만, 먹먹하고, 그리고 답답한데 내뱉을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 무기력한 오늘이었습니다. 점점 가속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오후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예능보기도, 게임도, 농구도, 그냥 인터넷배회하기, 보드타기, 그리고 영화보는 것 마져도 저에겐 아무런 감정을 주지 못하고있습니다.
밤이 되고, 그대로 잠에 드려다, 영화 싱글라이더를 보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버림받고 이루었던 것을 모두 잃으며, 이병헌의 영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영화는 전개가 되면 될 수록 이병헌은 더욱 비참해져만 갑니다.
저는 시드니에서 6개월간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6개월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아침에 거리에나가 밤이 늦도록 시드니 시내와 피어를 그냥 아무생각없이 걷던 때가 생각나며, 영화가 더 몰입이 되었습니다.
이병헌의 무표정. 미칠듯이 외로워보이고 먹먹해 보이는 그 무표정에서 제가 조금은 보였습니다.
시드니는 어느 대도시가 그러하듯, 시드니 모든 곳이 아름답거나 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평범한 주택가, 그리고 무표정한 거리가 대부분의 시드니입니다. 영화는 호주라는 환상에 기대지 않고 그 무표정함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여 좋았습니다.
사실은 이병헌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 속 이병헌은, 다 잃었지만, 인생의 마지막 절벽에 다달았지만, 그마저도 별거 아닌 것 처럼 저는 담담하게 그냥 이병헌을 바라보았습니다. 왜냐면, 지금의 제가 더 힘든 것 같고 지금의 제가 더 슬퍼 보였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저는 그냥 제가 더 무기력해 보입니다.
영화가 끝나가면서, 절정을 지나면서, 영화는 감정을 터뜨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그냥 잠깐의 인상쓰게 되는 정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하나의 큰 교훈이나 메시지를 주려고 하지 않고, 그냥 그때 무표정히 제가 걷던 그 길을 무표정히 배회하는 이병헌에게서 그때의 제가, 지금의 제가 자꾸만 겹쳐보여서 저는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분이 나아졌음을 느낍니다. 잠깐의 희열에 불과할지언정,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본 느낌입니다. 나를 위한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제가 감독이라면, 만인을 위해 이 영화를 제작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병헌을 위해, 이 영화를 제작하였을 것입니다.
오늘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현실은 바뀌지 않고, 지금의 저는 내일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의 감정은 조금은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감정을 내일도, 모래도 느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