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다 집니다. 별도 마찬가지죠. 이것뿐만이 아니죠. 어떨 땐 해가 길고 어떨 땐 짧습니다. 달은 커지다가 다시 작아지죠. 어떨 땐 비만 신나게 내리고 어떨 땐 올 생각도 안 합니다. 덥기만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춥기만 할 때가 있고, 그 사이 좀 살만할 때도 있습니다. 그게 반복됐죠.
본능적으로, 혹은 경험으로 여기에 어떤 법칙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갈수록 이걸 확실히 알아야 할 때가 왔겠죠. 인류가 하는 일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말입니다. 추상적인 것을 시간이라는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식물들은 어느 때부터 풀이 나고, 어느 때부터 열매가 열리며, 어느 때는 잎이 다 떨어져 죽어버립니다. 하지만 아예 죽은 건 아니고 날이 풀리면 다시 풀이 나고 열매를 맺죠. 이게 반복됐습니다. 잘 먹고 잘 살려면 이 기간을 알아낼 수 있어야 했죠. 특히 이걸 인간이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농사를 시작하면서 말입니다.
가장 만만한 건 해와 달의 움직임이었습니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서 자는 식이었겠죠. 뭐 이런 낮과 밤의 개념이야 대충이나마 알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걸 구체화 시켜갔겠죠. 그리고 이걸 오래 관찰할수록, 그 관찰한 걸 더 길게 기록할수록 더 구체적이 됐을 겁니다.
달은 일정기간 동안 커졌다가 다시 작아집니다. 어떤 규칙을 정하기에는 참 쉬웠겠죠. 이렇게 음력이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동양은 태음력이 지배해 와서 서양 = 태음력, 동양 = 태음력으로 생각하지만, 동양 역시 태양을 무시한 건 아닙니다. 음력은 계산하기 쉽고 어업에 중요하지만, 농업에 중요한 건 태양이었으니까요. 24절기가 바로 태양력입니다. 이에 맞춰 언제 더워지고, 언제 추워지며,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추수해야 되는지를 가늠한 것이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슬람력은 순수한 태음력입니다.
현대 역법의 뿌리라 할 것은 역시 이집트입니다. 나일강의 범람에 맞춰 살았던 이집트, 더욱 정교한 달력이 필요했죠. 진짜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던 건 마야였습니다만 -_-a 왜 사람들은 이런 걸 지구종말 떡밥에 써먹는건지 모르겠군요.
후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 이집트 달력에 충격 먹고 로마의 달력을 뜯어고치니 바로 율리우스력이죠. 여기에 달 하나에 자기 이름도 좀 넣어주고요. 시간이 더 흘러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이걸 손 보니, 현대까지 이어지는 그레고리력이죠. 어떻게 짜도 남는 시간이 있는 법, 이걸 끼워맞추기 위해 윤년을 넣어야 했습니다. 그레고리력은 이게 4년에 단 하루일 정도로 정확하죠.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이렇게 달력을 정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특히 국가에서는 통치를 위해 꼭 필요했죠. 군주는 종교적인 이유든 실용적인 이유든 이걸 주도해야 했습니다. 군주는 하늘에게서 그 권리를 위임받는 자, 혹은 하늘 그 자체였습니다. 이들이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면 안 됐죠. 어느 때에 맞춰 제사를 지내고, 어떤 명령을 내리고, 세금을 거둬야 (-_-) 했습니다. 더 정확한 달력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고, 그걸 국가가 통제했죠. 중화세계에서 달력은 황제가 내려주는 것이었고, 조선 역시 (조선에 맞게 좀 고치고 - -a) 민간에서 멋대로 달력을 만드는 걸 금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이 발달합니다. 더 정확히 알려면 해와 달을 넘어 별들의 움직임까지 봐야 했으니까요. 이런 하늘의 움직임을 국가의 흥망에 연결했을 때니까요. 이렇게 어떤 규칙이 있다 -> 우리 운명도 그에 맞춰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 속에 점성술이 발달하죠. 뭐 비과학적이지만 오히려 천문학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줍니다. (...) 죽어라 관찰하면서 데이터는 어마어마하게 남겼으니까요. 연금술이 화학에 영향을 준 것처럼요.
지금 인류는 스스로가 느끼지 못 하는 찰나의 시간도 정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광년처럼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시간을 거리의 단위로 쓰기도 하죠. 어디까지 가려나요? 그래놓고 그레고리력을 더 이상 수정하지 않고 있구요. 4년에 하루 정도의 오차는 실생활에선 신경 안 써도 될 수준이고, 고치기엔 워낙에 많이 퍼져서 그렇겠죠. 이것보다 더 정확한 달력이야 얼마든지 나왔겠습니다만...
두서 없이 썼네요. '-')a 절대 오늘이 제 생일이라서 그런 건 아... 맞습니다. -.-a 재밌지 않나요. 시간이란 건 잡을 수 없는 것, 그저 앞으로만 가는 것인데 그걸 원으로 만들어서 빙빙 도는 거 말이죠. 그런데 그게 알고보면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기준이 있고, 자연도 사람도 그에 맞춰서 살아간다는 것...
오늘 아버지께서 "이렇게 더운 날에 나오느라 고생했다"고 하시더군요. 생각해보면 이런 더운 날에 태어났으면 태어나자마자 불효인 것 같기도 합니다. ㅠ_-; 다행히 제가 태어날 땐 그렇게 덥지 않았다고 하네요. 최소한 지금보다는... 대체 폭염은 언제 끝나려나요.
뭔가 결론이 이상하지만, 이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