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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24 12:28:04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디링디링-9 (청춘 즐기고 계세요?)
항상 읽어주시고, 잊지않고 계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편을 안보신 분들은 전편을 꼭 봐주세요.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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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65
7부: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no=42469&divpage=8&ss=on&sc=on&keyword=디링디링
8부: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no=44706

<단편> 진눈깨비 :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08




---
##


- 어쩌다 그댈 사랑하게 된 거죠. 어떻게 이렇게 아플 수 있죠...


노래?
무슨 노래였더라?


- 아홉 번 내 마음 다쳐도 한 번 웃는 게 좋아. 하루 한 달을 그렇게 일 년을...


노래 좋다. 앞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멜로디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 기다리다, 기다리다 잠들죠.


아! 생각났다. 윤하의 기다리다구나. 옛날에 엄청 좋아해서 많이도 들은 노래였지. 근데 이 목소리는 윤하목소리가 아닌데? 누가 부르고 있는 거지?


화악.


눈앞이 밝아진다. 나는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위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쥔 소녀가 있다. 시야가 희미해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노래는 끝이 났다. 소녀는 입가로 마이크를 가져간다.
한 번만 더 목소리를 들으면 누군지 알 수 있을 거야. 차분하게 소녀가 말하길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헉!”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으 시끄러워. 누가 그랬나, 어떤 음악을 싫어하고 싶을 땐 그 음악으로 알람소리를 맞추라고. 노래가 싫어지는 게 싫어서 자명종 소리로 알람을 맞춰 놨더니 이제는 자명종 소리가 너무 싫다.


“조용히 하자.”


나는 머리맡에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롤 손을 가져가 알람을 껐다. 꿈이었나? 결말이 굉장히 충격적이다. 기다리던 소녀의 목소리 대신 소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귀청 찢어지는 자명종 소리였으니까. 개꿈도 이런 개꿈이 없겠지.


나는 소녀의 입에서 마치 만화처럼 충격파가 나오는 상상을 떨쳐버리기 위해 힘껏 도리질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 옆 미니 달력에 먼저 눈이 간다.


D-1


드디어 내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친다. 대학 축제의 꽃은 공연이라며 녀석들의 어거지에 우거지에 바가지로 승낙한 공연. 보컬은 누가하냐며 보컬을 정하기 위해 간 노래방. 물론 승제나 영욱이나 나나 모두 점수는 최악이었지. 어쩌면 그 고장 난(?) 노래방 기계에게 감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 덕에 지인이가 보컬로 오게 된 건지도 모르니까.


또 함께 교회 연습실에서 하루 종일 했던 즐거운 연습. 하진이와 승제의 귀여운 사랑싸움. 지인이와 편의점까지 함께 걸었던 일까지. 아! 그리고 민한광이란 녀석이 지인이를 찾아오기도 했었지.


“거 참 짧은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네.”


전체의 인생으로 보자면 찰나에 불과할 시간인데, 그 사이에 참 많이도 웃고, 즐겁고, 궁금하기도 했다. 잠깐? 민한광?


맞다! 그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을 통해서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생각을 굳혔으면, 행동은 빠르게 할수록 좋은 법. 현재 시간은 오후 한 시. 밴드부가 한창 오전 연습을 마치고 점심식사와 휴식시간을 가질 시간이다. 좋아 시간은 아주 적기다.


민한광과 연락할 수단이 없는 나로서는 녀석과 얘기하기 위해서는 직접 찾아 만날 수밖에 없는데,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녀석은 분명 우리 학교 밴드부로서 공연을 나온다고 했었다. 녀석과 함께 나갈 밴드부라면 역시 본 공연이외에도 많은 맴버가 있는 가장 큰 밴드겠지?


그렇다면 ‘클락(Clock)’이 틀림 없을 것이다. 후후, 좋아 추리는 완벽해. 순간 혼자서 뿌듯하게 키득대던 나는 소름이 돋아버렸다. 속으로 생각한 거지만 마, 말투가 영욱이 놈과 닮았다. 으으, 요새 좀 같이 먹고 자고 해서 그런가 음흉한 말투가 붙어버렸어.


나는 다시 한 번 크게 도리질을 치고, 학교의 동아리들이 모여 있는 동아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보자 클락 동아리 실이 어디지?


- 3층 302호 303호 ‘클락(Clock)’


뭔 놈의 동아리 주제 동아리실이 두 개나 있는 걸까? 몽매관(夢寐官 : 동아리관 이름) 안내도에서 클락의 위치를 체크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 3층입니다.


여긴가.


“후.”


아무래도 아무 관계없는 무관계자가 남의 동아리실을 들어가기가 부담스럽다.


똑똑.


“네~”


안에서 들려오는 하이톤의 여자 목소리와 동시에 문을 연다. 문을 열자 ‘우와’라는 소리가 나올 뻔 했다. 대학교 밴드부 치고, 엄청 좋은 악기들과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이거 반칙이잖아. 좁고 열악한 교회 연습실과 엄청 비교된다. 민한광이라는 녀석 이런 곳에서 연습하는 밴드부를 끌고 장기자랑에나 나오겠다니. 반칙도 엄청 스케일 큰 반칙이다.


“저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말끔하게 생긴 하이톤의 여성이 먹던 자장면을 내려놓고 나에게 다가왔다. 역시 점심시간이었구나. 아직 다 먹지도 못해 닦지 못한 여자의 입 주변이 자장범벅이다. 왠지 미안해지는걸.


“사람 좀 찾으러 왔는데요.”
“사람? 어떤 사람?”


처음 본 여자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이 썩 매력 있어 보인다. 아마도 이 여자는 보컬이겠지. 이런 대학교 밴드부는 아무래도 부원을 뽑는데 있어 외모도 크게 작용할테니까.


“민한광이라고...”
“아! 한광이 찾아오신 손님이구나.”


여자가 자신의 손바닥 위를 주먹으로 탁 내려친다.


“근데 왜... 직접 전화하시는 게 편하실텐데.”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자의 눈빛이 따갑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게 사정이 있어서요. 혹시 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
“아 그래요? 잠시 만요.”
“야, 서진아. 한광이 어딨는지 알아?”


여자는 바닥에 앉아서 자장면을 흡입하고 있는 홀쭉한 남자에게 물었다.


“민한광? 글쎄 옆방에도 없을 텐데? 잠깐 점심시간이라 어디라도 갔나보네.”


지금은 없는 건가. 어떡하지.


“지금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서 기다리실래요?”
“그래도 될까요?”
“네.”


밴드부 인심 한 번 후하다. 자기들 연습실에서 낯선 사람을 앉혀주다니. 나는 널찍한 연습실 한편에 있는 소파에 몸을 앉혔다. 언제쯤 오려나.


후루룩. 후루룩.


허허, 여자가 자장면 한 번 입맛 돌게 먹는구나. 생각해보니까 아직 점심도 안 먹었다. 왠지 남의 시식쇼를 구경하는 것은 스스로가 한심해서 눈길을 악기 쪽으로 돌렸다.


기타도, 드럼도, 건반도, 베이스도 모두 비싼 것들이군. 우리학교 밴드부 재정지원이 이렇게 빵빵했었나? 아니면 다 자기들 돈으로 마련한 걸까.


“콜라 괜찮아요?”


이것저것 집중해서 살펴보는 사이 여자는 어느새 자장면 흡입(?)을 마쳤는지 콜라가 가득담긴 컵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기타하시나 봐요?”


콜라를 받던 나는 눈 둥그레졌다. 어떻게 알았지? 이 여자도 독심술이라도 배웠나?


“왼손에 굳은살이 있어서요. 저도 좀 치거든요. 기타.”


콜라를 건네주는 사이에 알아챈 건가. 굉장히 관찰력이 좋은 여자다.


“기타세요? 저는 보컬일 줄 알았는데.”
“왜요?”


여자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웃으며 반문한다. 이 여자 영욱이 느낌이 물씬 난다. 여자 최영욱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야 얼굴이...”


말하려던 입을 굳게 닫았다. ‘얼굴이 예뻐서요.’라고 하기에는 너무 수작질을 하는 느낌이다.


“얼굴이?”
“아, 아니에요.”


하마터면 무심코 나올 뻔했다. 나는 황급히 손 사례를 쳤다.


“그래도 감이 좋네요. 둘 다 맞아요. 기타도 치고. 보컬도 하고.”


아마 이 여자 주변에서 인기 겁나 많을 것 같다. 붙임성도 좋고 기타치고 노래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데다가 목소리도 좋다. 물론 지인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버금은 가려나?


“대단하네요.”
“아마 한광이 자식 오려면 점심시간 끝나서야 올 거예요. 두시쯤 오려나? 그때가지 심심하시면, 저쪽에 기타가 제 기타인데 치고 있어도 되고요.”
“감사합니다.”


자신의 기타를 선뜻 낯선 사람에게도 권하다니. 굉장히 털털한 여자인 것 같다.


덜컥.


“야~ 주채은! 매점 갈 건데 너도 갈래?”
“그래. 그럼 가볼게요.”


매점으로 가려는 여자에게 꾸벅 목례를 한다. 이름이 주채은이구나. 여자가 사라진 뒤 나는 굉장히 뻘쭘해졌다.


모르는 남자 셋이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 나 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남자애들은 서로 이런저런 시시껄렁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웃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우리 같아서 승제와 영욱이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참 심심하군. 번득 여자의 기타가 눈에 들어온다. 진짜 쳐볼까?


10에 계속

-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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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희
13/06/24 13:08
수정 아이콘
호오호오, 오전에 8화를 봤는데 오후에 9화가 올라와 있다니 좋군요!
13/06/24 13:1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빠르게 완결하고 구상중인 다음 단편도 애독해주세요~
Jealousy
13/06/24 17:24
수정 아이콘
잘읽었어요~
13/06/25 21:10
수정 아이콘
연재 주기가 어느정돈가요... ㅠ 지금 정주행했는데 현기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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