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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6 00:04
홍상수 영화는 현실을 겉만 대충 뜯어다가 똑같이 그린 느낌이고 알맹이가 하나도 안 느껴져서 싫어하는데 이번 작품은 좋았네요 진짜 살다 살다 홍상수 영화를 보고 좋다는 느낌도 받네... 연기 영화 둘다 박수쳐줄만 합니다.
17/03/26 00:27
김민희는 현재 연기로선 절정에 달한 거 같더군요. 말씀하신 술자리 롱테이크 씬은 대단합니다. 다른 배우들 중에선 정재영이 가장 기억남네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함춘수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 중 일부 사람들은 극 중 지극히 적은 대사 '내로남불식의'을 (가장 많이 인용되고 퍼지는 건 영희의 지인들이 영희를 두둔하던 그 장면의 대사겠죠) 가지고 자기 변명과 합리화만 가지고 싸잡아 비판하기도 하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네요. 그걸로 영화를 평가하는 건 지극히 침소봉대하여 영화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의 홍상수는 비겁했지만 영화를 만드는 홍상수는 적어도 그 안에선 비겁하지 않았다고 봐요. 실제 삶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미안함 변명 애정 후회 등등)을 다 녹여냈고 그걸 픽션과 사실의 경계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매력적인 영화로 뽑아냈어요. 온전히 반성과 변명의 영화라 보진 않지만 판단하는 건 관객의 몫이겠죠. 그렇지만 가장 머릿 속에 남는 정서는 '외로움'이며, 장면은 홀로 걷는 김민희였어요. 쫓기기도, 누군가 깨워주기도 하지만 결국 홀로 걸어가며 그 뒷모습을 바라봐주는..
17/03/26 00:38
영화 잘 찍는 인간쓰레기와 연기 잘하는 인간쓰레기죠.
뭐 예술계에서는 영화만 잘 찍고 연기만 잘하면 되겠지만 예술 바깥으로 튀어나오진 말길 바랄 뿐.
17/03/26 13:57
홍상수 영화를 처음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
모호성을 극대화한 영화같아요. 그 모호성 안에서 본심도 풀어놓고 변명도 풀어놓고 반성도 풀어놨네요. 선택은 우리보고 하라는 걸까요.
17/03/26 14:46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에서 전반적 구도와 형식 면에서는 반성의 태도를 취하는 부분이 어떤 점인지 궁금합니다.
17/03/26 15:30
[안 보신 분들은 스포 주의 해주세요]
일단 영화 시작부터 그의 영화로선 드물게 온통 검정 화면에 손글씨가 아닌 명조체 폰트로 크레딧을 시작하죠. 매우 무겁고 진중합니다. 음악도 내내 단조풍의 곡으로 채워지고요. 오프닝부터 후반까지 김민희가 첫 시퀀스에 등장할 때 항상 카메라는 김민희의 정면을 찍지 않습니다. 거의 뒤통수를 담고 있어요. 극 상황도 김민희는 현재 헤어진 상황입니다. 실제 그들과는 반대죠. 또 영화에서 가장 유머러스하고 달콤한 장면에선 김민희가 자리에 없거나 (안재홍 커플), 제대로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리죠 (정재영 커플 커피가게씬). 김민희는 '나답게 살겠다'는 다짐을 몇번 보여주지만 정작 극 중 김민희 커플은 만나지도 않고 그녀는 외로우며 일도 끊겼고 서울로 들어오지도 않죠. 한 번씩 카메오로 출연하는 검은 옷의 남자 같은 경우 '현실'을 뜻한다고 생각해요. 김민희가 '현재 시간'을 모르는 걸 확인시켜주고 또 외국에서 한국 -결국 김민희가 1차적으로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가버리기도 하고, 호텔에서 '불륜 비판자들에게 일갈'하는 출연진들이 아예 저 사람의 존재를 못보기도 하고요. 즉 현재 김민희(와 홍상수)가 처한 진짜 중요한 현실 문제를 쳐다보지 않고 거부한다고 고백하는 것 같습니다. 후반부 바다 씬에서 김민희는 거대한 바다 앞에서 그저 뒷모습으로 누워있기만 해요. 영화 스텝을 만나서 교감하는 일도 전부 꿈이었죠. 또한 꿈의 마지막을 보면, 그전까지 김민희가 '책'에 빠져있는 마음을 계속 언급했지만 정작 감독이 준 책은 받지 않고 나가버립니다. 그 전에 문성근이 자책을 하는 장면은 언급 안해도 될테고요. - 본문엔 반성이라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반성이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고뇌와 어떤 죄의식 같은 무거운 정서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네요. 절을 올린 행위는 잘 모르겠어요.. 진짜 반성인지 누구 놀리려는 건지. 그리고 그 둘은 그들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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