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1/16 18:16:18
Name 리듬파워근성
Subject [일반] 멍청이는 돈을 어떻게 쓰는가





얼마 전에 아주 작고 이쁜 카메라 가방이 6만원 정도에 올라왔습니다.
보통 1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인데 이 모델 이 색상만 이상하게 저렴하더라구요.
그래서 샀습니다. 저는 절대 구매하기 버튼 앞에서 주저함이 없지요.


저에게 도착한 카메라 가방은 예상대로 훌륭했고 이뻤고 작아서 제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반품을 해버리기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죠.
저희 부모님께서는 절대로 저를 반품하는 놈으로 키우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이 가방에 들어갈 작은 카메라를 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줌도 없는 단렌즈더라구요. 아, 저도 압니다. 당연히 사진은 단렌즈죠.

카메라 회사는 교활하게도
같은 기종을 렌즈의 화각 별로 나누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이 못된 회사의 정책을 비난하기 위해

저는 다른 렌즈가 끼워진 똑같은 카메라를 하나 더 사게 됩니다.








카메라들은 아주 작고 이뻤기 때문에
이 작고 이쁜 가방에 2대가 모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로 사진을 몇 번 찍어보니
화질 하나는 정말 기가막히게 좋은데
기계적 성능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또다시 내면적 기로에 섰고
석양을 등진 채 수레를 달그락거리는 기분으로

카메라를 하나 더 샀습니다.




화질은 위의 것들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엄청나게 빠르고 정확하며 작은, 기계적 성능 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는 카메라였죠.

됐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저는 평생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아.........

가방이 마음에 안드네??






그래서 저는 방금
카메라를 수납하기에 아주 불리하고 이쁘고 불편하고 이쁘고 무겁고 이쁜
가방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이 가방이 저에게 도착하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멍청이가 망하는 데에는 사기꾼이 필요 없습니다.




자기 자신만 있으면 되니까요.



언젠가부터 저는 소유하고자 하는 물건이 아닌
그 물건을 소유하기 전 검색해보는 즐거움에 돈을 지불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조만간 중고나라에서 만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1/16 18:19
수정 아이콘
저런 물건을 지르는데 거침이 없다는 것에서 어느정도의 소득수준이 드러나는게 아닐까...

...ㅠㅠ 가난한 사람은 저런거 못한다구요 ㅠㅠ

아...난 차를 샀지 참
리듬파워근성
16/01/16 18:20
수정 아이콘
저거 다 합쳐도 그 자동차 한달 할부금도 안될 겁니다 ㅠㅠ
아, 생각해보니 되겠네요 죄송;;;
CoMbI COLa
16/01/16 18:25
수정 아이콘
저는 제가 음악(스피커)이나 사진(카메라, 렌즈)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고작 스마트폰 필름이랑 케이스 같은 악세사리에 10만원씩 바른다는게 문제지만요.
王天君
16/01/16 18:2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겨울만 되면 저도 지름신이 강림하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근데 좀 심하긴 하네요
jjohny=쿠마
16/01/16 18:27
수정 아이콘
다행히 망할 돈조차 없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레기아크
16/01/16 18:32
수정 아이콘
지름신에는 결혼 출산 육아 삼연타가 아주 잘 듣습니다.
마스터충달
16/01/16 18:33
수정 아이콘
음 역시 돈이 없어야 돼. 난 망할일이 없어 크크
F.Nietzsche
16/01/16 18:40
수정 아이콘
dp시리즈를 모으시다니 역시 포비온덕후구나 하다가
lx100에서 진정 스냅을 아는분이구나 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50만원 중고사기 후 새제품으로 lx100 들였습니다 흐흐
리듬파워근성
16/01/16 19:13
수정 아이콘
lx100은 정말 최고죠.
dp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팔자니 너무 아쉽습니다.
F.Nietzsche
16/01/16 20:01
수정 아이콘
스냅에 단렌즈는 답이 안나오는지라...ㅠ.ㅠ
포비온에서 표준줌 미러리스 같은거 하나 나오면 두말 않고 지르러 갑니다 크크
펠릭스
16/01/16 18:44
수정 아이콘
그래서 가정을 지닌 남자는 게임을 해야 합니다.
王天君
16/01/16 19:08
수정 아이콘
다 짤렸어요
리듬파워근성
16/01/16 19:12
수정 아이콘
아이고 이런... 다시 손봐야겠네요
동네형
16/01/16 19:11
수정 아이콘
이래서 결혼을 하면 안됩니다
-안군-
16/01/16 19:17
수정 아이콘
사스가 남자의 3대 악취미... 사진, 음향, 자동차...
16/01/16 19:22
수정 아이콘
아 이게 뭐라고
실성한것처럼 웃었네요

크크크크크크크크
스키너
16/01/16 19:28
수정 아이콘
저는 반품도 하지 않지만 중고 판매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남자다운거 아닌가요? ^^
리듬파워근성
16/01/16 19:32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남자라면 한번 산 것은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죠!
좋아! 그래! 그거야! 더 큰 장롱을 사는 거야!!
파르티타
16/01/16 19:37
수정 아이콘
큰 장롱이 들어갈 집도 사셔야죠
16/01/16 20:20
수정 아이콘
그 집을 지을 땅도 사셔야겠네요!
리듬파워근성
16/01/16 20:28
수정 아이콘
2062년 봄.
할아버지! 이 쓸모없는 땅은 왜 사신 거예요? 돈도 없으셨으면서...
어느 날 카메라 가방이 6만원에 올라왔지 뭐니...
Sydney_Coleman
16/01/16 21:46
수정 아이콘
세상에 크크크크
자연스러운
16/01/17 02:23
수정 아이콘
한 나라를 지배하시고, 지구정복 갑시다!
16/01/16 19:53
수정 아이콘
두번째 가방 너무 이쁘네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잼나게 글 읽었습니다. 오눌도 배우고 갑니다 크크크크
오마이러블리걸즈
16/01/16 19:55
수정 아이콘
쇼핑의 정석입니다! 크크크
16/01/16 21:2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가방 이쁘네요 잘 사셨습니다!!
16/01/16 21:22
수정 아이콘
포베온!!! 언젠가 사진도 한번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lx100 도 있지만 후지x시리즈가 너무 좋아요 추천드립니다. xt1과 신형 35/2의 조합은 스냅에 더 없이 좋더라구요. 마지막 가방이 이쁜데 좌표부탁드립니다 크크
리듬파워근성
16/01/16 22:45
수정 아이콘
캠브리지 사첼이라고 하는 브랜드의 13인치 사첼백입니다. 나름 준수한 가죽에 금장 악세사리로 한껏 멋을 살렸죠?
https://www.cambridgesatchel.com/en-us/sale-for-him/the-13-inch-batchel-with-magnetic-closure/BAT131047MBB10101.html?cgid=sale-for-him#start=22
지금 세일중이라구요(소곤)
16/01/16 21:35
수정 아이콘
어떤 멍청이가 쓴 글이 있다고해서 와봤습니다.
어제 밤 lx100을 검색해보는 즐거움에 밤을 지샜지만 보람을 느끼네요.
오늘 밤은 dp시리즈만 검색하면 되니까 시간을 아낄 수 있네요 크크크
절약한 시간으로는 혹시 있을지 모를 주말쿠폰을 검색해야 겠습니다.
1000원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몇 시간을 투자해서하도 최적의 구매루트를 발견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터넷 쇼핑 초보 시절에는 물품 주문 후 배송해올 때 까지의 시간이 가장 행복했고
중수 시절에는 리듬파워근성님처럼 물건의 사용기를 검색해보는 즐거움이 가장 컸고
지금(중수와 고수 사이)은 최저가의 루트를 찾아 나서는 행위 자체에 가장 큰 쾌감을 느끼네요.
특히 오늘같이 주말한정 쿠폰이 있는 날, 쿠폰적용하면 넘나 저렴해지는 카메라앞에서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신에게는 아직 뜯지않은 박스가 6개나 베란다에 있디만 인터넷쇼핑 초보기 아니기 때문에 별로 설레지 않네요. 발렌타인데이 때까지 최대한 12척, 아니 12개를 모아서 스스로에게 선물하면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2월 15일, 중고나라에서 만나요.~
몽롱한새벽
16/01/16 21:4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크 유쾌하십니다
Sydney_Coleman
16/01/16 21:59
수정 아이콘
리듬파워근성집중력 어느 것 하나 넘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글이네요 크크크크
캬옹쉬바나
16/01/16 22:29
수정 아이콘
진정한 덕후라면 잘샀던 잘못샀던 수집이죠 크크
16/01/16 22:33
수정 아이콘
최근 피지알에서본 제일 재밌는 글이네요
잉여레벨만렙
16/01/16 22:3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크 엄청 웃기네요
16/01/16 22:52
수정 아이콘
아니 이건 인간적으로 유게에 가야할 글 아닙니까 크크크크크크
babyface
16/01/16 23:27
수정 아이콘
"그 물건을 소유하기 전 검색해보는 즐거움에 돈을 지불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동감이예요 크크크
11번가에서 매달 의무적으로 그리고 비논리적인 이유를 대면서 일정 금액 이상 쇼핑을 해왔는데
1월 여행때문에 인터넷면세점에서 상품 하나 고르면 그것의 다른 색깔별로 하나씩 다 주문하고 있더랬죠
여행비용만큼 면세점 쇼핑비용이 나왔고 두어달 후 여행계획있는데 오늘도 면세점사이트만 들락날락 하고 있네요 크크크
16/01/16 23:34
수정 아이콘
진짜 깔끔하게 웃기시네요.
어쩌면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쓸 수 있나요.
스크랩입니다.
16/01/16 23:51
수정 아이콘
"언젠가부터 저는 소유하고자 하는 물건이 아닌 그 물건을 소유하기 전 검색해보는 즐거움에 돈을 지불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 제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 마실때 요즘 하는 이야기입니다.
Outstanding
16/01/17 00:21
수정 아이콘
어떻게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쓰시는지 크크
무무반자르반
16/01/17 01:58
수정 아이콘
가방들이 .....

제 취향이 정말 아니네요 크크

DP2Q와 LX100을 사신거보니 카잘알이시군요 크크

저는 이번에 나올 X70이 참 탐나네영
16/01/17 02:27
수정 아이콘
날 사라 인간..
수면왕 김수면
16/01/17 04:04
수정 아이콘
그렇게 기타 이펙터에 차 한대 값을 들어붓고는, 이펙터의 원리에 대해 불현듯 깨달음을 얻어 부티크 페달 제작에 나서다 보니 어느새 러시아에서 이스라엘을 거쳐 두 달 만에 배송되는 러시아제 저항을 이베이에서 검색하고 있는 사람이 있죠. 암. 그래도 사는 것 보다는 저렴합니다만....
로랑보두앵
16/01/17 08:04
수정 아이콘
깔끔하네요.

도착한 카메라 가방이 작은순간부터 추천 클릭 하고시작.

좋은 글 감사합니다 크크크크크
추신수
16/01/17 12:12
수정 아이콘
추천 드릴 수 밖에 없네요 크크
티타늄
16/01/17 19:47
수정 아이콘
리듬파워근성님 글은 추천부터 드리고봅니다 크크
사이버포뮬러
16/01/18 07:51
수정 아이콘
아침 출근길에 전철에서 크큭거리며 읽었습니다. 카메라도 가방도 다 예쁘네요. 두번째 가방은 정말 예쁩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들어가기에 적당할지는..
16/01/18 09:42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저와 같은 단렌즈 유저시네요!
RICOH GR 을 사용중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138 [일반] 멍청이는 돈을 어떻게 쓰는가 [47] 리듬파워근성20301 16/01/16 20301 66
63137 [일반] 쯔위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닌게 [55] 다시해줘10226 16/01/16 10226 1
63136 [일반] (내용추가) 부모가 초등학생 아들 시신 훼손 및 냉동 상태로 보관 [26] CoMbI COLa8308 16/01/16 8308 0
63135 [일반] [응팔]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예언글들 [16] 고기반찬주세요10984 16/01/16 10984 0
63134 [일반] [응답하라 1988] 갑자기 생겨난 미스테리. 선우의 성씨는? [33] 거룩한황제9769 16/01/16 9769 1
63133 [일반] 2015년 영화 총결산 '영화契' 시상식 (스압) [7] 리니시아4500 16/01/16 4500 1
63132 [일반] 버니 샌더스 "아이오와여! 다시 한번 역사를 만듭시다" [53] 삭제됨8471 16/01/16 8471 4
63131 [일반] 세월호 관련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것 같습니다 고의침몰? [243] 삭제됨22523 16/01/16 22523 11
63130 [일반] 무한도전 <예능총회> - 이경규, 김영철 [122] 王天君16827 16/01/16 16827 1
63129 [일반] 응답하라 1988 19화 가상 나레이션(최택 시점) [17] 이순신정네거리5884 16/01/16 5884 0
63128 [일반] 1 [73] 삭제됨10526 16/01/16 10526 0
63127 [일반] [잡설] 인류 정신의 진보에 대한 회의 [111] ohmylove6672 16/01/16 6672 2
63126 [일반] 신영복 선생님 별세... [26] 서흔(書痕)5576 16/01/15 5576 0
63125 [일반] [짤평]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압도적 촬영, 명료한 이야기 [63] 마스터충달7081 16/01/15 7081 4
63124 [일반]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와 "하나의 중국" [220] KOZE17711 16/01/15 17711 2
63123 [일반] [야구] SK와이번스 유명선수 성폭행설 (정식기사 추가) [38] 이홍기18477 16/01/15 18477 0
63122 [일반] [오피셜] 석현준 FC 포르투 이적 [24] d5kzu6081 16/01/15 6081 1
63121 [일반] 월간 윤종신과 정용화x선우정아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2] 효연덕후세우실3262 16/01/15 3262 0
63120 [일반] 연말정산 시즌이 되었습니다. 서로 질문,답변 정보공유 해봅시다. [80] 파란무테11447 16/01/15 11447 4
63119 [일반] 카라 공식 해체 선언 [54] 효연덕후세우실10252 16/01/15 10252 0
63118 [일반] 2016년 이경규는 패널로 성공할 수 있을까? [36] 에버그린10535 16/01/15 10535 2
63117 [일반] X데리아 클라스 [24] 10411 16/01/15 10411 0
63116 [일반] 이 정도면 조경태는 출당 시키거나 공천에서 배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78] 김익호8852 16/01/15 8852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