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5/28 21:52:27
Name 지직지직
Subject [일반] (스포주의) 뒷북 곡성 감상기. 진지 없는 글
저는 영알못입니다. 가끔 x알못이라는 단어가 ‘나는 x나 쩔지만 왠지 겸손함을 표현하고 싶어. 그러니까 빨리 내 말을 부정해 달란 말이야’라는 뜻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저는 아닙니다. 이번에는 진짜라고요. 제가 감상 남길 깜냥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곡성’은 보고 나면 뭔가 배설하고 싶어지는 영화라서 조금 끄적여 봤습니다. 영화 관객 500만 정도 넘기면 저 같은 어중이떠중이들도 엉덩이 긁적이면서 보러가는 법이죠.
제가 영화 고르는 기준은 참 단순합니다. 지인이 ~~봤는데 재밌다더라 하는 얘기가 들리면 봅니다. 5~60대 부모님들 하고 패턴이 일치합니다.... 영화볼 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편이고 평소엔 그냥 돈 많이 바른 할리우드 영화를 주로 봐요. 곡성에 대해서도 재밌다. 무섭다. 귀신 나온다. 이 세 마디 듣고 갔습니다. 명작을 봤을 때의 기쁨은 더하고 망작을 봤을 때의 절망감은 나누어야 하는 만큼 희생양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롯데시네마로 갔습니다. 영화표가 10000원에서 11000원으로 올랐더라고요? 1패하고 시작했습니다.

일단 연출은 제 취향 저격이였습니다.
추격자는 초반부 빼고 밋밋하다고 느꼈는데 곡성은 2시간반짜리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였네요.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짜릿함?
좀비 씬은 참... 좀비가 현실에 나타난다면 딱 저런 느낌일 것 같았어요.
좀비가 달려들어 깜짝 놀라 후려 패다가 아 죽이면 안 되는데? 잠깐 멈춘 사이 좀비가 다시 달려들어서 후려패고, 이쯤 때리면 죽었겠지 했는데 살아서 끝까지 달려들고, 그 모습에 질려 다수가 쪽을 못 쓰고 슬금슬금 도망가고....
그 외 굿하는 장면이나 무명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 외지인이 카메라 찍는 씬, 어지럽혀지고 핏자국이 만연한 사건 현장 등등 연출에 놀라서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실소가 나오더라고요. 초반부에 계속 개그요소를 넣어서 그런지 진지한 장면도 이상하게 웃기게 느껴지더군요. 영화 볼 때는 이유가 있어서 웃었는데 지금은 이유가 기억이 안나요. 옆자리 앉은 분한테 죄송하네요.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시던데... 하긴 후줄근하게 입은 아저씨가 입 벌리고 영화 보다가 피튀기는 장면에서 갑자기 피식거리면 저라도 무서웠을 거에요..
배우들 연기도 미쳤고요. 다만 영화관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초반에 사투리가 잘 안 들렸습니다.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상상력이 구려서 숨은 의도 같은 건 있어도 못 보고, 봤더라도 일부러 머릿속에서 지우고 보는 편입니다. 수능 문학 읽는 것처럼요.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는 조금 답답하더라고요. 제발 그딴 거 숨겨놓고 못 찾으면 이해 못 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엉엉
왜 사진을 봤는데 잡았다 요놈! 을 시전하지 않았는지, 버섯은 전혀 관련도 없는 내용인데 생각하기 귀찮게 왜 계속 잡아주나? 그리고 마지막 부분이 조금 짜증 났었습니다. 누가 나쁜 놈이냐는 건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또 아무나 한 명 골라서 나쁜 놈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도 않은데 시간을 자꾸 끌어서요. 아니 그래서 애가 죽냐고 안 죽냐고? 만 되뇌었습니다. 세계평화하고 가족사랑은 언제 보여 주는거야? 앙?
영화끝나고 핸드폰으로 pgr이랑 네이버 리뷰를 읽어보긴 했는데 그럴 수도 있다는 추측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신부지망생이 사짜였다면 외지인이 자꾸 헛소리할 때 낫으로 정수리를 찍어 버렸을테니 뇌수가 흩날리면서 해피엔딩.
신부가 실패했으니 주인공이 선택할 것은 A를 믿느냐 B를 믿느냐인데 주어진 조건 하에서는 결론이 안 나오니까 최대한 머리 굴려서 이거다 싶은 걸 선택했지만 실패하고 모든 걸 잃어버렸죠... 역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반반입니다. 쓸데없이 희망을 주거든요. 바카라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바카라에 법칙 따위는 없고 그냥 운빨x망겜이니까 머리 굴리지 마세요.

영화 보고 나오니 6시길래 아버지랑 반반 치킨 뜯어 먹고 집에 왔습니다. 아버지는 일광이 존나 세련된 나쁜 놈이라고 하더군요. 돈 받아먹고 그걸 이용해 돈 준 놈 죽이는 차도살인지계를 이용해 일석이조를 얻었다고요. 적을 공격하는 것은 분산시키느니만 못하고,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비밀리에 공격하느니만 못한데, 외지인은 어그로를 너무 끌어 적을 집결시켰고, 그 바람에 궁지에 몰려 절벽에서 구른 거랍니다. 저는 둘이 처음부터 짜고 친 거고 외지인이 탱커고 일광이 딜러라고 그랬는데, 그 부분은 아직 결론을 못 내렸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참교육 좀 해주세용.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미메시스
16/05/28 22:13
수정 아이콘
외지인과 일광은 처음부터 같은편인게 맞는듯
일광도 일본인이라는 암시가 계속 나오고 (이름부터가..)
영화 속 다른 희생자들도 굿을 했던 흔적이 있죠.
지직지직
16/05/28 23:49
수정 아이콘
와 다른건 몰라도 굿을 했던 흔적이 있었던건 아예 몰랐습니다.
마늘간장치킨
16/05/28 22:48
수정 아이콘
https://brunch.co.kr/@nitro2red/67
잘 정리된 글이라고 생각해서 퍼옵니닷!
개인적으로는 일광이 외지인과 한패라는걸 너무 대놓고 보여준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지직지직
16/05/28 23:52
수정 아이콘
설득력있네요. 링크 감사합니다.
This-Plus
16/05/28 23:21
수정 아이콘
감독 인터뷰에서 대놓고 일광과 외지인 처음부터 같은 편이라고 언급했지요.

첫 등장부터 일본식 좌측 운전 + 훈도시 + 일광이 입었던 져지 등으로 복선도 나름 풍부했구요.
지직지직
16/05/29 00:09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인터뷰 몇개 찾아봤는데 못찼겠네요.. 제가 본 인터뷰에서는 감독이 애매하게 답해서 더 혼란스러워 졌습니다.
단서만 보면 같은 편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모지후
16/05/29 00:41
수정 아이콘
댓글에서 이미 언급되었지만 감독과의 대화에서 외지인과 일광의 관계를 감독 본인이 말했죠.
저는 일광의 훈도시에서 어? 했는데, 마지막에 카메라 보고 '아, 같은 편이구나!'를 한참 후에야 알았지만요;;
여담으로 '일광이 존나 세련된 나쁜 놈'이라는 표현은 정말 적절한 것 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462 [일반] YG 새 걸그룹, 테디 프로듀싱…이번주부터 멤버 1명씩 공개 [74] 삭제됨9117 16/05/30 9117 0
65460 [일반] 미세먼지 문제에서 정부와 서울시는 왜 애먼 경유차를 탓하는가? [77] 황금올리브치킨15407 16/05/30 15407 23
65459 [일반]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한 곳인가보다 [96] Igor.G.Ne13245 16/05/30 13245 89
65458 [일반] 갑자기 인생이 너무 힘드네요.. [51] 카스트로폴리스8877 16/05/30 8877 14
65457 [일반] 종교 [61] 삭제됨6002 16/05/30 6002 0
65456 [일반] [미술] 미술 아주쪼금 이해하기 [48] Basquiat6550 16/05/30 6550 17
65455 [일반] 레드제플린 감성의 네덜란드 밴드.swf [5] 덕팔4246 16/05/30 4246 0
65454 [일반] 1박2일 시즌3 초심자를 위한 추천에피소드 모음 [33] 앙토니 마샬17684 16/05/30 17684 20
65453 [일반] [야구] 2016 프로야구 9주차 감상 [48] 이홍기7359 16/05/29 7359 2
65451 [일반] 포텐이 극에 오른 예능. 1박 2일 [85] Leeka13191 16/05/29 13191 15
65450 [일반] 뜬금없는 타이밍의 남돌 활동 겉핥기 - 아이콘 [45] pioren6335 16/05/29 6335 3
65449 [일반] 미국 작은 마을로 교환학생 갔다온 이야기 [14] 루꾸6208 16/05/29 6208 4
65448 [일반] [해축] 올시즌 자신만의 유럽축구 베스트11을 뽑아봅시다. [82] D.레오6575 16/05/29 6575 1
65447 [일반] [해축]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났습니다 + 유로 2016 예상(결과 스포) [66] 프리템포8132 16/05/29 8132 2
65446 [일반] <삼국지> 기록이 없으면 공적도 없다? [23] 靑龍6869 16/05/29 6869 1
65445 [일반] [스포없음] <엑스맨: 아포칼립스>, 감독판이 나오려나? [39] 화이트데이7611 16/05/29 7611 2
65444 [일반] 지인 영업을 한다는 것 [18] 오빠나추워11310 16/05/29 11310 10
65443 [일반] 미술품은 돈지랄이고 허영의 과시다? [74] 장난꾸러기9543 16/05/29 9543 7
65440 [일반] 참 스승의 살신성인 [21] 콜록콜록7221 16/05/28 7221 52
65439 [일반] 무한도전까지 노래 부를 필요가 있을까 [109] 츠네모리 아카네12802 16/05/28 12802 27
65438 [일반] (스포주의) 뒷북 곡성 감상기. 진지 없는 글 [7] 지직지직5023 16/05/28 5023 1
65437 [일반] [X-MEN] (루머) 울버린 세대교체설과 여자 울버린 X-23 소개 [22] 빵pro점쟁이8686 16/05/28 8686 0
65436 [일반] 반기문의 무능을 실토한 외신들 [44] 달과별24765 16/05/28 24765 3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