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를 읽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하기 위해 쓰던 글이 어느 순간 감당이 안될 정도로 길어져 버렸습니다.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도저히 짜르지 않고서는 한 게시물로 다 올라가지가 않네요. 혹시라도 읽고 댓글을 쓰실 분들은 2에다 써주세요. 2주 정도 텀을 두고 쓴거라 글이 너무 복잡하고 통일성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힘내, 지지마" 라는 히카리의 히로에 대한 대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마치 해석할 수 있다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알 수 있을거 같은 외계의 언어처럼, 이 미스테리한 문장 하나에 많은 의미들이 달려 있기에, 명대사 혹은 미스테리한 문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힘내. 지지마" 이후, 히카리는 히로에게 안긴다. 그리고 히로의 대답은 '미안'이다. 이 대사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추후에 어떤 영향들을 미치는지를 미뤄두고 나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사실 히카리의 이 "힘내, 지지마" 의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또 하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바로 이어서, 그것도 다름아닌 히데오에게.
히로를 만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히카리, 숙소 밖에는 히데오와 미오가 있다.
숙소 안으로 들어가려는 히카리,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리고 부르는 "히데오"
무슨말을 하려고 하는 히카리에게 히데오는 말한다.
"내일 시합 걱정하지마 컨디션 최고야"
놀라는 히카리.
그리고 히데오의 저 스스로 괜찮다는 말에 무언가를 느끼고 "아, 그래그래." 라며 들어가는 히카리의 모습 사이에는 "힘내, 지지마"가 생략되어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은 그 동안 H2 내내 반복되어왔던 두 사람의 이미지에 정확하게 정합하는 장면이다.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히카리의 마음을 둘대없는, 히카리의 응원이 필요없는, 응원을 하고싶은 히카리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히데오.
계속해서 밀어내고 밀어내서 더 이상 마음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지만, 끝까지 찾아와서 "말 뿐이라도" 응원을 해달라는 히로.
이 장면들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장면은 사실 초반에 나온다.
17권 8화
4년만에 히로와 히카리는 함께 불꽃놀이를 보고 있다.여기서 원래 히카리와 함께 데이트를 했어야 할 상대인 히데오는 사고로 술냄새를 맡고 잠든 상태다. 히데오가 나와있어야 할 자리에, 히로가 나와있고, 둘은 언젠가는 만날 히로와 히데오의 싸움에 대해 말한다. "히데오 응원할 거야." 라는 응원의 말은 사실 불꽃놀이를 함께 보기로 한 히데오에게 할 응원이었지만, 대신나온 히로에게 말한다. "힘내 지지마," 의 응원도 마찬가지다. 불꽃놀이를 함께 보며 말한 "힘내 지지마" 의 응원은 사실 히데오에게 향해야 할 내용이었지만, 정작 그말을 들은건, 히데오가 아닌 히로였다. 마치 불꽃놀이 밤 잠든 히데오 대신 나왔던 히로에게 했던 그 날처럼.
자 그렇기에 사실 "힘내, 지지마" 의 뜻 자체는 그저 응원의 의미 그 이상을 가지지 못한다. '널 사랑해' 나 '내 곁에 있어줘' 나 게임의 승패에 관한 어떤 암시라고 볼 수 없다. 단지 "힘내, 지지마" 를 내뱉은 히카리의 상황이 이 모든 것들의 비극성을 증대시킬 뿐이다.
이미 히카리는 '히로'에게 절대로, 무슨일이 있어도 마음쓰지 않기로 이미 결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히카리는 이미 히로에게 "안녕"을 고했다.
히카리의 어머니가 돌아가 신 후, 히카리는 히로와 5년만의 영화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뺨에 키스한 히카리는 히로에게 눈물을 보이며 안녕을 고한다. 완벽한 이별의 고백. 바닷가에서의 데이트 장면이 히로와 히카리의 '남녀 관계'에 대한 이별이었다면 히카리의 "히로와 소꿉친구와 다행이야" "얀녕" 의 장면은 '소꿉 친구' 로서의 관계에 대한 이별이다.
그리고 히카리는 이 이별이 히로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 줄지 너무나도 잘알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더 이상 어깨를 쓸 수 없다는 의사의 오진을 받고 히카리와 같이 하게된 '야구 은퇴식', 마지막 공을 던지는 히로를 보며 히카리는 안녕을 말했던 모습과 똑같아진다.
달라진게 있다면, 히카리의 야구 은퇴식의 인사는 '다녀오렴' 이었지만 히로와의 이별의 마지막 말은 '안녕' 이라는 것이다.
히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개는. 야구와 히카리이다. 히카리가 어릴 적 히로에게 "너 그렇게 야구하다가 미쳐버릴거야" 라는 말을
했었던 것처럼, 야구는 히로의 전부고, 히카리는 나머지 반이다. 그런 야구를 떠나보내는 히로의 마음을 히카리는 너무 잘 알고있다.
그렇기에 쓸쓸해진다. 히로에게 히카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히카리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있다. 그렇기에 이별을 고하는 히카리의 얼굴도
쓸쓸해진다. 떠나가는 자신보다 남겨질 히로가 걱정이다. 히카리는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한다. '안녕'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히로가 분수, 물, 비등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첫번째 콘서트 데이트 때, 히카리와 히로는 둘다 비에 흠뻣 젖었고, 히카리는 한방에 누운 히로 때문에 잠이들 수 없다.
두 번째, 바다 데이트 때는, 비 오는 날 함께 바다로 떠났지만, 히카리의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은 히데오" 라는 확인과 동시에
날이 화창하게 갠다. 세번째 위의 '안녕' 장면에서는 비가 채 오기도 전에, 히카리가 떠난다. 이러한 히카리와 히로가 함께 있을 때
내리는 비의 영향력의 감소는 단정적으로 히카리의 마음이 히로에게서 점점 더 멀어짐을 상징한다.
히카리는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이건 사실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다.
그 이유는 히데오가 너무 좋은사람이라는 것이다. 히데오가 조금만이라도 나쁜 사람이었다면, 히카리는 히로를 떠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히데오는 너무 좋은사람이다. 히카리의 어머니 죽음 이후 히데오는 야구 연습도 날마다 빼먹고 히카리를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함께 노래방을 갔다 돌아오는 길, 히데오는 히카리를 보며 말한다. "혹시 귀찮으면 말해, 실은 이럴때 혼자 놔두는게 좋은게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히로가 아니라 그런지 자신이 없어"
정말로 자신이 필요하다면 야구 시합중에도 히카리 자신에게 달려오겠다고 말하는 너무도 좋은 남자친구가 자신이 '히로' 가 아니기 때문에 불안해한다. 히카리는 그런 히데오의 손을 꼭 잡는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실제로 계속해서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해온 남자친구인 히데오의 그것보다, 단지 말 없이 함께 캐치볼을 해주는 히로와의 그 한 순간이, 히데오에게 받았던 모든 수많은 호의와 위안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우연히 어릴 적 함께 캐치볼을 하던 공원에 들어선 히카리에게 다가온 히로, 그리고 말없는 캐치볼, 그리고 히로앞에서 흘린 눈물. 히카리의 마음은 어땠을까? 끊임없이 자신이 '히로'가 아니기 때문에 불안과 자격지심을 갖는 히데오, 그리고 실제로 남녀 관계는 아니지만 히데오 보다 히로의 마음에 더 큰 위안을 받는 히카리.
그리고 우연히 히데오는 다가갈 수 없는 펜스뒤에서 그 장면을 보고만다.
'아저씨한테 들었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한번도 눈물 흘린적이 없데, 뒤에선 울어도...'
그런 히카리가 히로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함께 캐치볼을 하던 장소가 헐리고 주택가로 변하가듯이 모든게 변해야 할 때라고 빗속에서 공사 장면을 지켜보던 히카리는 결심한다.
히카리는 히로를 완전히 떠나기로 결심한다. 소꿉 친구로서의 히로 조차도.
하지만 히카리는 떠나고 나서도 히로가 걱정이다. 남겨진 히로에 대한 걱정은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30권 6화 '히로를 부탁해'
갑자원에서 노다와 함께 본 경기에서 히카리는 너무나도 히로와 닮아있는 투수를 본다. 이 투수는 경기에서 지고 울고있다. 1 년전 히로가 경기에서 지고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보였듯이. 힘든일이 있을때, 아픈일이 있을 때, 히카리는 '히로의 울고있는 모습들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1년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히카리는 더 이상 히로를 위로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히카리는 언젠가 울게될지도 모르는, 혼자남은 히로가 걱정이다. 먹을것을 좋아하는 노다에게 '냉장고'나 부탁하면 좋으려만 히카리는 히로를 부탁한다.
"노다, 히로를 부탁해" 히카리는 히로를 모든 것에서 부터 떠났다.
그런데 히데오는 이미 떠나온 히로때문에 계속해서 질투한다. 자신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는지에 대한 질문 하나 까지도 히로와 비교해가면서 히카리를 괴롭힌다. 이미 히카리는 히로를 떠나왔다. 하지만 히데오는 자신이 보았던 그 광경들, 어머니의 사망 이후에 도저히 자신이 어떻게 하면 히카리를 편하게 해줄수 있는지 알수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질투로 바꾸어 버린다. 끊임없이 히로와 비교해가면서.
이렇게 못되게 변해만 가는 남자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히카리는 모른다. 어머니는 죽고, 히로에게는 안녕을 고했다. 한명 있는 남자친구는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간다. 히카리의 생일날,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히카리는 묻는다.
"18 살이 되었어요. 모든게 바뀌는 걸까요, 제가 바뀌어야 되는 걸까요?"
자 그런데 여기 다른 바보 한명이 찾아온다.
히카리는 히로를 떠났다. 자기마음대로, 히카리는 히로에게 가장 중요한 2개중 하나이다. 히카리는 그걸 너무 잘 알고있다. 남은 히로가 어떤 마음일지. 그런데도 쪼르르 쫒아와 말만이라도 괜찮으니 응원해달라고 한다. 히카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히로의 마음.
히카리는 이내 무너진다. 그리고 히카리가 무너지는 이유는 절대로 히로에 대한 책망같은 감정이 아니다. 그건 안타까움과, 미안함, 말만이라도 응원을 해달라고 했지만, 도저히 '말만으로'는 그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소꿉친구이자 자신을 너무 필요로 하는 모자란 남자아이에게 남은 떠나보내지 못한 남겨진 애정이다.
히로는 이내 깨닫고 만다. 이제 자신의 존재 자체가 히카리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소꿉친구로서도, 같이 성장을 했던 여자아이로서도, 더 이상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미안..."
히카리가 히로의 1년 전 패배후 "내 첫사랑은 중학교 2학년 여름에 끝났어" 라는 고백을 듣고 히로에게 '미안..히로' 를 외치고 바다 데이트를 통해 남녀관계를 떠나 보냈듯이 히로도 히카리에게 이별을 고한다.
히카리는 분명히 히로에게 굉장히 흔들렸지만, 히로의 갑자원의 해상공원, 지고난 후의 눈물의 고백이후 완벽하게 남녀로서의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이 두사람이 만화내내 이렇게 까지 힘들고 아프게 이별하는 이유는 히로와 히카리의 관계가 단순한 '남녀' 혹은 '소꿉친구'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부를 만들기 위해, 히데오가 있는 야구부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히로와 그런 히로를 응원해주겠다는 히카리.
히데오와 히로의 싸움에서 사실 자신은 히로 편이라는 히카리의 어머니.
자 이 2개의 비슷한 장면들은 히카리와 히로가 어떤 관계인지를 대표적으로 나타내주는 장면들이다. 히카리가 히로에게 사과를 던지고, 받는 저 장면은 유일하게 히카리의 어머니로 반복된다. 만화내에 히데오가 사과를 먹는 장면은 있지만 저렇게 토스되는 구성은 2 장면이 유일하고, 이는 명확하게 히카리의 어머니와 히카리가 히로에게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저 2장면은 전부 다, 히데오와 히로의 싸움에서 '히로'를 응원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뒤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히카리의 어머니는 히카리를 뜻하고, 히카리의 아버지는 히로를 뜻한다.
히로에게 있어 히카리가 그러하듯이, 히카리의 아버지에게 히카리의 어머니는 '죽을만큼 열렬히 사랑한 상대' 이며, 히로의 성장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흐믓해 하는 일종의 보호자이자, 모성의 관계이다. 히로에게 있어서의 히카리는 분명 '죽을만큼 열렬히 사랑한 상대' 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성장을 지켜봐주고, 힘든일이 있거나 중요한 일이 있을때 기댈 수 있는 보호자이자, 누나, 어머니의 역활 이기도 하다.
그건 히카리에게도 마찬가지다. 히로는 분명 좋아하는 남자이기는 했지만 덜떨어진 남동생이자, 위태위태한 꼬마아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히카리는 자신이 떠나고 혼자남을 동생같은 히로를 걱정하고, 히로는 자신을 떠나간 히카리를 쫒아간다.
이는 두명이 사랑하는 방식을 봐도 알 수 있다.
하루카는 계속해서 히카리의 자리를 대체해나간다. 어릴 적 히카리와 했던 추억들을 하루카로 덧씌워 나가며 히카리의 빈 공백을 매운다.
캐치볼, 눈집, 팥빙수, 노래, 해변, "힘내 지지마", 놀이공원 등등.
히카리가 사라진 자리를 매우는 하루카의 방식들은 히로에게 아직도 히카리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건 히로의 정신적 미성숙함이다. 하루카가 곁에 있음에도 중요한 일에는 히카리가 필요해진다. 하루카를 상처 입힐망정 히카리에게 찾아가 응원을 해달라고 한다. 그건 하루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루카는 과거의 추억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성장을 지켜봐왔던, 누나로서, 보호자로서의 역활은 오로지 히카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히로는 스스로 계속해서 성장했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애'다.
반면 히카리는 추억을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이 흔들리거나 힘든일이 있을 때, 항상 자신의 위치와 관계를 '확인'하고 히데오에게로 똑바로 나아간다. 히로를 떠올리면 계속해서 빗나가던 화살이 바다 데이트 이후의 순간부터 곧게 정중앙에 박히는 것은 이런 히카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히카리의 화살이 어떻게 명중하냐만 봐도 히로에 대한 히카리의 생각을 잘 알수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히카리의 화살이 히로에 대한 생각으로 빗나갈 때, 히로의 모습은 모두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성장한 히로의 모습이 히카리에게 회상되지 않는것은 , 거의 모든 회상장면에서 히로는 어린아이 모습으로 나온다는 것은 히로가 히카리에게 단지 '남자' 라는 남녀의 애정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히카리는 히로가 했던 '너의 첫키스때는 왠지 쓸쓸해져서 축하해주지 못했어' 라는 고백 이후, 히카리는 히데오의 계속되는 부탁에도 거절했던 야구부 매니저 일을 수락한다. 이유는 "히데오를 더 좋아하고 싶어서"
히로의 "내 첫사랑은 중2 말때 끝났어" 의 고백이후, 해변가의 데이트를 히로와 한 후, 마음을 정리한다. 이 데이트 이후로 히카리는 완전히 히로에 대한 '여자'로서의 마음을 접었다.
또 '안녕' 의 '소꿉 친구' 로서의 이별을 고할때도, 5년만의 영화관 데이트 이후 히데오에게 다가간다.
히카리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때면, 혹은 히데오와 히로에 관한 일이 있을때 언제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히데오에게 곧장 날아갔다.
히로가 계속해서 하루카를 통해 히카리를 대체해 나갔다면, 히카리는 히데오를 더욱 사랑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히로는 계속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답하지 않는다. 동네 야구라도 하면되지. 프로는 안어울려, 이렇게 던지다간 얼마나 던지겠어 등등.
계속해서 미래에 대한 언급을 수 없이 피해나간다.
히로가 히데오와 싸우고 싶은 이유는, '첫사랑' 인 히카리를 두고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히데오 처럼 미래의 승부에 어떤 벽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지나간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고 싶은 것이다. 히로는 계속해서 과거를 반추한다. 후회와, 안타까움, 그리고 히카리가 있는 여름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히로는 성장하지 못한다.
히로는 아직도 히카리가 필요한 '애'고 히카리는 아이를 쉽게 저버리지 못하는 여자다. 약한 것에 마음이 더 쏠리는 어머니, 누나같은 인물이기에. 자 그렇기에 히데오가 강함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약한 것, 의지하는 것, 히카리에게 기대는 것' 들은 히로의 속성이다.
히데오가 동료의 투구로 눈이 다쳤을 때, 히카리의 "왜 말하지 않았어" 의 대답
'누구보다 강해질거야' '나는 무엇이라도 혼자 해결하지'
은 사실 이런 히로에 대한 질투와 반발 때문이기도 하다. 상징적으로도 히로와 히데오는 이런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닌다.
히로가 남동생의 이미지를 지닌다면, 히데오는 오빠의 이미지이다. 그렇기에 히데오는 계속해서 '강함'을 추구한다. 히로와 똑같이 자신이 모자른 사람, 즉 남동생이 되어버린다면, 히데오는 히로를 이길수가 없다. 아주 어릴적 부터 히로는 그 자리를 꽤차고 있었으니까.
히로가 가지지 못한 '강함' 의 추구는 이러한 히로와 히카리가 '소꿉친구' 라는 질투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히데오는 히카리의 '응원' 이 필요없다. 자신은 히카리의 버팀목이지, 히로같이 응원이 필요한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히카리는 '힘내,지지마' 를 히데오에게 내뱉지 못한다.
'힘내, 지지마' 가 꼭 필요한 히로와 '힘내, 지지마'가 필요없는 정 반대의 두 사람.
히카리가 '힘내, 지지마'를 꼭 해야될 상대는 히데오였지만, 정작 '힘내, 지지마'를 외친건 더 이상 응원할 수 없는 떠나온 히로에게였다.
이러니 히카리가 안무너 질리가 없다.
그런데 히로에게는 하루카가 있다. 항상 자신을 지지해주고 꿈을 이뤄준 너무나 좋은 여자.
그런데 히로는 하루카를 정말 사랑하나?
히로는 하루카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적어도 히카리 만큼은 사랑하지 않는다. 히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히카리이다.
그건 명백하다. 히로는 하루카를 선택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 히로가 말했던 '오래 살아라' 라는 말은 히로가 이미 하루카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루카는 선택되었다. 히로에게, 이미 진작에, 장수풍뎅이를 잡다가 마치 뛰어내리려는 것처럼 보인 히카리의 아버지를 구출한 히로는 물어본다. "후회하고 있나요?" "전혀."
이미 죽어버린 히카리의 어머니는 히카리의 아버지가 '죽도록 사랑한' 상대이다. 히카리의 아버지가 "하나가 안되면 죽겠다고 협박해서" 얻어낸 결혼. "그땐 그 사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던 상대" 인 히카리의 어머니가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앞서 말했던 데로 히카리는 곧 히카리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히카리의 아버지가 자기 쪽에서 일방적으로 죽도록 사랑해서 했던 결혼. 그 사람이 의미하는 것은
'히카리'
히카리의 아버지는 말한다. "그 사람이 가버렸는 데도, .....화장실에 가고, 이 닦고, 세수하고, 웃긴얘기 들으면 자지러지고,..힘이 넘친다."
20년 전이었으면 따라죽었을 상대의 죽음에도 그렇게 열렬히 사랑했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히카리의 아버지는 말한다.
"장수할 마누라 만나라" 히카리의 아버지의 말을 들은 히로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런가'
하루카에게 말한다. '오래살아라'
그렇기에 사실 하루카를 이미 '선택' 했다는 히로의 저 대사는 히로가 하루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죽을만큼 열렬히.
그 모든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기에 히카리에 대한 자신의 사랑도 언젠가는 괜찮아 지겠지. 하루카로도 괜찮겠지.히로는 납득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히카리의 어머니는 히카리이며, 히카리의 아버지는 히로이다. 두 사람의 속성, 한명은 너무 바지런하고, 한명은 빈둥빈둥, 히카리가 히카리 어머니를 꼭 닮았다는 사실은 많이 언급된다. 히로의 아버지는 자기쪽의 협박같은 사랑에 히카리의 어머니를 쟁취했지만, 히로는 '자기 쪽의 일방적 사랑에' 히카리를 뺏을 수 없다. 그래서 히카리의 아버지가 말한 "장수할 마누라" 의 하루카에게 오래 살아라 라고 말한다.
그럼 하루카는 그런 히로 때문에 불행할까? 아니 히로는 를 더욱 사랑하지만 울리지 않을 것이다.
2권의 부적을 잃어버린 하루카의 마음에 빚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든 이기려고 노력한 히로를 본 노다는 말한다.
"난 네가 정말은 히까리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저렇게 좋은 애가 울게라도 되면 무척 가엾을 텐데 - 하고 말이야"
장장 32권을 넘어선 복선은 회수된다.
마지막 권 히로와 히데오의 승부를 앞둔 히로에게 노다는 묻는다.
"정말로 좋아하는 거지?, 히카리"
히로가 하루카에게 하는 말 "스튜디어스 돼라. 꼭-" 이라는 말을 노다는 듣고있다. 마운드로 나서는 히로를 노다는 범상치 않게 바라본다.
히로에게 다가가는 노다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히로가 히카리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다. 혹시 "정말로 좋아하는거지? 하루카.."라는 질문은 아니었을까?
계속해서 자기 입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히카리, 반대로 계속해서 미래를 약속하는 하루카.
처음 하루카에 대해 말했을 때, 노다는 "네가 정말로 히카리를 좋아한다면 저렇게 좋은애가 울게되면 무척 가엾을거야" 라고 말한다. 히로는 "히카리가 정말로 좋다고" 말한다. 노다의 말대로 하루카가 울게될까? 노다는 이미 알고있다. 히로처럼 상냥한 애가, 자신의 꿈을 이뤄주고 여기까지 사랑해준 여자아이를 울릴리 없다고.
그렇기에 노다는 마지막으로 히로에게 말한다. "힘내라"
모든 승부가 끝나고 노래를 부르는 히로를 본 하루카는 "정말로 기뻤나 보네." 라고 말한다. 역시 하루카다.
그걸 본 노다는 하루카를 보고 생긋 웃는다. '히로가 하루카를 울릴리가 없다, 역시' 노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솔직히 노다는 너무 과소평가 되어있다.
노다는 알고있다. 히데오와의 승부중 히로가 묻는다. 히카리가 누구를 선택할지.
노다는 히로의 "어느쪽을 선택할 것 같아?..히카리" 의 질문에 대답한다. "흥미없어"
이 화의 제목은 '거짓말쟁이'이다. 노다는 이미 알고있다. 히카리가 누구를 선택할지. 또 히로또한 노다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 정도로 이미 '정해진' 선택에 대해 알고있다. 죄다 거짓말쟁이들 뿐이다. 노다는 이미 히로를 부탁받았다. 히로는 히카리가 자신을 선택할리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그 누구보다도.
5권, 7화 히로와 히카리가 콘서트를 갖다가 비를 맞고 함께 1박을 하게 되는 장면.
31권, 1화 각자의 숙소에 있는 히로와 히카리
욕탕부터 시작되는 두 장면의 구성은 거의 동일하다.
솔직히 이쯤되면 내가 미친건지, 아다치 미츠루가 미친건지 궁금해진다. 장장 26권을 뛰어넘어 구성된 이 장면들은 명백히 그 동안의 시간변화를 보여준다. 먼저 집고갈건, 아다치의 괴악한 개그센슨데, 5권에서의 히로의 마지막 대사가 "갑자원으로 가자! 매니저" 였고 31권의 다음 화 제목이 "야구밖에 없어" 이다. 이건 정말 괴악한 센스라고 밖에는 말 못하겠다.
이 장면들이 아주 재미있는건, 거의 동일한 구성을 가진 이 장면들의 시간 경과가 3년이라는 것이다. 또 히로가 말하고 있는 3년전과 달라진게 없구나, 의 3년전의 시간들의 경과를 이 두 구성을 통해 아다치는 보여주고있다.
두 장면은 각각 히카리의 애정변화, 그리고 히로의 성장을 보여준다.
자세히 말하자면, 콘서트 밤때 히로의
"옆에서 자도 안심하고 잘 수 있는건가? 3년전과 하나도 안변했군" 은 3년 전, 중 2 여름, 히로의 첫사랑이 끝날 무렵이다. 그때에 히카리는 히로를 아예 의식조차 하지않는 그런 상태였다. 3년이 지나고, 히카리는 히로의 옆에서 잠들지 못하고 달을 바라보며 말한다. "잠이 안와..히데오" 그리고 3년 후. 히카리는 히데오의 숙소에서 히데오의 스윙 소리를 들으며 잠든다. 암전. "잘자 히데오." 히카리의 6년간의 마음의 변화를 보여준다.
자 그렇다면 히로의 모습을 보자. 저 두 장면에서의 히카리의 모습이 히카리의 애정변화를 보여주었다면, 히로의 경우에는 히로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고1, 키는 이미 컸지만 앞 장면에서 히카리의 나체를 상상하는 모습이라던가, 첫사랑을 옆에 두고도 쿨쿨 잠만 잘자는 성숙하지 못한 히로, 고3의 히로는 히카리와 써오던 샴푸 대신에 하루카가 사온 샴푸를 쓰고, 야나기의 하루카를 좋아한다는 고백에 진지하게 상담해주는 모습. 그리고 솔직히 자신의 첫사랑을 인정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장면이 있다.
야나기가 하루카를 좋아함을 고백하는 장면,
히로의 "하루카 좋아해?" 라는 질문에 야나기는 "그건 좀 특별한거야. 히로와 사이좋은것도 보기좋고, 되려 그녀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기뻐지거든" 라고 대답한다. 히로의 대답은 "그게 바로...."
"그게 바로 좋아하는거 아냐?"
히로는 그게 좋아하는 감정임을 알고있다. 야나기는 그 감정이 '특별' 하다고 했지만 그건 히로가 너무나 잘 아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한눈에 히로는 그게 바로 좋아하는 감정임을 알아챈다. 그건 자신이 계속해서 히카리를 바라보고 느끼고 있었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히로의 사랑의 속성이 나오는 장면은 또 하나 있다.
히데오의 팀 동료는 3년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자기가 러브레터를 받자마자 '히카리'를 좋아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 라는 패배자의 대사를 외치고는 사라진다.
이러한 히로의 사랑의 속성과 증언은, 히로가 히데오와 히카리가 서로 함께하고 있을 때 히카리가 즐거워하고, 행복해함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히로는 계속해서 자신의 첫사랑이 늦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 상대가 히데오이기에 포기했다.
계속 말하지만 히카리의 히로에 대한 '남녀'의 감정은 이미 3년 전에 끝났다.
히데오가 눈을 다쳤을 때, 히로는 전국대회에 나가있다.
첫번째 장면은 왼쪽의 히데오의 스크랩, 오른쪽에 쌓여있는 신문인 히로의 스크랩. 이미 히데오가 다친 시점 이후로, 히로의 스크랩은 완성되지 못하고있다.
두번째 장면은 전국대회 나간 히로의 경기 시작시간도, 히데오의 걱정 때문에 잊고만다.
게다가 히카리는 히데오 걱정때문에 아예 히로의 대화를 안갈 생각이지만 눈 상태를 들키기 싫은 히데오는 억지로 히카리를 보낸다.
전국대회 응원을 가서도 히로의 경기에 집중 못하고 히데오의 건강 상태에 대해 걱정만 계속 하고있다.
또 히로의 경기를 보고 "이겨도 져도 울고싶어져서 미안하다" 고 말한다. 자 이 미안함은, 누구에게 향하는 미안함일까.
삼촌의 "도쿄에 걱정거리라도 있나? 히카리의 "아...그건 .. 별로" 이후에 "미안해요." 그리고 히로의 얼굴이 나온다. 나는 이 미안함이 히데오에게 향하는 미안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미안함은 울거같은 얼굴을 할 자신을 볼 히로에게 향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히로가 히카리의 생일날 갑자원 패배후, 해양공원에서 울던 히로를 껴안고 내뱉던, '미안' 과 닮아있다. 분명 그때에는 흔들렸지만 이후의 히카리가 느끼는 히로에 대한 감정은 앞서 말했듯이 '남동생' 모자란 '소꿉친구' 를 보는 히카리 어머니와 비슷한 감정에 머물고있다. 그런데 히로가 자신을 사랑했음을 그리고 그것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음을 알고있다. 히카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파할 히로에게 '미안'하다. 그건 애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미안' 이다. 도쿄에는 별로 걱정이 없고, 누구에게? 다음에 나오는 히로의 얼굴, 그리고 히카리가 느끼고 있을 감정은 이미 히카리가 히로에게 마음이 떠났음을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상상이라 하더라도. 위에 나온 증거들은 분명히 히데오에게 히카리가 훨신 더 많은 마음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바닷가 데이트 이후, 사실상 히로와 히카리가 만나는 장면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전국대회와서 히로가 히카리를 껴안는 '꿈'을 꾸는 것이외에는 둘이 만나지도 않고 돌아간다. 이 히로의 꿈은, 큰 일이 있을때 히카리에게 의지하는 미성숙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히카리의 어머니는 히카리를 대변하고, 히카리의 아버지는 히로를 대변한다. 한명은 부지런하고, 한명은 게으르고.
등등. 그리고 이 히카리의 아버지의 증언은 "하나가 안되면 죽겠다고 협박해서 결혼했다. 내쪽의"
히로의 사랑은 이미 일방적이 되었다.
그렇기에 사실 "다시 선택" 하라는 히데오의 주장은 히카리에게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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