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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17 10:07
한족의 범위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주나라로 잡아도 춘추전국을 거치며 황하에서 장강으로 넓어지고 한나라로 잡아도 오호십육국을 거치며 남만과 북으로 넓어지는데, 이것은 계속 지칭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한족의 정체성 중심은 혈통이라기 보단 문화이고 이런 일은 고대로부터 시작하여 중국이 전란을 거치면 거칠수록 어느나라가 패하든 승하든 중원을 차지하려 다투면 다툴수록 나라가 거대해진 이유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금의 만주족은 춘추전국의 오월과 진이 그런 것처럼 한족에 융해/동화되어 독립적 정체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다족 연합이라는 중화민족이란 개념은 청의 유산과 근대식 민족주의를 소화하는 임시적 개념이긴 해도, 한족의 문화중심성이나 문화적 한화를 통한 민족범위의 확장은 고래로부터의 동력이지 근대에서의 돌발적인 전략은 아니란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게 중국과 너무 밀접하게 있으면 안되는 이유기도 하겠지요.
16/02/17 13:04
민족이라는 개념 자체도 사실 근대의 발명품이고 규정하는 원칙도 혈통의 개념이 아니라 문화의 개념에 가깝죠. 이 의견에 가장 공감이 가네요. 특정 인종을 말살 하려는 시도는 인류 역사를 살펴봤을 때 거의 실패한 반면 민족은 너무나도 쉽게 말살이 되어왔고 우리도 일제시대때 경험할 뻔 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전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죠.
16/02/17 16:51
현재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고대부터 내려왔다는 [중화민족]이라는 이념과는 달리 19세기까지만 해도 만주인, 티베트인, 한족, 그 외 기타 민족들은 본인들이 [대청제국]이라는 다민족국가의 신민이라는 생각을 했지 같은 [민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은 다분히 근대적인 발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16/02/17 10:12
굳이 비하적인 부제를 달자면, <억지의 역사> 쯤이 되겠군요. (aurelius님의 글이 억지라는 말이 아니고요, 중화민족론이 억지라는 의미에서..) 솔직히 장빙린이 위에서 말한 부분을 보면 결국 청나라 초기부터 한인들이 내세우던 화이론의 리바이벌 버전하고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마저도 사실 옹정제가 <대의각미록> 따위에 공을 들여가며 긴 키배(?)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둔 역사도 있는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그걸 또 부정하는 건 저한테는 억지 이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솔직히 만주족 놈들이 그동안 우리 짓눌러서 짜증났음. 이젠 쟤네 힘 빠졌으니 한족 국가로 독립하자"고 하는게 솔직하게 여겨집니다. 근데 이걸 또 화이론을 들고나와서 "우리가 이젠 다른 민족들을 지배해도 됨"의 논리로 연장하는건 그야말로 내로남불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만주족이 무력으로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건 오랑캐놈들이 하는 거고, 너희들이 다른 민족들을 짓누르는 건 중화의 덕이냐?는 거죠.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해보니 쑨원 및 중국국민당 일파도 화이론적 특권의식에 절은 한인 계층의 엘리트 정도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네요. 이후 중국 국민당이 저지른 병크들도(중국 본토에서나, 이후 대만으로 옮겨간 후의 일이나) 모두 이런 맥락으로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16/02/17 10:15
늑대거미님 반갑습니다.
사실 중화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완전 어거지이기 짝이 없죠. 학부 전공강의때 들었던 것들이 생각나네요. 겉핥기긴 하지만. 손문은 그냥 한족 이외는 빼 버릴 생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영토가 확 줄고, 나머지 사람들(장병린 같은..)이 반대가 심했으니... 좀 머리가 아프군요. 그놈의 중화가 뭔지.
16/02/17 10:25
겨우 400년 지속된 2000년전 나라주제에 지금까지도 그 큰 대륙인들을 가슴뛰게 만드는 존재로 남아있으니 참 신기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라는 것이 참 어려운 개념이라고 늘 생각합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를 우리나라의 역사라고 하지만 당대 고구려인 / 백제인 / 신라인 들에게는 그저 우리가 지금 일본 중국 바라보듯이 그저 딴 나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을텐데...
16/02/17 10:49
근데 웃기는 건, 한나라 당시에는 또 그 이전의 주나라를 그렇게 물고 빨고하면서 주나라 시절의 태평성대 운운을 밥먹듯이 했다는 점이죠; 단일 국가로서 이전의 주, 진에 비해 비교적 긴 기간을 통치한 것이 (사실상 후한은 다른 나라라고 보면, 오리지널 한나라 자체는 기껏해야 200년이지만) 중국 대륙 일대의 여러 민족(부족)들에게 단일 통치권/문화권에 소속된 집단이라는 기억을 최초로 각인시키면서 한족이라는 민족개념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아마 삼국시대 선조들은 우리가 북한에 느끼는 감정 (뭐, 언젠가는 통일이 되긴 해야겠지, 하지만 지금 쟤들은 그냥 딴 동네 애들이잖아?) 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16/02/17 10:48
보통은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명분으로 민족주의를 많이 끌고 와서 해방 이후 민족끼리 피터지는 내전상황을 겪게되는게 일반적인 테크트리인데 중국은 그냥 대충 하나의 민족으로 묶어버린 거네요. (느낌적인 느낌으로 우리는 모두 한 민족이다!) 한족이 너무 많았던 탓도 있고 다른 민족들이 너무 약했던 탓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이념이 중국의 발전을 오히려 가로막는다는데는 동의합니다. 하드웨어는 이전 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에 꿀리지 않을 정도의 국력을 갖췄지만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피지배 국가의 민족주의 사상을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16/02/17 15:46
좀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중국인들은 이 중화민족론을 철저히 받아들여서 한국이나 일본에 관광 와서도 중국어로
길 물어보고 질문하고 마땅히 상대방이 알아듣고 중국어로 대답해줘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가요? 민족성을 살짝만 건들어주면 불같은 불매운동을 한다는건 알고 있지만요.
16/02/18 08:52
일단 중년까지는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제1외국어로 배웠습니다. 때문에 교육을 좀 받은 사람들도 영어를 못하죠. 한국어는 당연히 못하고요.
16/02/18 14:25
만주족, 티베트족, 좡족, 토가족, 장족, 묘족, 위구르족, 회족, 이족, 내몽골족등 인구가 500만 이상인 민족들은 독립했으면 좋겠네요.
16/02/18 15:10
중화주의야 누가 봐도 모순투성이의 이념이지만, 이걸 쉽게 버릴수도 없는게 현 중국의 딜레마겠죠. 소수민족이라고 독립시켜주는건 당연히 중국에서 생각할 선택지가 아니고, 이들이 떨어져나가지 않게 묶어둘 다른 이념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중국 입장에서 보자면 오스만 제국이라던지 다른 다민족 제국들이 우수수 해체될 때 옛 청의 영토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성과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긍정적인지는 논외입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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