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전의 기록에는 손화의 모친인 왕부인과 손노반 사이에 틈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손휴의 부인인 주부인전에는 손화가 태자가 되자 손화를 폐하기 위해서 손노반이 동생 손노육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손노육이 이를 거절하면서 자매간에도 사이가 벌어졌다고 합니다.(주부인은 주거와 손노육 사이의 딸입니다.)
손노반의 제안에 손노육이 거절하면서, 손노반은 몸이 달았을 겁니다. 혹여 손노육이 이를 아버지에게 알릴까봐 손노반은 선수를 치기로 결의하죠.
당시 손권은 늙어가면서 병석에 누웠던 것이 잦았던 모양입니다. 중요 행사 중 하나인 종묘에 제사를 지내는 일은 태자인 손화가 맡게 되었고, 손화는 아버지의 명을 따라서 종묘로 가 성실하게 제사를 지내게 됩니다. 손노반은 흠을 잡기 위해서 몰래 사람을 보내 손화를 감시하게 합니다.
종묘 근처에는 장휴의 집이 있었고, 장휴는 손화의 비인 장씨의 숙부였습니다. 즉, 장소의 손녀딸이었죠. 장휴는 손화를 초대해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합니다.
이를 캐치한 손노반은 당장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달려갑니다.
손노반 : 아빠! 태자라는 녀석이 종묘에서 제사는 지내기는 커녕 자기 처숙부 집에 가서 놀고 있는데다가 그 태자의 어머니라는 왕부인은 아빠가 병에 걸려 누워있는게 기쁜가 봐요!
원래 참을성이 없었던 손권이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판단도 확인도 해보지 않고 손노반의 거짓말에 속아 크게 화를 냅니다. 이일을 안 왕부인은 근심하다가 마음의 병으로 곧 사망했고, 손화는 손권에게 찍혀 손패파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었죠.
244년 고옹의 뒤를 이어 승상이 되었던 육손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마음을 다잡고 상소를 올립니다.
육손 : 태자는 정통이므로 마땅히 반석같은 견고함이 있어야 하고 노왕은 신하이므로 총애와 대우에 있어서는 차이를 두어야 합니다. 이들이 각각의 위치에 있어야만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소를 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육손이 직접 건업으로 달려가 손권을 설득하려고 했고, 고옹의 손자인 태상 고담 역시도 손권에게 상소를 올립니다.
고담 : 나라가 있고 집안이 있는 자는 필히 적서의 본원을 밝히고 존비의 예를 달리해 고하의 차등이 있게 하며 계급을 넘어 멀리하게 하고 이같이 하면 골육의 은혜가 생기고 분수에 당치 않은 바램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전한의 가의가 치안의 계책을 진언하고 제후의 형세를 논했는데 그 세력이 중하면 친근하더라도 필히 역절의 위험이 있고 세력이 가벼우면 소원해도 필히 보전하게 된다 하였습니다. 회남왕은 효문제의 아우였지만 봉국에서 천수를 끝까지 누리지 못했으니 세력이 중한데서 잃은 것이며, 오예는 소원한 신하였지만 장사에서 지위를 전했으니 세력이 가벼운데서 얻었던 것입니다.
효문제가 신부인과 황후를 동석하게 했는데 원앙이 신부인을 자리에서 끌어내고 상하의 의례를 분별하고 사람돼지(척부인과 여후의 일화)의 교훈을 진언하니 효문제가 격분했으나 이를 듣고 기뻐했으며 신부인 역시 깨달았습니다.
소신이 지금 진언하는 바는 편벽된 바가 아닌 진실로 태자를 안정되게 해 노왕 역시 편하게 하고자 함입니다.
이 상소를 올렸다는 소식을 들은 손패는 화가 나서 고담과의 사이가 더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거기에 전종과 그 아들들 역시 고담을 미워하게 되죠.
거기에 고담은 전종의 아들 전기의 성격이 간사한 것을 간파하고 그와 멀리했습니다. 거기에 전종이 작피에서 왕릉에게 패전한 뒤 추격당하는 와중에 고담의 동생인 고승과 장휴가 진황을 죽이고 달려오는 위군을 저지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전종을 따라왔던 전서와 전단은 이를 보고 군대를 돌려 고승과 장휴가 저지한 위군을 추격해 공격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각 장수들의 논공행상을 정할때 장휴와 고승의 공이 전서와 전단의 공보다 크다고 해 장휴와 고승은 잡호장군으로 승진했지만 전서와 전단은 편장군이나 비장군의 직위에 머물면서 전종과 그 아들들은 이들을 매우 미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에 전서와 전단 등을 살펴보면 그다지 군사적 능력도 없었습니다. 거기에 자신들이 도주하는 사이에 장휴와 고승은 위군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던 터라 구원을 받은 것임에도 공을 가로채기 위해 무리하게 공격했고, 전공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들을 미워했죠.
고담의 상소를 받은 손권이 불편하게 여기자 손패파인 양축, 오안, 손기, 전기는 장휴와 고승을 공격합니다. 그들은 당시 논공행상에서 공을 조사했던 전군교위 진순이 장휴와 고승과 가까워 그들과 짜고 공을 부풀렸다고 모함합니다.
허위보고에 격노한 손권은 장휴와 고승을 잡아가두고 연좌를 걸어 고담 역시 잡아 가둡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꼈던 고옹의 손자인 고담이 마음에 걸린 손권은 고담을 풀어주려 하기 위해 연회를 열고 사죄하면 풀어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연회석장에서 고담은 사죄를....
하지 않았죠.
고담 : 폐하!! 참언이 흥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정말 배짱 한번 대단한 사람입니다. 관리 하나는 손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말합니다.
관리 : 고담이 이리 말하는 건 대불경에 해당하니 사형에 해당하니 그를 죽이십시오!
그러나 손권은 고옹 때문에 법대로 처결하지 않고 고담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귀양 보냅니다. 고담은 교지군으로 유배되었고 장휴와 장승 역시 교주로 유배됩니다.
고담은 교주로 간 뒤에 조용히 지내면서 신어 20편을 짓습니다. 그러다가 2년뒤에 42살에 교지군에서 사망하죠. 동생인 고승 역시 37세에 사망했고, 같이 유배를 간 장휴는 41살에 사망하는데 고담이나 고승 같은 자연사나 분사가 아니고 장휴가 평소에 아첨을 떨고 위선이 심한 손홍이라는 사람을 미워했는데 이를 안 손홍은 장휴를 손권에게 참소해 장휴를 처형시켜버립니다.
장소와 고담의 일족을 내쫓아버리는데 성공한 손패파는 다음 목표를 정합니다. 승상이자 대도독이고 손화파의 최고 거두이자 촉오전쟁의 영웅.
바로 육손 백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