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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11 23:11:02
Name Dornfe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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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스포/계층] 영화 '설국열차'와 웹툰 '신의 탑' : 더 넓은 세상


스포라고 제목에 적었으니 당연히 주로 영화 '설국열차'를 봤던 분들이 이 글을 클릭하시리라 생각하고 영화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서두는 생략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윌포드를  둔 문을 열라는 커티스의 요구에 대해 냄쿵민수(남궁민수)의 대답. "내가 열고자 하는 문은 (윌포드의 엔진으로 향하는) 이 문이 아니라 바로 (열차의 밖으로 나가는) 저 문이다." 이 장면에서 저는 바로 웹툰 '신의 탑' 가운데 우렉 마지노의 대사가 생각 났습니다.

"나는 탑 밖으로 나갈거다. 탑 밖에는 거대한 세상이 존재한다. 끝 없는 하늘이 펼쳐져 있고 수 많은 별들이 어둠을 밝히지. 탑 보다 수천 수억배는 거대하고 자유로운 곳. 그런 곳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너희들이 원하는 것들이 너무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영화 속에 등장하였던 사람들과 웹툰 '신의 탑' 속에 등장하였던 인물들은 어쩌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의 인물들, 특히 그 중 커티스는 열차의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이상할 정도로 집착합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누구도 열차 이외에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들의 관심사는 둘 중 하나입니다. 열차 속에서 정해진 위치에 안주하거나, 혹은 열차 앞으로 나아가 더 나은 삶을 찾거나. 그런데 그 와중에 단 한 사람, 남궁민수만이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바로 열차 밖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

웹툰 '신의 탑'에 등장하는 인문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오로지 위로 올라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웹툰 속 가장 주요한 인물 중 하나인 비올레가 속해 있는(타의에 의해서지만) FUG 또한 더 위로 올라가 탑의 왕권을 빼앗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웹툰에서 단 한 명의 등장 인물. 우렉 마지노는 탑의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탑 밖으로 나가는 것에 관심을 가집니다.

어쩌면 영화 '설국열차' 속의 남궁민수와 웹툰 '신의 탑' 속의 우렉 마지노가 이 영화와 웹툰의 주제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간들은 좁은 세상을 전체라 생각하고 그 안에서 지지고 볶지만 진짜 세상은 그 밖의 있다는 것. 커티스는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열차의 최전칸에 도착하였지만, 거기서 발견한 것은 어린 아이를 부품으로 사용하는 잔혹한 현실이었으며,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절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희생해서 미래의 세대를 열차 밖으로 내보내는 것 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웹툰 '신의 탑' 또한 이와 비슷하게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르겠습니다(아직 결말은 한참 남은 것 같은 웹툰이지만). 주인공이 탑의 꼭대기에 이를지라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좌절을 겪게 될지도. 그리고 마지막은 그 탑의 구조를 뒤엎고 그 탑의 구성원들을 탑 밖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하는 것 밖에 없을지도..

영화 속 마지막 장면, 차가운 세상에서 오로지 요나와 티미라는 어린 아이들만 살아남은 현실은 영화 관객들에게 절망을 느끼게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열차 속에만 갇혀 있지 않은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뜻하는 의미 있는 결말일 수도 있습니다. 열차 속에만 갇혀서 의미 없게 살아가는 인류와 비록 척박한 현실이지만 열차 밖으로 나아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인류 중 어느 쪽이 더 의미 있는가에 대한 감독의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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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3/08/11 23:12
수정 아이콘
신의 탑 주인공은 딱히 탑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지요. 탑의 부조리에 대한 얘기 같은 것도 아직까지는 언급된 바가 별로 없었기도 하고 말이죠.
Dornfelder
13/08/11 23:15
수정 아이콘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탑을 바꾸고 싶어하는 자왕난의 영향을 받아서 바꾸고자 하는 결심을 할지도.. 어쨋든 현재 신의 탑 주인공은 비올레+자왕난이니까요.
절름발이이리
13/08/11 23:16
수정 아이콘
물론 그렇게 시나리오 전개를 할 수도 있긴 한데.. 현재까진 그렇단거죠.
Dornfelder
13/08/11 23:42
수정 아이콘
지금도 변화의 기미는 보이고 있습니다. 자왕난과 호량의 영향도 있고, 비올레 혼자는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친구들을 지킨다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을 비올레 자신도 느끼고 있죠. 서서히 탑을 오르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3/08/12 00:23
수정 아이콘
그런 전개를 할 때, 탑의 부조리 얘기를 좀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네요.
Smirnoff
13/08/12 07:19
수정 아이콘
사실 마지노가 나온 저 에피소드가 탑의 부조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네요.
Smirnoff
13/08/11 23:39
수정 아이콘
사실 2부의 왕난이가 밤과 함께 하면서 동시에 대립하는 존재로서 탑을 변화시키기를 바라는 인물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작가가 더 먼 곳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밤의 폭발적인 인기를 반영한 건지 아직은 존재감이 덜해서 아쉽습니다.
모리아스
13/08/11 23:15
수정 아이콘
신의 탑 주인공은 딱히 탑에 올라가고 싶지도, 바꾸고 싶지도 않을 텐데요

그저 자기 여자친구 혹은 원수 랑 만나면 그것으로 족할 인물이죠
치토스
13/08/11 23:36
수정 아이콘
1부에서 단지 라헬을 쫓을때는 님의 말씀대로 입니다만.
라헬에게 당한후 2부에서 부터는 밤이 뭔가 탑에 오르려는 동기부여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죠.
밤이 여태까지 자기 의지로 자기를 위해서 탑을 올라가려거나 무언가 탑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생각은 안하고 있지만
스토리 흐름상 글쓴이님의 말대로 밤 자신이 탑에 오르려는 마인드 자체가 바뀌어 가고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13/08/11 23:17
수정 아이콘
신의 탑은 액션만화를 표방하는데 그림에서 움직인다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들어요.
그게 안 되면 그냥 무한의 주인에서처럼 장면장면을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느낌으로 그리던가.. 그러면 동적인 느낌 안나도 아무도 안 까는데
신의 탑 전투씬은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 그려놓고 전투씬이라고 우기는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합니다.
요즘은 좀 나아졌나요?
13/08/11 23:19
수정 아이콘
똑같습니다.
그런의미에서 갓오브하이스쿨?이 전투씬은 참 잘그리는데
그놈의 내용이 우주최강막장 크크
13/08/12 00:45
수정 아이콘
갓오하도 전작과 비교하면 태업하는 느낌이 너무나죠. 요즘꺼 보면 신의탑이랑 비교해도 될 지경
절름발이이리
13/08/11 23:20
수정 아이콘
그냥 작가가 그림을 잘 못 그리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무한의 주인은... 그냥 미치도록 잘 그리는 경우구요.
Smirnoff
13/08/11 23:41
수정 아이콘
그림 역량 자체가 그리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똘이아버지
13/08/11 23:52
수정 아이콘
10-15년 전만해도 어린이 둘이 밖에 나오면, 잘 살겠거니 했을텐데,
요즘은 참 다들 암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시대상인가 싶고요.
옛날 영화는 해피엔딩~ 이라서 다들 긍정적으로 봤을까요. 흐흐
13/08/11 23:57
수정 아이콘
10년전 어린애 둘만 남은 애니메이션이라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13/08/12 00:13
수정 아이콘
노아의 방주였던 열차가 터졌지만 그 유산을 사용할수 있겠지요.
절름발이이리
13/08/12 00:24
수정 아이콘
그 때는 세기말이라 지금보다 더 안 좋은 해석이 난무했을 것 같군요.
똘이아버지
13/08/12 00:32
수정 아이콘
세기말 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70년대 80년대에 있었던 것 같네요. 우리나라는 세기말 분위기를 겪기에는 IMF가 너무 커서..
절름발이이리
13/08/12 00:35
수정 아이콘
7~80년대는 독재 투쟁하느라 바빴는데 세기말 분위기가 있었을리가.. 각종 사이비종교가 난무하고, 미스터리 드라마나 소설이 대인기를 끈 것이 90년대 중후반이었습니다.
똘이아버지
13/08/12 00:41
수정 아이콘
오대양사건이나 영생교 전성기는 80년대였죠.
절름발이이리
13/08/12 00:43
수정 아이콘
아가동산 지존파 옴진리교(일본이지만) 뭐 이런거죠. 그 외에도 건물 무너지고, IMF 오고.. 개인적으로 90년대가 훨씬 사람들의 정신이 각박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요.
똘이아버지
13/08/12 00:55
수정 아이콘
그래도 과거로 갈 수록 열린 엔딩에 대해서 해피엔딩을 기대했죠.
긍정주의나 낙관주의가 사회 주류였던 것 같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3/08/12 01:08
수정 아이콘
90년대에 긍정주의 낙관주의가 사회 주류였다는게 전 도무지 와 닿지가 않네요..
13/08/12 01:38
수정 아이콘
세기말적 분위기에 편승한 작품이 갱장히 많았던 때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도.
13/08/12 13:13
수정 아이콘
신의 탑 작가가 5부작인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꽤 장편을 바라보고 있으니 자왕난은 좀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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