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단골손님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미남이었다. 어쩌면 최고의 미남일 지도 모른다. 나머지 두 명의 단골 미남과 마찬가지로 훤칠한 키에, 이름을 들어 본 직장에서 알 만한 종류의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마 이름을 들어 본 대학을 졸업했을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한 법이다. 그는 취미로 스포츠를 즐기며(그렇기에 체격도 상당히 좋다),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문화생활을 즐긴다(그렇기에 그의 이야기는 대체로 재미있다). 대놓고 무엇인가를 자랑하는 법은 없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삶과 세상에 대한 자존심이 드러난다. 심지어 그는, 젊다. 이제 서른이랬나.
물론 나는 그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의외로 그는 기괴한 성벽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시체성애자라거나. 혹은 옷으로 가려진 신체의 어떤 일부가 엄청나게 작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바 안에서 그는 거의 엄마 친구 아들의 현신이다. 굳이, 정말 굳이 단점을 찾자면 그의 취미 중 하나가 바이크를 모는 것이고(이는 일반적으로 건전해 보이지 않으며, 기대 수명을 극적으로 짧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여기저기의 바에서 자주 혼자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여러 단골 바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사회는 흔히 알코올중독자라고 매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고려한다 해도 그는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고, 내기를 해도 된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보다도 괜찮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 그가 조금 늦은 시간에 왔다. 언제나처럼 최근에 본 공연 이야기, 운동 이야기, 삶 이야기를 하다가 그는 갑자기 심각해졌다. 부동산 투자를 해 볼까 고민 중이에요. 그런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네요.
오, 심지어 그는 나이 서른에 부동산 투자를 고려해 볼 정도의 자산까지 모은 상태다(정확히는 조금의 종자돈을 모은 정도다. 그는 당연히 레버리지를 고려하는 종류의 사람이다). 이 정도라면 모친 친구의 아드님들 중에서도 최상급이다. 바이크에 모든 여유자금을 쏟아 붓고, 남는 돈으로 매일 위스키 파티를 벌인다고 해도, 그리고 심지어 시체에 성욕을 느낀다 해도 실제로 시체와 하지 않는 한은 아무도 그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적당히 좋은 성능에 가격이 착한 중고 바이크를 여기저기 수리하고 개조해서 타고 다니며, 언제나 계획적인 범위 안에서 음주를 하고, 시체성애자인 것 같지도 않다. 아무튼, 하려는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늙으면 말이 헛나오고는 하는 것이다.
그는 몇 가지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다가 망하면 어쩌려나, 하는 이야기에서 그런데 내가 이런 일을 해도 될까 하는 고민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의 정치 성향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젊은 시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정치 성향은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성향이 무슨 상관인가. 나는 그와 정치 운동을 조직할 생각도 없고, 그에게 정당 입당을 권유할 생각도 없다. 그와 나는 좋은 바텐더와 손님 관계면 충분하다.
그는 부동산 투자가 결국은, 누군가의 주거비를 갈취하는 종류의 일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과거의 나라면-그게 얼마나 과거일지는 모르겠지만-아마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지요. 이 돼지같은 지주놈아.’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늙고 그는 젊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나쁜 임대업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임대료로 고통 받다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상대하는 종류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러한 고통의 연쇄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내가 스물아홉 살 정도에 저런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혹은 지금이라도 저 이야기가 젊은 시절 세상을 바꾸자고 떠들던 친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였더라면, 나는 개소리를 집어치우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스물 몇 살이 아니고 그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정말 착한 사람이었다. 하여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본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 앞으로도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선 집을 사고 걱정하시죠. 내 친구 중 하나는 수익형 부동산이 어쩌고 하며 집을 샀다가 거기서 평생 빚을 갚으며 살아가게 되었다니까. 이런 일이 손님한테는 안 일어날 거 같아요? 하는 농담을 건넸다. 그는 그 날의 마지막 손님이었고 우리는 편하게 떠들다 헤어졌다.
좋은 사람이 되어 착한 말을 하는 것을 가장 먼저 두고 고민하기에는 조금 늙고 지친 기분이다. 좋은 바텐더, 좋은 월급 지급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마당에 무슨 좋은 사람인가. 하지만 젊은 그대도 나처럼 늙어가겠지. 이 풍진 세상 그저 곱게 늙으며 오래오래 살아내도록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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