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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8121120101&code=950313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의 영문판이 나왔습니다. 막상 뉴스를 접하고 나니 지난 1년 7개월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김대중 정부 때 제주4.3특별법이 통과되고 진상조사 작업이 진행되었고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이 되었었지요. 보고서가 발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간 외국어로 번역이 되지 않았던 관계로 외국의 학자들이 제주4.3을 연구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여러 뜻있는 분들의 지적도 있었지요. 그래서 작년에 제주4.3평화재단에서 진상조사보고서의 영어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고 제가 번역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여했었습니다.
그 동안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한 번역자가 중간에 그만 두는 바람에 제가 그 사람 몫까지 맡아서 번역을 해야 했고 1차 번역중간보고에서는 평생 4.3을 연구해온 평화재단의 여러 이사님들에게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 특히 제주에 있는 원어 민들이 많이 도와줘서 그런대로 감수가 잘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진상조사보고서의 영문판 번역은 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저의 친할아버지가 바로 4.3사건의 희생자이고 제가 유족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4.3사건 당시 난리를 피해서 한라산으로 입산했었는데 나중에 무장대 활동에 동조했다는 죄명으로 재판을 받고 대전 형무소에서 재소자 생활을 하시다가 6.25가 발발하자 대전 골령골에서 집단 처형의 희생자가 되셨지요. 그래서 저는 물론이고 저희 아버지조차도 할아버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저희 할머니가 4남매를 홀로 키우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지요. 어렸을 때는 집안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금기 아닌 금기였습니다.
이제 진상조사보고서가 영문으로 나와서 외국인들이나 외국의 학자들도 제주4.3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제가 또 거기에 미력이나마 참여를 했으니 지하에 계신 할아버지가 비록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한 번 안아 보지도 못한 손자였지만 조금은 뿌듯해 하실 거라 믿습니다.
아무튼 이 진상조사보고서 영문판이 계기가 되어서 해외에 제주4.3을 알리고 해외에서의 제주4.3연구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된다면 개인적으로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