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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12 00:31:18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과연 마음을 거절하는데 예의는 필요한 것인가...
하루는 간만에 여자 후배 셋을 만났습니다다. 처음 만났을때는 신입생 꼬꼬마였었는데 어느새 20대 후반의 아가씨 아니 미씨 아니 이것도 아니고 여튼 그 중간쯤의 성숙한 여인네들로 성장해있었네요. 어째든 셋은 하나같이 현재 남자친구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날 수가 있었던거죠.

이야기 하다보니 연애이야기가 나왔는데 글쎄 그동안의 연애 이야기들을 서로 이야기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힐링을 해주더군요. 20대 초반에는 더없이 도도하게 연애를 하던 그녀들도 이제 정말 한풀 꺾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도도하겠지만요. 연애에 있어서 적극성이라고는 주변에 소개팅해달라고 조를때 말고는 없었던 그녀들이,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봤자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들'만' 푸쉬해오고, 자신이 원하는 남자들은 본인에게 시큰둥하거나 큰 푸쉬를 해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 이제 그녀들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연애 자세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글쎄 먼저 고백도 해봤다네요.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일인데.

A는 배우던 수영강사에게 번호를 달라고 했다가 자신은 요즘 너무 바빠서 사적으로 누구 만날 상황같은거 아니다라며 거절당했습니다. 속칭 까인거죠. A는 그래도 고객님이라서 좋은 말로 웃으며 죄송하다며 거절당했나봅니다. 그럼에도 멘붕에서 아직 못벗어나고 있더군요. 취한 뒤 '내가 어디가서 까이고 이럴 사람 아닌데..'라는 말만 무한 반복했습니다. 뭐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습니다. B는 모임에서 알게된 세살 연하에게 개인적으로 밥먹자고 제안했다가 바빠서 죄송하단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바빠서 그런가 싶어서 몇번 더 밥먹자고 했다가 그뒤로 차단당한거 같답니다. B는 겉보기에는 가장 멘붕이 심해보였는데 그 뒤로 모임에 안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걱정말고 나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너보단 걔가 앞으로 안나올거라고. C의 경우는 A,B와는 달리 시간이 좀 지난 올초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C는 적당히 썸을 타고 있던 남자가 자신은 맘에 들었는데 상대가 도무 지 고백을 해오지 않더랍니다. 그런 그 남자가 연애경험도 크게 없어보이고 보기에도 흔히 듣던 '초식남'분위기가 물씬 풍겨, 아 이 남자 잘 몰라서 그러는 구나 요즘은 남녀가 구분이 어딨어 내가 고백해야지 라며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고백까지 했답니다. 그리고 소위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한마디로 이성적 매력이 없다 라는 말을 듣고 상황을 낙관한 만큼 몇배는 더 큰 좌절감을 맛보았답니다. 본인의 여자로서의 매력에 대한 자신감까지 제대로 상실했죠. 들여다보니 C가 가장 멘붕이 심하더군요.

20대 초반에 저와 친구들이 겪던 이야기를 보는것 같았습니다. 그땐 정말 별거아닌 거절멘트에도 멘붕하고 그랬죠. 사실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것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요. 어째든 그녀들은 수라의 길에 들어서서 맞았던 거절에 멘붕하며 하나같이 상대 남자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왜 그런식으로 거절하느냐! 였어요.

A는 A 나름대로 번호 그거 뭐가 별거라고 좀 주지, 주고나서 연락했을때 저런 이야기 해도 됐잖아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나름 수영을 계속 다니는 입장에서 사람들도 주변에 몇 있었는데 앞으로 자기 얼굴이 뭐가 되냐 이런거였죠. B의 말은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으면 딱 잘라 이유를 말하고 얘기를 해주면 되지 왜 차단을 하냐는 거였죠. 모욕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C의 입장은 반대로 굳이 이유를 이야기했어야 하냐는 겁니다. 그냥 죄송하다 안맞는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면 이런 좌절감은 안느껴졌을텐데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뭐 다들 위로를 해주면서 니들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들이었을거란 이야기를 덧붙혀주었습니다. 오빠!!!! 라며 원성을 들었지만요. 흐흐 근데 저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 고백을 거절 하는데 예의가 필요한가 싶습니다.




1. 좋게 둘러 이야기를 하면 거절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눈치가 없다기보다는, 마음이 커서 그렇죠. '그냥 정말 여유가 없어서 그런거지 이게 나에대한 거절이 아닐지 몰라.' 어떻게든 확정판결 전까지는 작은 확률이라도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이 나중에 왜 제대로 안끊어줬냐고 하면 더 어이없는 일이죠.

2. 좋게 둘러 이야기를 하면 거절임을 인식해도 밀어붙히는 유형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요즘 공부하느라 너무 바빠서 다음에 먹어요.' 라고 하면 '바빠도 밥은 먹을거잖아. 내가 니네 도서관으로 갈게. 밥만 먹자'라는 식이죠. 개인적으로 주변에 있는데 매우 피곤합니다. 자기는 안되면 말을 하라고 해놓고, 안된다고 말을 하면 먹히질 않아요. 그래놓고 일을 추진하다가 파토나면 왜 미리 거절하지 않았냐라고 하면 정말 어이없죠. 다만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이런 스타일 충분히 좋은 면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대신 이런 분들은 저돌적으로 추진해서 열매를 따는 만큼 반대급부가 생길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봐요. 차단도 각오해야합니다.

3.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면 괜찮을까요? 안될거 같아요라고 하면 대부분 이유를 물어봅니다. 여기서 둘러 이야기하면 다시 1,2번으로 가는겁니다.

4. 단호하게 이야기해서 이유를 답했을때 직접적으로 명시적 이유를 이야기하면 이제 상처받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단순히 홀로 괴로워하는게 아닌 상대에게 위해를 가하는 수준으로 앙심을 품는 경우도 생각보다 꽤 많이 나옵니다. 싸X지 없다 매너 없다 이런 소문도 날수 있고요.

5. 그래서 그냥 씹으면 또 씹는다고 싫어합니다. 예의가 없다는거죠. 어떻게 보면 거절당한 사람의 출구전략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매너없는 사람인줄 알아서 다행이다 라며 신포도 작업하는 근거로도 쓰이죠. 신포도 작업이 정말 좋은 출구전략이거든요.

꼭 이게 끝이 아니고 다른 경우도 많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한사람이 한패턴이 아니란겁니다. 1.2.3.4.5 모두 한사람이 동시에 가능합니다. 애매하게 거절하면 제대로 말을 안해준다고 불만을 갖다가, 단호하게 하면 말을 그렇게 하냐며 불만을 갖고 그러다 씹으면 씹는다고 뭐라 한다는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절당하는 상대보다 거절하는 본인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에도 말했듯 거절하는 방식이 상대의 출구전략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매우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많습니다. 이게. 본인부터 지켜야죠.




위의 이야기들은 거절의 어려움을 이야기한것이고 실제로 거절에 매너가 어디까지나 요구될지도 의문입니다. 내가 원치 않는 이성의 들이댐 그거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그게 유쾌한 일이 될 사람들은 대충 거절해도 척척 알아서 해줘요. 예전 어떤 여자분이 싸이의 오글멘트로 썼다는 '제발 고백하지마'란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닙니다. 일단 기분좋게 거절하려면 제안을 기분 좋게 해야합니다. 내가 제안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나쁘다면? 그렇다고 제안하지 말라는건 아닙니다. 거절의 매너를 너무 따질 필요가 없다는거죠. 알고보면 대부분 거절방식보다는 거절 사실이 나를 기분나쁘게 하는거거든요. 나는 상대를 좋아한단 이유로 상대가 바라지도 않는 고백 혹은 추파를 던지면서, 자신을 약자로 포장하며 내 기분에 맞추어 거절해야 한다는건 좀 아닌거같아요. 내 제안이, 내 데이트 신청이 내 고백이 더 큰 노매너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거절을 당할때 내가 더 실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내가 해볼때 까지는 해봅니다. 그리고 상대의 거절 예의는 굳이 크게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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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3/08/12 00:39
수정 아이콘
거절할 일이 있는지부터 먼저 물어야 예의 아닙니까?
물론 전 많았습니다.
구밀복검
13/08/12 00:41
수정 아이콘
뭐 당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정도가 그냥 무난하더군요.
영원한초보
13/08/12 01:06
수정 아이콘
거절할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몇번의 기억으로는 그냥 딱 끊어서 이야기하는게 좋은 것 같은데요.
여자들은 한번 거절 당하면 다시 또 이야기할 용기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상대가 신포도 전략을 쓰던 말던 저랑 상관없다고 생각하고요.
반대로 거절 당하면 상대와 당분간 거리를 두는 편이라 거절한 사람도 불편한 마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잠시 거리를 두면서 마음 정리할 시간도 생기고 내 감정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삼공파일
13/08/12 01:08
수정 아이콘
으잌. 재밌네요! 거절 당한 입장에서는 지금 들은 이 말이 아니라 (어떤 말이든) 다른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고, 그렇다고 거절 당했다는 현실까지 부정할 정도로 심각하게 착각하는 게 아닌 상태에서, 매너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상처 주지 않을 말은 "좋아 우리 사귀자" 밖에 없는데 말이죠.
쥬니요
13/08/12 01:22
수정 아이콘
좋은 결과와 거절이 같이 공존하기란 참 힘든 일이죠.
거절하는 입장에서 상대방을 배려해서 한다고 해도 당하는 입장은 기분이 좋게 거절당하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남녀사이에 돌려서 얘기하면 못알아듣고 여지를 남기는 경우가 많아서 확실히 선을 그는게 결과적으로 후폭풍이 적은 경우가 많더군요.
말씀대로 거절에 대한 예의는 따질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2막2장
13/08/12 01:53
수정 아이콘
흐흐 요즘 많이 느끼는 거네요.
원래는 주로 까는 쪽에 가까웠는데,
요즘은 주로 까이는 쪽이되면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역시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려면 아래에 서야 (under stand?) 되겠더군요.

사람의 감정이라는게 원래 죽끓듯 해서, 뭐 크게 의미 있을 것 같진 않고요.
그 때문에 '예의'란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적어도 이 선을 지키면, 남이 맘상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지켜질 테니까요.
물론 그 예의란게 명문화된 문서따위가 존재하지 않다보니, 다들 자기 마음속에 있는게 문제긴 하지만요.,,

저는 그냥 끊을 때는 칼같이 끊는 편이었어요. 여전히 저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악군
13/08/12 01:57
수정 아이콘
거절에 예의는 필요하죠. 그러나 본문은 모두 예의를 잘 지켰네요!
王天君
13/08/12 07:39
수정 아이콘
와 이거 정말 공감되네요. 항상 구애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피해자요 상대방이 나쁜 사람인것마냥 인식하는 사실이 조금 그렇더군요.
13/08/12 07:57
수정 아이콘
저도 개인적으로 이유라도 말해주는게 낫죠.
뭐 바쁘다거나 그런이유로 거절하면 다음 약속 정해보고 그떄도 같은 이유면 뭐 눈치채고 안하는 편인데

어떤 사람은 아예 말 몇번 하자마자 닥차단 들어가는 경우를 오히려 더 많이봐서
(대부분 패턴 동일- 말걸면 답변이 대여섯시간 후에 오던가 단답형으로 오던가. 심지어는 해외에 가기도 하고. 왜 저만 만나면 다들 해외에?)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거절멘트를 하면 거절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니까, 나쁜 사람 되기는 싫어서 그냥 차단하고 귀닫는게 편하다고 하던군요.

개인적으로 사람이 사람 차단한다는거 참 싫어해서, 싸웠어도 차단은 안하는편인데 만남중 90%가 다 그런식이까 멘붕 멘붕~
요새는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나시라고 해주는 정도만 해도 참 좋더군요. 그냥 안맞았나보다~ 하고 생각하면 되니까
어니닷
13/08/12 08:07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제가 채일땐, 왜그리 이유가 알고 싶은지.. 그리고 이유를 알면 왜그리 그렇지 않다고 변호하고 싶던지..머 무간지옥, 무한반복이죠..
반대로 제가 거절할땐 머그리 착한남자 콤플렉스에 사로 잡히는지.. 맨날 딱잘라서 애기 못해서 여지를 주고..서로 힘들고..
크란큘라
13/08/12 08:56
수정 아이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이것도 괜찮은거 같아요
13/08/12 09:20
수정 아이콘
이래서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다수는 소수의 표현 방식을 문제삼지만 실제로 문제 삼는 것은 그들의 생각에 기인한다는 식의 얘기를 했죠.
사실은 내용으로 인해 불쾌한 것을 인정할 수가 없기에 표현 탓을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정말 역량있게 거절하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하건 문제삼는 사람은 나옵니다.
13/08/12 09:36
수정 아이콘
근데 저기 사례에 나오는 밥 먹자고 조른다고 차단하는건 너무한 것 같아요 ㅡ.ㅜ
13/08/12 14:12
수정 아이콘
차라리 그게 낫죠. 밥 먹자는거 때마다 다른 이유 대면서 거절하기 어려워서 결국에 식사 한번 같이 했더니만,
그자리에서부터 생각도 못한 말들을 해대며 본인 상상이 맞았다고 여길때의 난감함이란...겪어보니 차라리 차단해버리는게 낫습니다.
Mooderni
13/08/12 09:54
수정 아이콘
오늘새벽 자고일어난사이 카톡으로 장문의 단호박을 먹은 지금 제게는 적절한 그리고 신기한 타이밍의 글이네요크크
켈로그김
13/08/12 12:20
수정 아이콘
본문의 여성분들은 어떻게 잘라도 불평해댔을 듯..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_-;
iAndroid
13/08/12 14:23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을 잘 읽어보니 남녀가 거꾸로 되었군요.
남자들이야 저런 경우를 좀 겪어봐서 회복이 빠르겠습니다만, 여자들이야 저런 경우를 겪어본 적이 거의 없으니 타격이 심하겠죠.
남을 이해하려면 역지사지가 되어보는 게 최고입니다 흐흐흐.

그리고 남자들도 거절당했을 때 어떻게든 이유 알아낼려고 할 필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거절은 감성의 영역이거든요. 내가 저사람 싫다는데 딱히 논리적인 이유같은 건 없으니까요.
게다가 이유 알아낼려고 하는게 구질구질해 보이기도 하니까 매우 자제해야 될 듯 싶습니다.
지구사랑
13/08/12 20:26
수정 아이콘
좋고 싫음에 무슨 이유가 따로 있겠습니가? 단지 인연이 아닌 게지요.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는 없다 라는 속담을 남녀 사이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남녀 사이는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적어도 최초의 사귐까지는) 바람직하죠.
PurpleHarmony
13/08/14 18:25
수정 아이콘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하면 이유를 물어보는 사람들.. (본문 3번 내용)

이건, 이면에 "너가 안된다고 말하는 이유가 내가 납득할만한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면, 너는 부탁 하나 안들어주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라는 심리를 깔고 있는거죠. 어찌보면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말 들어주면 넌 나쁜놈"


이렇게 나오는 사람한텐, 어떻게 대응해도 사실 손해입니다. 들어줘도 내가 손해. 안 들어줘도 그 사람이 앙심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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